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10월호

제자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지도 못한 제가 이런 글을 부탁 받아서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변변치 못하지만 제가 겪은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전 캠퍼스 성경공부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아리조나에 오게 된 후로는 지역 교회 중심으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 전 까지만 해도 좀처럼 하나됨이 느껴지지 않는 청년부 공동체 안에서 갈등하며 거의 이년 동안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상처들과 오해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져가는 공동체를 바라보며 기도할 때마다 화도 나고, 때론 마음이 저려오며 눈물이 났습니다. 뿔뿔히 흩어진 마음으로 감동이 없는 찬양과 메마른 교제와 예배를 생각하면 속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예배를 보실 때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 예배 때 찬양이 시작되어 들어서면 스무 명쯤 되는 청년들이 긴 벤치에 한명씩 다 흩어져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우리의 영적 상태를 나타내는 듯해 보였습니다. 어쩜 두명조차도 함께 앉아 있지 않을까…? 힘이 빠졌습니다. 그저 명목상의 예배였고 모두 굳은 얼굴로 서로 눈치를 보며 빨리 끝나기 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예배 후 소그룹 성경공부 시간이 되면 시작하기도 전에 한 형제가 말하기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죠.” 그럽니다.


하나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상처 받고 분노하고 극복하려 발버둥 치기를 반복하며 멤버들은 고사하고 리더들 마저 그렇게 지쳐갔습니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했고 제 자신도 지쳐감을 발견했고 저 조차도 교회 가는 것이 힘이 들고 교회가도 웃음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교회를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제껏 교회는 사람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보고 가는 거라고 외쳐왔기에 옮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혜도 없고 뾰족한 수도 없고 막막함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하면 할수록, 이런 상황을 하나님은 알고 계시고 기도하고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길을 보이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 제 기도는 무척 단순했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좀 해 주세요.” 기도하던 중 하나님은 지쳐있던 리더들을 한 자리에 모아주셨고 함께 기도하며 지혜를 구했습니다. 더 이상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기도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의지했을 때 하나님은 조금씩 우리 안에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리더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서서히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하며 의논하며 구체적인 새 계획을 세워갔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리더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셨고 새로운 계획과 마음으로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되어갑니다. 저에게는 이 변화가 하나님의 손길로 이루어 진 것임이 확실합니다. 한가지 뚜렸하게 달라진 점은 사람들의 표정입니다. 많이 밝아졌고 이젠 예배 후에 하는 성경공부를 한 시간 안에 끝내 달라고 당부해도 꼭 한시간 반씩 끄는 조가 한둘이 아닙니다. 아직도 해야 할 숙제가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무얼 믿고 자꾸 우리에게 새로운 영혼을 보내 주시는 지…새 학기가 시작하고 두 달이 다 되어가는 10월 중순인데, 저번주 청년부에 세 명 더 왔습니다. 사랑과 지혜로 그리스도의 몸을 잘 세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