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1월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사람 전성기』

(규장, 2003), 오정현 지음, 207, 8천원


지난 가을, 서울 강남 사랑의교회엔 새로운 일이 여러 가지 생겼다. 1978년부터 이 교회를 개척, 성장시켜 온 옥한흠 목사에 이어 25년 만에 그의 애제자 오정현 목사가 새 담임목사가 된 것과, 오 목사가 부임하면서 연일 만당(滿堂)을 이룬 40일 특별새벽기도회(2003. 9. 8-10. 18, 이하 특새)를 열어 교계는 물론 일반 뉴스에서도 다루어지면서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일간의 특새, 그 기적 같은 부흥의 비밀이 궁금하던’(뒷표지 문안) 터에 신속하게 그 전말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 주는 책이 규장에서 『새벽사람 전성기』란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은 새벽 불길, 새벽 축복, 새벽 성령, 새벽 믿음, 새벽 대첩이란 ‘새벽’(at Dawn)으로 시작하는 5개의 큰 주제 아래 오 목사가 전한 18편의 메시지를 나눠 수록하고 있으며, 각 장 말미에 특새에 참석했던 이 교회 성도들의 이런저런 짤막하지만 감동적인 소감과 간증을 ‘새벽 감격우리는 새벽파’란 꼭지로 묶어 소개한다. 이와 함께 규장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챕터별 요약이 ‘새벽 신앙 불멸의 법칙’이란 꼭지로 곁들여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오정현 목사는, 한국교회의 7, 80년대 고속성장을 주도한 1세대 유명 목회자들의 명예로운 은퇴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한 리더십 이양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단행하지도 못한 채 꼼수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일부 그러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대형교회와 단체들이 세습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한국교회 전체를 우울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면서 비교적 건전한 세대 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합동측 교회갱신 운동의 모체요 실질적 본산이며, 교계연합운동에서 제3의 기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목회자협의회의 중추적 구실을 하면서 복음주의권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교회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톤을 이어 받아서 어떤 목회, 어떤 사역을 전개할 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부흥회 식 전도를 넘어 교회성장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8, 90년대를 풍미한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이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6, 70년대의 전통적인 목회방식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특새란 뜻밖의 카드를 꺼내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펼쳐질 본격적인 사역을 준비하는 워밍업 훈련으론 제격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래도 강남기독중산층을 대변하면서 나름대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이 교회가 점점 오른편으로 향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염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오 목사의 메시지들은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개척하면서 짧은 시일에 대표적인 이민교회로 성장시킨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개인 구원의 감격과 대를 잇는 가족의 평안, 그리고 전도와 선교를 통해 교회의 성장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보수 신앙에 충실해 특새와 같은 시간대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그것들을 넘어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가 되어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 교회가 세대 교체 이후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에 걸맞는 메시지가 전해지고,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냐에 있는데, 이제 새벽을 연 데 불과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 이 책에는 ‘새벽기도 로드맵’이란 재미있는 상자 기사들이 군데군데 나오는데,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 같은 새벽기도 구호, ‘내 믿음의 전성기를 주옵소서’ 같은 새벽기도 격문, ‘저녁 9시 이후에는 절대로 영화나 TV시청을 하지 말라’ 같은 새벽기도를 위한 몸 관리 프로젝트, 12가지 건강비결, 새벽기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5가지 습관, 영적 부흥을 위한 9가지 열쇠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 압권은 171면에 나오는 40일간의 특새에 개근 또는 정근한 성도들에게 수여한 기념 동판으로, 일명 ‘영적 마패’로 불리면서 평강과 은혜 마패, 제사장 마패 같은 위력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과 함께 특새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테이프를 묶은 오디오북(테이프 4, 1만원)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