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OSTA 갤러리


하늘은 이미 내 안에 살아


하늘 위에 더 높은 하늘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모든게 하찮아졌어
두 번씩이나 접하는 내 크고 고운 날개도
더 높이 날아서 더 멀리 봐야 한다는 의지도
그래, 이름 석자를 위해 퍼덕이기엔
난 너무 늙었어
신천옹(信千翁), 내 이름만큼이나
하늘 위에 더 높은 하늘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난 자주 여기서 살아
날개를 접고 부리를 땅에 박고 있을 때 조차
난 이 곳에 떠 있지
약해진 두 발목을 노리는 올가미로도,
약 먹인 낟알로도
단 한 발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총알로도
날 여기서 끌어 내릴 순 없어
난 이미 하늘보다 더 높은 하늘을
내 안에 넣어뒀거든
하늘은 이미 내 안에 살아.

뉴질랜드 남섬에 서식하고 있는 새 알바트로스를 만났다.
우리 말로 신천옹이라 불리는 새.
한 번의 비상으로 대륙을 가로 지르는 알바트로스.


그 새를 보들레르는 이렇게 노래한다.
마치 시인과 비교되는 크리스챤처럼.









알바트로스( L’albatros)-샤를르 보들레를(Charles Baudelire)


흔히 장난 삼아 뱃사람들은
거대한 바다 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심연(深淵)을 미끄러져가는 배를 따라다니는
항해(航海)의 이 게으른 길동무를.


갑판(甲板)위에 한번 몸이 놓이기만 하면
이 창공(蒼空)의 왕자(王子)는, 서투르고 수줍어
불쌍하게도 그 큰 하얀 날개를
질질 옆구리에 노처럼 끈다.


이 날개 돋친 항해자(航海者). 얼마나 어색하고 맥없는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처럼 아름답던 새
어쩌면 그다지도 우습고 흉칙한가!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지지고
어떤 사람은 절름 절름 하늘을 날던 이 불구자(不具者)의 흉내를 낸다.


시인(詩人)은 닯았다.
폭풍우(暴風雨)속을 넘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이 구름의 왕자(王者)와
지상(地上)에서 추방되면 야유와 함성 가운데서
그의 거대한 날개는 오히려 걸음을 방해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