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양승훈 교수와의 대담
세계관 대담
VIEW 양승훈 교수와의 대담
eKOSTA 교수님께서는 언제 어떤 계기로 코스타를 참석하게 되셨고, 첫 느낌은 어떠하셨는지요?
양승훈 1990년 7월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과학사 석사 과정에 있을 때 메디슨 한인 장로교회 청년부원들과 함께 볼티모어에서 열린 코스타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라 자세한 기억은 없는데, 그 때 주 강사가 임영수 목사님(당시 영락교회 담임)이었고, 성경 강해가 참 좋았습니다. 그 때의 장소는 St.메리대학(Saint Mary College)던가 그랬는데 위튼대학(Wheaton College)와 비교해보면 시설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4번 정도 미국 코스타에 참석했으며 밴쿠버 코스타에 3번 참석했습니다. 밴쿠버 코스타는 3년 전에 시작했으며 사이몬 프레이져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과 제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Trinity Western University)에서 모이고 한 해는 역내 한인교회에서 Youth 코스타만 참석했습니다.
eKOSTA 코스타에서 많은 강사님과 학생들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기억이 나는 만남이 있거나 코스타 이후 지속된 만남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죠.
양승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함께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던 분들을 코스타에서 재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KOSTA 코스타가 올해(2001년)로 16회가 되었는데, 코스탄들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 끼친 영향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양승훈 코스타가 현재 국내의 지도층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은 가시적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횟수로 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길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적어도 학생 운동에는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됩니다. 그 예로 작년에 있었던 SM2000 같은 운동을 들 수 있겠지요. 그 외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전공별 모임, 예를 들면 교사들 모임인 기독교사회 같은 모임도 코스타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대학 기독 단체도 영향을 받았고 또 많은 코스탄들이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평훈, 박건식 교수님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학생이 교수가 되어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또 객원교수 등으로 오셔서 코스타에 참석 후 변화되어 가신 분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eKOSTA 아직까지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구체적인 힘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잠재된 힘으로서의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겠군요. 코스탄들이 한국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코스탄 출신들의 모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한데 교수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양승훈 코스타가 지금까지는 일년에 한번씩 모이는 단회적인 모임이었기에 계속적인 관계(fellwoship)로 발전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eKOSTA, tmKOSTA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의견들(feedback)을 수렴하여 코스탄들 간의 관계가 강화되고, 그런 다음에야 어떤 사역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KOSTA 작년 코스타 이후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eKOSTA나, tmKOSTA 등의 코스타 사역들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코스타의 감동을 일년 내내 누리면서 주어진 환경과 선교, 전공 분야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앞으로 eKOSTA와 tmKOSTA의 방향과 예상되는 한계가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양승훈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홈 페이지를 만드는 이 외에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이메일을 보냄으로서 관심을 능동적으로 유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적인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내용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 좋은 내용들, 유용한 정보들이 있을 때, 자주 찾고 읽게 됩니다. 가치가 있어야 읽게 되거든요.
eKOSTA 고맙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코스타에 대한 의견을 여쭈어 봤는데요, 이제는 화제를 바꾸어서 교수님께서 하시는 사역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양승훈 VIEW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의 약자입니다. 대학원이라고 하니까 독자적인 건물과 기관을 가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Trinity Western University(TWU)라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기독교대학의 신학대학원의 한 학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학위도 TWU 학위이며, ATS(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의 학위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잘 셋업된 기독교 대학의 신대원에 세계관 대학원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들어가서 VIEW에서 운영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ATS 학위인정을 받는 대학원을 만들리면 하드웨어와 더불어 일정 수준의 도서관이나 교수진(faculty)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서양 사람들이 우리가 부족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우리에게도 서양 사람들에게 부족한 장점이 있으니까, 우리가 서양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일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하고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독교 세계관의 훈련,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을 성경적인 관점(perspective)에서 조망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독특한 교과과정(커리큘럼)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과과정은 크게 (1) 신학적, 성경적 기초(조직신학, 성경신학, 역사신학, 리더십)를 다루는 필수과목(Core Course) 12학점, 또한 (2) 철학적, 인류학적 신학적인 측면에서 세계관의 기초(Worldview Foundation)를 다루는 12학점, 다음에는 (3) 인문/사회/예술 영역과 이학/공학/의학 영역 등 두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서 성경적인 조망의 훈련을 하는 선택 영역의 12학점, 그리고 (4)졸업 논문(3학점)와 도서관 및 연구 논문 작성 훈련(2학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과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자기 분야에 대한 제사장적 소명과 훈련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eKOSTA 그러니까 이 기독교 세계관 과정은 사역이나 전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하며 자기 전공을 성경적으로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 과정이란 말씀이신가요?
양승훈 바로 그렇습니다. 세계관 공부를 하더라도 목회자들은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고 목회를 계속하고, 또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고 연구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어떤 자격증(licence)을 주는 학위라기보다도 성경적 조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니까 다른 학위와는 다릅니다. 기독교 대학원 교양교육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졸업 후 학생들의 대중적 사역을 도와주기 위해 세계관, 가정사역, 창조론 등의 영역에서 강사 자격증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세계관 훈련의 원래 목적은 기독교 세계관적 관점에서 가르치고 공부하고, 자기 직장 생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있습니다.
eKOSTA VIEW의 모체가 되는 기독학술교육동역회(Disciples with Evangelical Worldview, 구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의 목적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까?
양승훈 그렇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기독교대학을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가 먼저 준비된 교수가 부족하고 실제로 가르칠 때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칠 수 있는 자료와 교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DEW에서는 교수나 교사들을 양육하고, 그들이 가르칠 수 있는 자료를 개발하는 작업을 해 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통합 연구> 같은 학술 잡지를 만들고 CUP를 통해 책도 출판해 왔습니다. 1989년에 시작된 <통합 연구>는 지난 12년간 많은 내용이 축적되어서 이미 VIEW의 강의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을 때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기독교 대학이나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유치원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eKOSTA 그렇다면 VIEW가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양승훈 우선 VIEW는 대학원 과정이며 대학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기독교 대학을 운영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저희 과정을 ‘교수 훈련’의 한 프로그램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천덕 신부님 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원래 DEW를 통해 기독교 대학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먼저 한동대를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DEW에서는 현재 VIEW 사역, 즉 대학원 사역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한국에서도 VIEW와 같은 형태의 KIEW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훌륭한 기독교 대학이 되려면 먼저 이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훌륭한 교수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DEW에서는 아직 독자적으로 대학을 세울만한 역량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현 상황에서는 VIEW가 한동대를 포함하여 훌륭한 기독교대학이 되려고 노력하는 한국의 여러 기독교 대학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교수들이나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훌륭한 기독교 대학을 설립,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안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동대의 최근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재정적인 압박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동대 규모의 학생수로는 현재 갖고 있는 부채를 제외하고, 대학 운영만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대학이 제대로 되려면 이 대학을 지원하는 한국 교계의 성숙이 있어야 됩니다. 교회는 교회대로 지원을 하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아직은 한국 교회가 제대로 된 기독교대학 하나를 운영할 정도도 성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 상태로는 DEW가 또 다른 독자적인 학부를 만드는 것보다는 지금 세워진 한동대 등의 기독교 대학들을 열심히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한국 교회의 외적 규모만을 본다면 적어도 제대로 된 기독교 대학이 열 개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DEW에서는 더 많은 훌륭한 기독교대학들이 생길 수 있도록 기독교 대학들을 위한 각종 자료와 책, 교과 과정, 운영 모델 등의 소프트 웨어들을 개발하고 교수들도 양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동대 뿐 아니라 (물론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독교 대학이라고 하는 곳이 한국에 서른 개가 넘습니다. 그런 대학과 교수들에도 도움을 주려는 것이지요. 실제로 저희가 발간하고 있는 학술지 <통합 연구>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신학교나 신학대학원에서 발간하는 신학 부문의 잡지는 많지만 일반 분야를 성경적 관점으로 조망하기 위한 잡지는 <통합 연구>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독교대학의 많은 교수들이 <통합연구>를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eKOSTA 기독교 세계관이라고 하면 그 대상이 대부분 교사라든가 교수 같은 지성인들일 것입니다. 그럼 현재 한국 사회와 교계에 기독교 지성인의 역할과 사명은 무엇이며, 기독 지성인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승훈 정치인들은 권력이 있고 기업인들은 돈이 있지만 돈도, 조직도, 권력도 별로 가진 것이 없으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지성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성인들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기성 세대화, 다시 말해 수구 세력화 되지 말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기독 지성인들은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다시 말해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이 전쟁을 잘 하려면 몸이 가벼워져야 됩니다.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F=ma)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같은 힘을 가지고도 큰 가속도가 나오려면 질량이 작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독 지성인들이 너무 부자가 되어 몸집이 커지니까 잘 움직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성인이 일반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가르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는 강의나 책을 통해서 가르치는 것이지만,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로 ‘자기가 본이 되어 보여주는 것’입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고 기독 지성인들도 그렇습니다. 일단 기독 지성인들이 기득권 세력화 되었다고 여겨지면 지성인으로서의 영향력은 사라집니다. 기독 지성인들이 이 땅에 영원히 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 지성인들이 너무 많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처럼 기독 지성인들의 영향력이 감소한 데는 스스로의 잘못도 있지만 외부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로부터 오는 한계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자원(resource)을 교회가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거의 교회가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자원들이 교회라는 제도 바깥으로 나가기가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자원은 유통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썩게 되어 해독을 끼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IMF 사태란 것도 결국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를 않아서, 즉 유동성의 문제가 생겨서 일어난 것입니다. 인적, 물적 자원은 흘러가야만 하는 데 잘 흐르지를 않습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재원과 인적 자원들이 아이디어와 만나 가동(activate)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6년 전에 저는 TWU의 ACTS에 VIEW를 세우기 위해 교과과정과 아이디어를 담은 종이 쪽지 몇 장을 들고 태평양을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ACTS 지도자들을 만나 이런 대학원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때 TWU와 ACTS에는 제가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니 밴쿠버라는 도시 전체에 제가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ACTS에서 VIEW 아이디어를 “출자”로 생각하고 이 제안을 수용해주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회의를 거친 후지만).
이것을 한국 상황에 적용해봅시다. 한국에서 학교 총장이나 재단 이사장도 아닌, 일개 교수가 종이 쪽지 몇 장 들고 이런 프로그램을 하자고 제안한다면 어느 대학이 그 제안을 받아주겠습니까? 좋은 게 있다면 ‘자기가 직접’ 하지요. 이것은 기독교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인의 공통적인 병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존중해 주지 않는 것은 우리의 큰 약점입니다.
그런데 유목민족들의 후예여서 그런지 서양인들은 그것을 인정해 줍니다. 하나도 아쉬운 것이 없고 잘 운영되고 있는 TWU에 태평양을 건너온, 영어도 시원찮은 외국인 교수가 종이 몇 장 들고 와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하나님 나라 건설에 도움이 되고 그것을 위해 이렇게 준비해 왔다고 하니까 받아주었던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독교 대학이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건물이나 돈처럼 귀중한 것으로 인정하고 함께 협력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계약사회 속에 살아온 서양인들의 무서운 점이며 대영제국을 가능하게 했던 자세입니다.
물론 VIEW는 ACTS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ACTS도 VIEW의 덕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ATS는 북미주 신학대학의 학위 인정기관으로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우리가 아는 프린스턴, 풀러, 트리니티, 웨스터민스터, 댈러스 등 중요한 신학교들이 이곳으로부터 학위인정을 받는데 VIEW의 기독교 세계관 문학석사 프로그램도 이곳으로부터 학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ACTS가 ATS의 정례 심사를 받는 중에 ACTS 대표로 가신 교수님이 심사위원으로부터 VIEW 프로그램에 대해 “당신 학교에서 어떻게 이렇게 혁신적인(innovative)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답니다. 대표로 가신 교수님은 후에 학교 교수회의에서 보고를 하면서 이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솔직히 자기도 그것을 자세히 모르는데 저보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서양 사람들의 강점 중의 하나는 바로 아이디어를 “재산”으로 인정해 주고 사람을 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를 보고, 다시 말해 계약 관계를 통해 일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아이디어가 참으로 많은데 (물론 개중에는 황당무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자원과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하지를 못해서 “유동성의 위기”가 오는 것입니다. 도대체 물이 흘러가지를 않는 것입니다. 자원이 돌아야 생산도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가 없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일이 되질 않는 겁니다. 물론 학계 뿐 아니라 목회자들 중에도 참신하고 뜻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들은 실현되어야 교회도 살고 사회도 밝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 교회만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평신도 한 명 한 명의 수준이 곧 교회의 수준이고 그 수준 속에서 그 정도의 지도자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해야 됩니다.
eKOSTA 정리를 하자면 기독 지성인이 권력과 부를 가지지 못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이 가져서 문제가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번 2001년 코스타 주제인 ‘낮아지신 예수님, 섬기는 그리스도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개 교회 중심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군요.
양승훈 거기에 더해서 교회 지도자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신도와 목회자의 지도력이 부족한 문제인데 이를 위해 우리 지성인들이 해야 할 역할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회의 자원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eKOSTA 예,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은 제가 알기로는 물리학 박사도 하시고 또 신학도 하시고 기독교 세계관도 공부하셨는데, 어떤 계기나 동기, 혹은 비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며, 또 그 여정은 어떠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양승훈 긴 얘기가 되겠지만 저를 학교에서 “쫓아내어” 밴쿠버로 오게 한 사람은 바로 Wesley Wentworth (한국이름 원이삼) 선교사님입니다. 그 분은 한국에 파송된 평신도 선교사로서 대천덕 신부님과 더불어 제가 스스로 멘토(mentor)라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한국 선교사로 36년을 섬기신 분인데 이 분의 사역은 보통 선교사들과는 다릅니다. 이 분은 주로 대학원생이나 교수 등 기독 지성인들을 찾아다니며 기독교 세계관 관련 자료를 공급하고 격려해주는 사역을 하셨습니다. 30대 초반에 한국에 오셔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삼십 수년이란 긴 세월을 그것만을 위해서 헌신하신 분입니다. 그 분의 그물에 걸려들었던 여러 물고기 중의 한 마리가 바로 저입니다. 저는 1979년에 그 분을 처음 만났고, ’80 세계복음화대성회와 더불어 탄생한 한국창조과학회가 1981년 1월 31일에 창립 총회를 할 때를 즈음해서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저를 만날 때마다 영어로 된 논문이나 소책자 같은 많은 자료들을 주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반도체 물리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도 다 못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이 돈도 받지 않고 그냥 갖다 주는 것이 많은 부담이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새 자료를 갖다 줄 때마다 잊지도 않고 꼭 지난 번 자료들을 읽어 봤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때마다 늘 안 읽어 봤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죄송한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복사비나 책값도 싸지 않았을 때였으니까요. 사실 그때 저는 그 분이 갖다주는 세계관 관련 자료들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1982년 12월에 제가 박사 학위 논문 디펜스를 마쳤는데, 어떻게 알고 그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때는 마음에 부담도 되고 더 이상 핑계 댈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은혜 갚을 요량으로 몇 사람과 함께 연구회를 하며 그 분이 준 자료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읽은 책은 네덜란드의 리센(Hendrik van Riessen) 교수가 쓴 <과학에 대한 기독교적 조망>이라는 소책자였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저의 눈에 비늘이 벗겨지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 때까지 과학에 대해서 제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냥 저의 전공인 반도체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하며, 주일에는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할 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의 연구를 성경적으로 조망하는, 세계관적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이전에도 기독교 세계관 공부를 부분적으로 하기는 했지만 그 때서야 비로소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로서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공부한 과학을 성경적인 안목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젊은 교수들을 모아 연구회를 해 나가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제가 경북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인 1984년에는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현 DEW)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1988년도에는 <통합 연구>라는 학술잡지를 창간하게 되었고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 출판부(CUP)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시카고대학에서 한국과학재단 포스트닥을(1987년), 위스칸신대학에서 과학사 석사를(1991년), 위튼대학에서 신학 석사(1992년)를 하였고 이러한 해외에서의 훈련을 통해 저의 시야가 좀 더 넓어졌습니다.
이러한 넓어진 시야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1992년도였습니다. 저는 1992년도 8월에 2년간의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그 해 말에 기독대학설립동역회 실행위원회가 대덕에서 모였습니다. 그때 해외에서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대학을 해외에서 설립해보자는 제안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설립할 경우 돈이 많이 들고 자원의 소스(source)가 한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많은 실행위원들이 저의 의견에 공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의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시던 한 목사님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하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고 미국에서 미국 사람이 시작해도 힘든 일을 한국 사람이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반대를 하셨습니다. 미국에 수십 년 사신 분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 바람에 갑자기 실행위원회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추친하지 말고 좀 더 준비를 해서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저는 좀 섭섭했지만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1995년도에 현재와 같은 VIEW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위한 제안서를 만들어 실행 위원회에 다시 상정하였습니다. 그전에는 해외에서 학부 대학을 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원 중심의 학교를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대학원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대학들 중에 좋은 파트너를 골라 그 학교 내에 기독교세계관 분야의 석사과정을 설립하자는, 훨씬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수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대부분의 실행위원들이 동의했습니다.
그 다음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 어느 학교와 더불어 일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우선 제가 공부했던 미국 중서부(Midwest) 지역을 생각했습니다. 시카고 지역은 제가 아는 사람도 많았고, 영적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한인 교포들도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연 여행 명분으로 미국의 동부와 서부의 여러 지역(워싱톤DC,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을 두 차례에 걸쳐 돌았습니다.
두 차례 여행을 하면서 미국은 여러 가지 여건이 다 좋은데 비자 문제와 안전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대도시로 가면 자원은 많은데 안전하지가 않고 또한 물가가 비쌌습니다. 그래서 VIEW를 시작하기 위한 장소의 10여 가지 조건을 놓고 기도하고 있던 중에 마침 화천에서 아바 샬롬 공동체를 경영하시던 이윤식 목사님으로부터 미국만 생각하지 말고 캐나다도 고려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뿐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최종적으로 밴쿠버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밴쿠버는 일단 한국과 가깝고, 자연환경과 기후가 좋으며, 안전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시설이나 자원은 미국 수준이면서도 학비와 생활비가 싸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구가 200만 명으로 북미주에서는 적지 않은 도시이며, 한인들의 숫자도 3만 여명(지금은 5만 여명)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계통의 자원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곧 바로 밴쿠버가 있는 BC주정부에 편지를 하여 우리의 계획을 설명하고 BC주와 밴쿠버에 대한 정보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리전트대학과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리전트는 순수한 독립 신학교로서 일반 학문 분야에 대한 자체 교수 요원들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작은 건물에 6백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다보니 실제적인 공간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 알려진 주요한 리전트 교수님들은 이미 대부분 연세가 많아 은퇴하였으며 밴쿠버를 떠나셨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리전트와의 접촉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리전트 옆에 있는 VST(Vancouver School of Theology)와 접촉을 하기도 했으나 VST는 우리가 수용하기에는 신학적으로 너무 리버럴하다는 문제가 있어서 역시 그만 두었습니다.
그 후 학교를 물색하던 중 밴쿠버 외곽에 있는 현재의 Trinity Western University(TWU)와 TWU의 신학대학원인 ACTS(Associated Canadian Theological Schools)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Evangelical Free Church 소속의 TWU는 캐나다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기독교 대학일 뿐 아니라 복음주의적인 노선이 확실하였습니다. 그 후 TWU와 일을 하면서 이 학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전공”(specialties)이 바로 ‘기독교 세계관’과 ‘크리스천 리더십’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VIEW 사역을 위한 맞춤 학교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실 TWU처럼 기독교 세계관에 헌신되어 있는 학교는 북미주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리전트대학이나 제가 공부했던 위튼대학도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이제 VIEW가 TWU의 ACTS에서 시작된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1995년 말에 처음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 프로그램을 ACTS에서 개설하기로 최종적인 협정을 맺은 것이 1998년 11월 3일, 첫 강의를 시작한 것이 1999년 7월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학교를 시작하는데 4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입니다. 이제 개강한지 2년이 지났고 VIEW의 교과 과정에 있는 모든 강의들을 개설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VIEW를 운영하면 할수록 TWU를 잘 선정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2년이 지나서 평가를 한 후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만 이제 5년 동안 계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교과 과정 등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학생들의 배경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또 좋은 강사들과도 연결이 되면서 강의의 수준도 급속히 향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28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데(2001년 8월 기준) 내년 봄학기가 되면 4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실 단일 대학원의 한 프로그램(학과)으로서는, 그것도 불과 개강한지 2년이 갓 지난 대학원 프로그램으로서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관 대학원 프로그램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훈련은 공부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들 중에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부실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VIEW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들도 얼마나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외국인들과 동일한 많은 돈을 내면서 공부도,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놀다만 가서야 되겠습니까? 화장실에서도 못쓰는 종이 한 장 받아가기 위해 그 많은 돈을 갖다준다는 것이야말로 기독교 세계관에 어긋나는 일 아닙니까? 힘들지만 제대로 공부하고 훈련받고 제대로 준비되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어떤 분으로부터 VIEW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 “확실히”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세계관 대학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캐나다인 교수들이 절반 정도, 한국인 교수들이 절반 정도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인 교수들은 영어로, 한국인 교수들은 한국어로 강의합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한국인들 중에는 영어 강의만이 아닌, 한국어 강의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어로 강의하면(영어는 늘지 않겠지만) 정보 전달이 몇 배나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자존감, 즉 영어 콤플렉스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언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신학과 역사 교육을 미국에서 받았습니다만 외국어로 강의를 듣고 논문을 작성하며 토론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전공에 대한 성경적 조망이라는 영역에서는 가장 강의를 잘 하는 분들을 한국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서 모셔다가 강의를 하는데도 단순히 영어로 강의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낮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큰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1999년 7월에 제1기로 입학한 학생들이 26명인데 현재 그들 중 4명이 졸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몇몇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고 몇몇 학생들은 졸업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VIEW의 운영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VIEW는 전형적인 캐나다 사람들의 학교에서 개설하고 있는 한국인 프로그램입니다. 이것을 통해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축적한 세계관 관련 내용들을 체계화하고 또한 서양 사람들로부터 세계관과 더불어 복음주의 신학과 생활, 그리고 나아가서 학교 경영의 노하우 등을 배우러 온 것입니다. 특히 좁은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분열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들로는 세계 제국을 만든 이들로부터, 그리고 현재도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이민들을 잘 수용하면서 복합문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아이덴티티도 잘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양 사람들의 좋은 관습들과 기독교 문화, 그리고 이들이 서로 연계(networking)하며 협력하는 모습 등은 꼭 배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서구인들의 강점에 한국인들의 강점을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절대 사대주의가 아닙니다. 그래야 우리도 세계를 섬기는 민족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VIEW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소수라도 한국을 변화시키는 다음 세대 지도자들을 훈련시키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어렵지만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다음 세대 지도자 뿐 아니라 현재의 지도자에게도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토플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밴쿠버에서 4-8개월을 머물면서 집중적인 세계관 훈련을 받는 세계관 디플로마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캐나다는 학생 신분(status)이 아니고는 의료보험이나 자녀교육 등의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안식년 등을 가족들과 더불어 캐나다에서 보내려고 하는 분들이 머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년 여름부터 시작되는 디플로마 과정은 이런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KOSTA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그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드는데요.
양승훈 예, 정말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말이 좀 우습지만 저 자신도 이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합니다. 사실 제가 강의하는 것은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 창조론 등 3-4 과목 과목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계관의 여러 강좌들이나 사회과학, 가정사역, 신학 등의 여러 강의는 다른 분들이 강의하는데 대부분의 강의들은 녹음을 해서 제가 듣습니다. 강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평가, 강의 내용의 조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저도 배운다는 목적이 큽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원장으로서 누리는 특권이지요.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세계 곳곳에서 훌륭한 학자들이 와서 가르치는데 저는 그 축복의 가운데 서 있는 셈입니다.
eKOSTA 요즈음 인터넷의 발달로 인터넷 학교 등도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 쪽으로는 계획이 없으신지요?
양승훈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강의들이 더 안정되고 표준화되어야 합니다. 돈을 받고 온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팔려면 흠 없이 제대로 만들어야 하듯이 강의 내용에도 표준화와 질적인 제고가 있어야 합니다. VIEW의 강의들은 좀 더 실제적이고 삶에 근접한 우리의 전공, 직업,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강의들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기존의 코어과목에 있는 몇몇 신학 강의들을 뺀 나머지 대부분의 강의들은 새로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의를 통해 교수들을 훈련시킨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강의계획서를 만들 때 “북미주 표준”에 맞추도록 엄격하게 몇 번씩 개정을 하게 합니다. 어느 교수가 가르치더라도 같은 강의는 큰 차이가 없도록 표준화된 강의, 수준 있는 강의가 될 수 있게 말입니다.
강의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에도 합당한 것입니다. 저는 수준(quality)을 우상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시간과 은사를 생각하면 정말로 하나님 앞에서 최선의 강의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두 해에 걸쳐 이루어진 강의들의 강의계획서와 강의록을 조금 더 수정하게 되면 10여 개의 강의는 금명간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KOSTA 선배 유학생으로서 이제 이코스타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서 타문화권에서 학문적인 성취 뿐 아니라 영적인 성숙을 이룰 수 있을 지 말씀해 주십시오.
양승훈 유학생은 배우러 온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논문 쓰면서 전공 공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일단은 그것을 위해서 유학 온 것이니까요. 이에 더해 북미주에 유학 온 유학생으로서는 앵글로 섹슨이 설립했던 나라, 문화 그리고 교회를 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느리고 둔하고 악착같지 않으면서도, 그리고 연간 휴가를 한 달 씩 찾아먹으면서도, 오후 네 시 반만 되면 주차장에 차가 남아있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선진국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해를 저들과 더불어 일하면서 저는 우리가 저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몇 가지 일하는 작업윤리를 본 받지 않고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도저히 저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밴쿠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일간지 <밴쿠버썬>지(誌)(The Vancouver Sun)에 커다란 제목으로 “South Koreans, the World’s Workholics”라는 기사가 실렸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뉴욕의 어느 회사에서 낸 통계를 다룬 내용으로,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주간 노동 시간이 가장 많다는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한국인은 주당 노동 시간이 약 55시간, 프랑스인은 가장 적은 약 40시간, 미국은 약 42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55시간을 일하는데도 삶의 질이 프랑스인들이나 미국인들보다 낮을까요? 저는 유학생활 하면서 이런 문제에 관해서 우리의 부족한 점과 서구인들의 강점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인들의 협력하고 연계하는 문화, 기록하고 남기는 문화, 그리고 저들의 합리성인 계획과 업무수행 등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제가 호산나넷에 칼럼을 써 놓은 것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www.hosanna.net/new/society/의 ‘교육선교’ 칼럼에서 ‘협력과 기록 그리고 합리’라는 제목의 글.
eKOSTA 이제 마지막으로 특별히 학문과 신앙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되는 저희 이코스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양승훈 아무래도 한국말로 된 책이 읽기가 편할 것 같으므로 한국인이 쓰거나 한국어로 번역된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우선 세계관 분야의 기초적인 책으로는 전광식 교수의 <학문의 숲길을 걷는 기쁨>(CUP), Middleton & Walsh의 <그리스도인의 비전>(IVP), 안점식 목사의 <세계관을 분별하라>(죠인선교회), 저의 책 <기독교적 세계관>(CUP)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다른 분야의 책들을 제가 많이 알지를 못하니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성경적인 조망을 다룬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R. Hooykaas 교수의 <근대과학의 발흥과 기독교>(정음사), Charles Hummel이 쓴 <갈릴레오 사건> (IVP), 몬스마 외, <책임있는 과학기술>(CUP)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