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역시 맥도날드!



-  맥도날드 목사님의 책 두 권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영장(IVP, 2003),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 334, 8천원

원제 Ordering Your Private World


60번 찍고, 20만권 팔린 책



1990년에 초판을 낸 『내면 세계…』는 그 후 60()를 찍고 올 가을에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매력적인 새로운 표지와 IVP 책으론 보기 드물게 넉넉한 본문 디자인(행간이 넓어져 읽기에 좋아졌다는 뜻)으로 독자들에게 또 다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60(printing)라면 출판사에서 60번을 인쇄해 냈다는 것으로,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기독교 서적의 경우 한 번 찍을 때 1천권에서 2천권 정도 찍는 게 보통이고, 이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리스트에 줄곧 들어왔음을 감안할 때 12-15만권 정도 찍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출판사측 보도자료엔 20만권 이상 팔렸다고 한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기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5년간 독자들의 세대를 달리하면서 읽혀왔고,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쯤은 집어보고 읽어본 책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책을 현대의 고전 또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워낙 많이 알려진 데다가 내용도 탁월해 초판이 나왔을 때 읽고 중간중간 생각날 때마다 펼쳐본 걸 합해 아마 대여섯 번은 족히 읽은 것 같다. 서른 살을 조금 넘긴 때 읽은 책을 마흔 살을 훌쩍 넘겨 다시 읽으니 감회도 새로웠지만(교회의 소그룹모임에서 이 말을 하자, 어떤 형제는 자신이 스무 살 때 처음 읽었는데, 이제 삼십이 넘어 다시 읽어야겠다고 해서 함께 웃었다), 이제 60대가 된 맥도날드 목사가 큰 틀은 유지하면서 예화를 바꿔 쓴 개정 증보판을 다시 읽으니 훨씬 원숙한 기분이 들었다.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쉽게 삼천포로 빠지신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독자라면 거의 누구나 도대체 내면 세계(Private World)란 무엇이고, 그리고 이 내면 세계와 영적 성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내면 세계가 사적인 영역을 지칭한다면 자연스럽게 외면 세계 혹은 공적 세계도 있을 법한데, 물론 이 책의 관심사는 내면 세계에 모아져 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삶을 재정돈하리라고 결심”(17)하는 것을 내면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짐작하는 것처럼 내면 세계의 질서는 속사람으로부터 변화되는 문제이며, 삶의 내면을 철저하게 정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19). 그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그 자신이 천성적으로 질서정연한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 일을 잘 알아서 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18). 그가 대부분의 우리처럼 약속한 일을 쉽게 잊어버리며, 쉽게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가 된다. 하긴 질서정연하고 체계적인 생활을 하는 이가 이런 책을 썼다면 잠깐 관심을 보였다가도 이내 질려서 옆으로 밀어 둘 법 싶은데, 다행히 맥도날드 목사님은 엘리야처럼 우리와 성정이 비슷해(5:17 참조) 안심이 된다.



내면 세계는 “본질적으로 더 영적인 영역이며, 선택과 가치가 결장되는 중심부이며, 고독과 성찰이 추구되는 곳”(26-27)이라는 정의는 읽을 때마다 참으로 매력적으로 들린다. 일종의 ‘조종실’이며, 성경의 표현을 빌자면 다름 아닌 ‘마음’인 셈이다. 그러기에 “이 시대 가장 격렬한 전쟁터 중 하나이며, 특히 자신을 실천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믿는 자들은 마땅히 이 싸움을 치러야 한다”(29)는 구절은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놀라운 성찰이다. 프레드 미첼이 책상 앞에 늘 붙여 놓았다는 “너무 바빠서 삶이 황무지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32-33)야말로 남이 아닌 우리 자신이 경청하고 실행해야 할 경구(警句)인 것이다. 결국 저자는 “내면 세계 곧 마음을 정돈함으로써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견고한 내면 세계를 계발하고 유지하는”(46-47) 삶이야말로 영적 성장의 관건이 된다는 것을 시종 강조하고 있다.



내면 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각 장 맨 앞에는 ‘내면 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데, 이런 감초는 마치 성경암송을 하듯 외워 둘만 하다. 그 중 몇 개를 맛보기로 꺼내보자: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질서 있는 내면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날마다 결심하기 때문일 것이다.(37)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나를 재촉하는 것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조용히 귀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다.(79)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그리스도 앞에서 홀로 잠잠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231)


 



대개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스피드에 밀려 이런 숨어 있는 보물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등한히 하기 쉬운데, 읽는 우리는 챕터의 맨 앞에 나와 있어 빨리 다음으로, 본문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저자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런 구절들은 챕터를 다 쓴 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고르고 골라 화룡점정(畵龍點睛)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습관적으로 스쳐 지나가면 손해겠다. 또한 각 장 말미에는 IVP 책들이 즐겨 쓰는 ‘더 깊이 생각해 보기’ 질문들이 나오는데, 본문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데도 좋고, 내용을 요약해 주기도 하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나누기에도 좋으므로 건성으로 훑어보면서 넘어가지 말고 자근자근 씹어 먹는 재미를 붙이는 것도 이 책 읽기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한편 IVP는 이번에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본문에 나오는 성경 구절들로 표준새번역 개정판을 사용했는데, 일반적으로 개역성경만 사용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어떤 번역본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책의 분위기와 주독자층을 고려한 결정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기는 바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 ‘중보 기도’란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오래 전부터 신학자들이 이 말을 문제삼고, 연구한 끝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간과한 채 초판에 이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워낙 목회자나 성도들을 가릴 것 없이 널리 즐겨 쓰는 말이기 때문에 그대로 둬도 무방하다 싶어서일 것 같긴 하지만, 번역서를 많이 내는 IVP로선 이런 용어를 정비해 나갈 책임이 있지 않나 싶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베푸는 삶의 비밀(IVP, 2003), 고든 맥도날드 지음, 윤종석 옮김, 147, 5천원

원제 Secrets of the Generous Life



부에 집착할 것인가, 베풀 것인가



‘베푸는 삶’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읽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는데, 대개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잘 안 되는 데서 오는 묘한 채무감 또는 부채 의식에서 오는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더욱이 이 책처럼 그런 삶의 비밀 운운하는 책제목은 가뜩이나 현실에 쫓기면서 마음 여유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겐 조금은 팔자(?) 좋은 이들을 위한 기부 안내서 같아 보여 가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고 그런 목사님이 아닌 맥도날드 목사님이 쓴 책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그 기대가 충족될 것이다. 맥도날드 목사님은 이렇게 말한다:



베푸는 삶이란 지갑의 척도가 아니라 영혼의 척도일 때가 더 많다.…베푸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확실한 믿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유익과 복음의 진보를 위해 자기 소유의 일부를 전략적으로 후히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10-11)…재물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영적인 안전 벨트를 조여야 한다.(110)


서문에서 저자는 이 작은 책에 대해 “대단한 인용문이나 이야기, 설교조의 훈계가 가득 찬 글이 아니다”(12)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탁월한 통찰력에서 나오는 잠언으로 가득한 책이다. “베푸는 자에게 다가오는 유혹이 있다. 큰돈을 베풀면 삶의 다른 부분에서 많은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가려진다는 생각이다.(91) 같은 대목은 “역시 맥도날드!” 하면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헌금은 이제 그만!(44-45) 같은 글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베푸는 삶과 관련해 경건한 성품, 성실한 청지기, 확고한 믿음, 참된 겸손, 우상을 버림, 그리스도인의 풍성한 삶이란 6개의 큰 주제에 따라 각각 7-11개의 짧은 글이 이 책의 전부다. 한 쪽이 조금 넘는 문자 그대로 짧은 글이 이어지므로 맘만 먹으면 한 시간 정도에 독파할수도 있는 분량이지만, 기왕에 베푸는 삶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그렇게 서둘러 인식하게 이 책 읽기를 시작하고 끝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자원 봉사와 기부 문화가 발달한, 그래서 여유 있는 미국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배부른 메시지라 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패배의식을 갖고 이 책을 경원(敬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맥도날드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에 하나님의 마음도 움직인다는 ‘긍휼’(30)과 자신이 나누는 선물 속에 베푸는 자가 성육신해야, 즉 몸이 동참해야 한다는 ‘성육신 신학’(43)에 기초해 ‘전략적 드림, 적절한 관리, 뛰어난 정직성’(37)을 베푸는 삶의 세 가지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맥도날드 식으로 이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정리하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부에 집착하라, 그러면 별 볼 일 없는 삶이 보장될 것이다.(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