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침례신학대학에서 선교학을 가르치는 남편(이현모 교수)과의
사이에 있는 유일한 자녀이다. 남편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나라도 가난했고 우리들의 가정도 불우했으며 더욱이 신앙도 없는
가정이었기에 ‘행복한 가정’에 대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달랐다. 신앙적으로나 세상적으로 많은 것이 갖추어진
‘행복한 가정’에서 마음껏 즐기고 누리며 큰 아쉬움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우리는 이 아들에게 굳이 험난한 환경을
일부러 제공해주지는 않았으나 양육하면서 한 가지 강조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섬기는 삶’이었다. 즉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거나 무시하지 아니하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이었다. 지금 기억하면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고 부지런히 삶 가운데 사람들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였던 것 같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문집에 실렸던 내용이다. 제목은 ‘고아원’이다.

오후에 어머니와 함께 고아원에 갔다. 그 곳의
아이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어렵게 지내고 음식도 나빴다. 그래서 우리가 저녁 식사에 불고기를 만들어 주었더니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고아원 아이들은 너무 불쌍하다. 나는 먹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반찬이 두세 개 밖에
없다니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 많을까? 그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을까?’ 나는 이제야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깊이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음식도 주시는 대로 골고루 맛있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다음에도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어머니와 이곳에 오고 싶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출석하고 있는 교회(대전 대흥침례교회)에서
장애우들을 모시고 바다로 캠프를 갔다. 그 당시 근육병을 앓고 있는 어느 형제가 평생 바다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장애인 위원회 위원장과 사역자들이 그를 위해 바다 구경을 계획하였던 것이다. 그 때 3박4일을 강원도 옥계에서 보냈었고 아들은
섬기는 사람으로 동행하였다. 여름 방학을 마칠 무렵, 아들이 방학 숙제로 글을 썼다고 가져왔다. 제목은 ‘사람의
아름다움’이었다. 내용을 보니 장애우들을 모시고 캠프 갔던 내용이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장애인 선교 캠프를 갔다. 그저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날 버스를 타고 갈 때에 내 앞자리에 심**이라는 뇌성마비에 걸린 형을 보게 되었다. 그
형의 눈은 누구도 이길 자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중략) 이튿날 아침에 새벽예배를 드렸다. 나는 아침 식사 때에
장애인 분들이 식사를 하시도록 음식을 날라다 드렸다. 모두 음식을 받으시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중략) 그
중에서도 캠프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과 미소를 띤 송** 형이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다웠다…(중략) 마지막 날까지 생활하며 나는
많은 이익을 얻었다. 사람이 정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하나씩 이상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이 아들이 군대에 갔다. 훈련병 4주째이다. 그가 군대에서 보내 온 몇 통의 편지를 읽으면서 하나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 차례 받고 혼날 때에도 살 빠지고 몸 건강해지겠단 생각으로 기분 좋게 받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의지하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두번째 편지)

살이 쭉쭉 빠지고 얼굴은 시꺼메지고 완전군인
되어가고 있엉ㅋㅋ 근데 여기서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또 말씀 암송 카드 보면서 하루하루 감사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항상
남들보다 조금 잘났다고 생각하던 나의 오만함과 자만함이 여기선 아빠 말대로 nobody가 되어 더욱 더 낮아지고 깨어지는 내
모습에 감사하고 있어요. 또 하나님이 헌신하는 마음을 계속 주셔서 빨래나 이불정리나 뭐 해야 될 것을 좀 더 빨리 끝내고 미비
된 사람들 도와주고 있어요. 대신 빨래도 해주고 구두도 닦아주고 청소도 해 주고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나를 위하기보다 남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그럴 때 마다 마음도 기쁘고 평안해져. 그래서 너무 기쁘고 좋아(3번째 편지)

불침번 말고 경계근무라고 야간에 실제 야외에 있는
초소에 가서 총 들고 망보면서 한 시간 씩 서는 것이 있는데 한 형이 감기몸살로 힘들어 하기에 내가 대신 섰어용. 그런 생각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분도 좋았어요. 날 이해 못하는 애들도 있지만 사람들을 위해 섬기고 헌신할 수 있는 시간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 그동안 너무 나 중심적이고 나만을 위해 살았던 것 같은데 군대란 시간을 통해 그런 모습을 깰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4번째 편지) 

어느 누구도 자식의 일에 대해 큰 소리 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늘 조심스럽고
두렵다. 하지만 군대 간 아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So far so good!(지금까지는 좋아!)’이란 마음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시고 기대하시는 ‘사랑의 삶’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있는 곳에서 고개를 한번 들고 주변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 곁에 있게 하신 귀한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런 마음은 반드시 선한 행동으로 저절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