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을 이야기 하자


김남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배와 찬양’?



김남일 열풍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검색어로 가장 인기를 많이 얻고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중에 하나는 분명히 ‘김남일’일 것이다. 지난 6월 한달 내내 월드컵 바람 때문에 TV에서 축구를 보느라 뜬눈을 새우기 일쑤였던 사람들에게 그가 누구냐고 묻는 것은 아마 상당한 실례가 될 것이다.


그렇다. 김남일이 완전히 떠버렸다. 다음카페에 등록된 김남일 팬클럽의 홈페이지 개수를 보아도 그렇고, 연예인의 인기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강남 나이트 클럽의 웨이터 이름으로도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름이 바로 김남일이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8월호 신동아에 실린 어느 기사를 보니 김남일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팬들이 김남일에게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순간이 있었다. 미국전에서 전반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문전을 쇄도하던 김남일이 미국선수들과 충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내뱉은 육두문자가 생생하게 TV에 비쳐졌다. 9명의 미국선수들을 혼자 노려보는 눈빛에 광기가 흘렀다. 이름하여 ‘9대1 맞짱 사건’. 욱하는 성격만큼 말투도 거침이 없다. 4강진출 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얘기해도 돼요?’라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이트요’라고 답했다. 담백한 표정에 소년 같은 장난기가 귀엽다며 여성들은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서글서글한 외모에 터프하고 꾸밈없는 언행으로 여성 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깜짝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훈장을 받을 때 ‘나이트를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순간 어떤 여학생팬들은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다는 후문이다.”


상상할 수 있는가?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수상식 행사에서 온 국민이 지켜보는 TV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나이트를 가고 싶은 김남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노란 머리의 축구선수를! 이 노란 머리의 축구선수를 너무나 좋아하는 젊은이들로 세상은 뒤덮여 있는 듯하다. 이들은 왜 김남일에 열광하는가?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왜 김남일인가?


지난 7월24일자 ‘한겨레21’의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김남일, 날 것 그대로!’였다. 국내의 주요 주간지에 커버스토리로 실릴 정도인가 조금은 놀랍기도 한 그 기사들을 읽어 내려간다. 새로운 키치문화, 하위문화를 대표한다고 극찬하는 젊은 기자들의 기지가 번득인다. 그 기사를 썼던 김은형 기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김남일은 1990년대 말부터 남성 아이돌 스타의 주된 흐름이 된 ‘바른생활 꽃미남 소년’ 계보와는 한참 떨어져 있다. 지오디(god)는 어린 아기를 키우며 팬들의 사랑을 쌓아갔고, 유승준은 담배 피우는 청소년을 선도하면서 ‘아름다운 청년’의 이미지를 구축해갔다. 월드컵 대표선수 가운데 대규모 여성팬 부대를 거느린 송종국 역시 고운 피부에 선량하고 겸손한 태도의 바른생활 소년과에 속한다…. 굳이 캐릭터로 범주화한다면 김남일은 마음도 순수한 꽃미남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조역인 ‘불량소년’에 가깝다. 고등학교 시절, 선배들의 지나친 체벌에 축구부를 뛰쳐나가 가출까지 한 그의 전력이 말해 주듯이 그는 착하고 말 잘 듣는 후배나 홍명보처럼 우직하고 듬직한 선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권위나 위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는 ‘반항한다’기 보다는 ‘개긴다’는 속어가 어울린다. 결연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남일은 ‘고독한 반항아’가 아니라 ‘쿨한 양아치’ 계보에 속한다.”


이러한 설명들을 읽으면서 내게 직감적으로 드는 느낌은 지금 세대는 ‘송종국 스타일의 범생이’보다는 ‘김남일 스타일의 양아치’에게 더 열광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을 정도이다. 똑똑하고 예의바르고 믿음좋은 꽃미남들은 뒤로 물러가고 무례한 듯 자신있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쿨 가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카페를 검색해 보아도 아름다운 크리스천 ‘꽃미남’ 송종국의 공식팬클럽의 회원수는 233,218명인데 비해 김남일의 홈페이지는 우선 그 숫자도 방대하고 한 카페의 회원수는 가볍게 479,000명을 넘는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잘생기고 똑똑하고 상냥한 스타는 좋아할 수는 있지만 좀처럼 동일시되지는 않는 데 비해 평소에 자신들이 금지당한 것을 툭툭 내뱉고 저지르는 김남일에게는 쉽게 동일시되는 즐거움을 느낀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 많은 젊은이들 중에 적어도 한 5분의 1은 기독교인들일텐데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크리스찬 젊은이들은 어디 있는가.


다시 다음카페로 가서 ‘종교’란을 검색해 본다. 그중에 가장 많은 회원수를 자랑하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의 이름은 ‘경배와 찬양 복스 자료실’이다. (http://cafe.daum.net/bocks) 회원수가 자그만치 53,936명에 달한다.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가장 많은 회원과 방문을 자랑하는 카페는 바로 ‘찬양’에 대한 것이었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복스’라는 카페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부산에 사는 한 21세의 대학생이다. 학교 다니랴 교회생활 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텐데 언제 이렇게 멋진 사이트를 부지런히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자료실의 그 방대한 양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카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단 각종 국내외의 경배와 찬양집회와 CCM집회 실황을 동영상으로 보거나 다양한 앨범들의 전곡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이토록 많은 회원을 거느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CD 사서 듣기 좀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지 않나 싶다. (근데, 이런 곡들을 동영상으로 올려놓는 행위는 불법 아닌감? 소리바다도 국내에서 문제가 된 판국인데?)


아무튼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기독교’하면 성경이나 아니면 기독교에 대한 교리나 뭐 이런 주제들이 제일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제일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그만 결과는 나의 뒤통수를 치고 만다. 물론 53,000명이란 숫자는 470,000명이란 숫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인터넷의 바다를 여행하는 네티즌들이 고리타분한 종교에 관한 사이트를 얼마나 뒤적일지’ 의심이 드는 나의 마음을 집어 본다면 그나마 5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회원으로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기만 하다. 사실 우리 크리스천들이 요즘 사회에서 얼마나 그늘에 가리워 소수의 집단으로 비쳐지는가. 세상에 비쳐지는 기독교인들은 기껏해야 각종 비리사건으로 헤드라인 뉴스에 오르는 사회적 거물들 아니면, 헌금이나 아들후계 문제로 문제가 되는 각종 지도자들, 아니면 그저 송종국이나 이영표처럼 큰 잔치의 한마당을 이용하여 자신의 신앙을 높이 드러내는 운동선수들뿐이다.


나는 갑자기 걱정이 들기도 하고 마음에 큰 부담감이 생긴다.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음악인가? 찬양인가? 아닌 것 같은데, 성경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나 그로 인한 결과들, 뭐 그런 것들일 것 같은데. 적어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아닌 것 같다. 기독교에서 제일 중요하고 인기있는 사항은 ‘찬양’이다. 나는 이 젊은이들이 누구인지 깊게 생각하게 된다. 골치 아픈 교리보다는 신나는 음악에 열광하는 세대! 성경강해 시간보다 경배와 찬양을 훨씬 매우 더 좋아하는 세대!


지난 코스타에서 경배와 찬양을 인도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예배인도자 관심별 모임에 들어와서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설교시간보다는 경배와 찬양에서 훨씬 더 은혜를 받는다. 말씀보다 찬양이 더 좋다’고 소개한 어떤 젊은 형제 생각이 많이 난다.


앞으로 쓰여질 ‘경배와 찬양’에 관한 글들은 그런 젊은 사람들을 위한 글들이 될 것이다. 함께 고민하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나누어 보도록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