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코스타 첫날 광고 시간에는 항상 통계 발표가 있다. 어느 주에서 가장 많이 왔는지, 어느 나이대가 가장 많이 왔는지, 평균 연령이 얼만지, 남녀 성비, 기혼자와 미혼자의 비율 등등… 그런 통계 가운데 꼭 등장하는 코스타에 가장 많이 참석한 숫자도 공개 된다. 작년 코스타에서 나는 드디어(?) 기록을 세웠다. 10번을 참석한 나로서는 이시간이 꼭 영광스럽진 않다. 강사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면서, 뚜렷한 직장도 없는 나는 남들은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하는 코스타를 10번이나(?) 다녀온 것이다. 세번은 싱글 시절, 네번은 유학 시절, 그리고 나머지 세번은 남편이 미국에 직장을 잡은 후다. 두번은 바쁜 남편 덕에 남편도 없이 아이들 데리고 혼자 다녀 오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한마디로 코스타 팬이다.


10번을 다녀온 코스타 팬으로서 그 소감을 말하라면 나는 한마디로 “부끄러움”이라고 표현하고싶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로 10번을 갔는데 늘 은혜만 거저 받아 먹고 돌아온 발걸음이었다. 중보 기도 팀에 들어가 봉사 한 것도 아니고, 자봉도 거의 신청을 못했고, 또 조장도 작년에 딱 한번 섬겼다. 그런데 그때마저도 정작 조장을 맡아서 섬긴다고 했지만 오히려 부끄럽게 다른 조원들에게 도전을 더 많이 받고 도리어 섬김을 받고 왔다고나 할까? 그러니 내가 코스타에 기여한 바가 전무하다. 이렇게 난 아무것도 안한채로 뻔뻔하게 열번을 코스타에 다녀 왔노라고 공개할 입장도 아니다. 참으로 부끄럽다.


5년전 남편이 유학 시절을 마치고 이제는 코스타에는 발걸음을 못하게 될거라고 단정 했었다.그런데 친구의 권유로 다시 남편도 없이 만용을 부리며(?) 주부로서 처음으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코스타에 4년전부터 발길을 돌렸다. 이제 7번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떠 맡기는 참 한심한 코스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편 없이 간 코스타에서 나는 가장 많은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다. 나는 도저히 발을 뺄 수 없는 코스타 폐인이(?) 되고 만 것이다.내가 꼭 코스타에 가야하는 이유 중에 또 하나가 있다. 코스타는 아이들 때문에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열살, 여섯살짜리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더 지독한 코스타 팬이 되고 말았다. 피는 못 속이나? ㅎㅎㅎ


아이들은 여름이 다가오면 코스타를 손꼽아 기다린다. 세상에 어떤 훌륭한 캠프를 가도 코스타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올 여름에는 공교롭게도 시아버님 칠순이 겹쳐져서 5년 만에 한국에 방문하는 계획이 잡혔다. 11번째 코스타를 가게 될 계획이 무산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하자 아이들은 몹시 실망하면서 한국에 안가고 코스타에 가겠다는 어이없는(?) 반항까지 하는 사태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을 사로 잡는 코스타…. 우리 가족이 꼬박 일년을 기다리는 영의 휴가다. 세상의 휴가가 줄 수 있는 편한 잠자리, 입맛에 꼭 맞는 음식, 재미있는 볼거리등이 없어도 언제나 그런 세상적인 휴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과 기쁨을 주는 코스타…


내 자신 아무것도 코스타를 위해서 한 것은 없지만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운 코스탄으로서 나는 맘껏 코스타를 자랑하는 것도 귀한 일일 것 같아 용기내어 이 자리에 처음으로 코스타를 공개적으로 홍보 하기로 맘 먹었다. 10년 코스탄으로서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느끼기에…그리고 그이상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기에…


지금은 우리 교회에서 코스타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나는 누구보다도 침을 튀기며 열성적으로 코스타를 홍보한다. 평생에, 그것도 나이 마흔을 넘기면 좀 다녀오기 쑥스럽기 때문에 (하지만 은혜의 자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 누구에게라도 나는 단한번의 여름 휴가라도 코스타에서 보낼 것을 권면한다.


무궁 무진한 간증 거리가 평생에 남게 되고, 아이들에게서 맘껏(?) 자유로울 수 있고, 아이들도 부모를 떠나 영 육으로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얻고, 한국에서도 뵙기 힘든 좋은 목사님들, 선교사님들, 교수님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같은 자리에 공짜로(?) 맘껏 만나고 함께 은혜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코스타는 나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신앙의 대선배들을 만나게 되고, 동역자들을 만나 위로 받게 되고, 신앙이 어린 형제 자매들을 세워주는데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 교만일 수도 있지만 10번의 코스타와 함께 감히 나는 내 신앙 인격도 성숙해져 감을 느낀다.


작년에 열번째 코스타를 다녀 오면서 다시 코스타에 갈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내가 은혜 받자고 남의 자리를 (학생 신분도 아닌데..) 빼앗는 건 아닌가하는…10번을 가서도 선교사로 헌신한 적도 없는 부끄러운 내 모습과 만나면 괴롭기도(?) 하지만…어린이 코스타에 헌신하는 분들께 죄송해서 아이들이 얼른 자라서 칼리지 코스타에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 이민 생활에서 코스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다. 믿음을 알게 했고, 섬김을 배우게 되었고, 은혜의 도가니에 빠뜨려 주고, 내 영적 생활의 기둥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내 주변의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나는 코스타 수다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감히 열한번째 코스타에 꼭 가겠다는 말을 선뜻 할 수가 없다. 우리 가족 때문에 행여 더 은혜 받을 한 가족이라도 이 은혜의 잔치에 못오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내년 이맘 때에 코스타에 가겠다고 조르면 나는 또 슬그머니 맘이 약해질지도 모른다. ㅋㅋㅋ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을 던져도 난 여전히 코스타의 신기록을 세워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