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밟기’는 샤머니즘을 기독교로 포장한 것에 불과”
전략적 선교자원 한인 디아스포라를 동원하라[footnote]필자는 2002년 1월부로 Wycliffe Bible Translators 국제본부의 Asian Diaspora 동원사역을 맡게 되어 디아스포라 신학 및 선교전략을 정리하기 시작하여 2003년 1월 Denver, Colorado에서 열린Symposium on Korean American Missions Mobilization 200에서 영문초안을 발표했다. 그 글이 계간지한국선교 KM(2003년 봄)에 소개되었고, 한글로 보완한 글이 2004년 Baltimore Forum에 발표되었는데, 본고는 GBT 2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손질한 것임을 밝힌다.[/footnote]
디아스포라[footnote]Diaspor는 헬라어 동diaspeirei분산하다 8:1, 4; 11:19의 명사형으로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타지에 흩어진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7:35; 1:1,벧 1:1)[/footnote] – 선교의 전략적 자원
구약성경 이후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기까지 4세기동안 기록된 하나님의 계시가 없었다. 그 동안 하나님은 무엇을 하셨는가? 로고스이신 그분은 말씀으로(in word) 계시하실 뿐 아니라, 역사의 주인으로서 세속사와 교회사를 친히 주관하고 운행하심으로써(in deed) 그 뜻을 드러내신다. 바울은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셨다고 말한다(갈 4:4). 그리스도가 우연한 때에 아무데나 오신 게 아니라, 하나님의 예정된 시간표를 따라 한 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장소와 시점에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오셨다는 말이다. 흔히 ‘중간기’라 부르는 이 시기에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초림을 어떻게 준비하셨는가?
성서신학자들과 교회사가들은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한다. 특히 그리스‐로마제국의 융성과 헬라(Greece) 문화/언어의 확산, 그리고 흩어진 유대인들(Diaspora)이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를 보여주는 빼어난 예들이다. 헬라어의 보급은 신약성경이 기록되어 널리 배포될 환경을 조성했고,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던 로마제국의 교통망과 치안의 확립은 광활한 지역에 복음을 들고 나가는 이들의 자유롭고 안전한 여행을 보장했으며, 흩어진 유대인들은 가는 곳마다 회당을 짓고 구약성경을 가르침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God fearers)을 준비시켜 복음과 선교의 교두보를 만들었다[footnote]Franklin(2001)과De Ridde1975:77)를 참조[/footnote]. 예수님 공생애 당시 구원 받은 백부장이라든지, 베드로를 통해 복음을 영접한 고넬료, 바울이 선교여행 중 찾아간 회당들을 중심으로 복음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던 이방인들이 대부분 그 부류에 속한 이들이었다.
결국 디아스포라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 곳곳에 전하려는 하나님의 선교적 계획 성취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도구였다. 그들은 유대인들이 갖는 인종, 언어, 문화적 단일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제3문화 집단이었다. 팔레스타인에 머물렀다면 결코 극복할 수 없었을 문화적 배타성과 폐쇄성, 그리고 율법적 경직성과 ‘장로들의 유전’을 그들은 새로운 환경 덕분에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다. 이방인들 속에 섞여 살면서 그들도 짐승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좇아 창조된 존귀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예루살렘을 멀리 떠나 곳곳에 회당을 지으면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 반드시 성전이라는 특정장소에 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으며, 제사장이 없이도 평신도들이 예배와 의식을 집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교적으로 의식이 열리고 생각이 트인 집단으로 변해 사도행전의 역동적 드라마를 가능케 한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초대교회 선교를 위해 디아스포라를 택하신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도 바울의 독특한 언어 문화적 유산을 생각해보라. 그는 로마 시민이자 유대인인 디아스포라 부친에게서 태어났다.[footnote]Latourette1975:6)[/footnote] 그는 소아시아의 헬라 도시인 다소에서 나고 자랐고, 유대인의 언어인 히브리어 및 아람어와 더불어 이방인의 언어인 헬라어에 모두 능통했다. 그는 비록 자신의 혈족인 유대인을 복음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롬 10:1), 자신이 특별히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심 받은 사실을 깨달았다 (롬 11:13). 그는 자신이 부름 받은 다양한 사역적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어서 “상황의 필요에 따라 팔레스타인‐유대 개념, 헬라‐유대 개념, 그리고 헬라‐이방 개념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footnote]Verkuyl1978:11[/footnote] 그는 진실로 타문화권 사역에 이상적으로 준비된 사역자였다. 바울뿐 아니라 바나바, 실라, 누가, 마가요한, 디모데, 브리스길라, 아굴라, 루디아, 아볼로 등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 선교사들도 그와 같은 디아스포라 출신들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 자신도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늘 보좌를 떠나 이 세상에 오신 디아스포라 선교사였다. 복음의 원형인 언약(창 12:1‐3)의 본질 역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을 디아스포라로 부르신 소명이었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 그리스도의 지상명령(마 28:18‐20)이 본질적으로 “가라”는 명령인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영역을 떠남이 없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완수할 방도는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자기 백성을 흩으시는 것이다. 마치 농부가 분명한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씨를 뿌리듯[footnote]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사용된 동사가speirei( 13:)인 사실을 주목하라[/footnote]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의도적 섭리이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그래서 사도행전 1:8에 예언된 세계선교는 유대 그리스도인들이 유대와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행 8:1‐4), 그리고 헬라인(이방인)에게 (행 11:19‐26) 디아스포라로 흩어짐으로써 구현되었다.[footnote]두 구절 공히diasparente(8:4, 11:19)가 사용되었다[/footnote]
한인 (아시아인) 디아스포라[footnote]자기네 언어인종적(ethnolinguistic) 근원지를 떠나 타지에 흩어져 사는 한인(아시아인).[/footnote]의 가능성
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례 없는 기동성과 이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유학이나 이민 등 능동적 이주뿐 아니라, 전쟁과 내란, 천재지변으로 인한 난민이나 정치적 망명자 등 수동적 이주도 전례 없는 규모로 불어나고 있다.[footnote]참조: 국제연합 산하 UNHCR http://www.unhcr.ch) 자료.[/footnote] 지난 세기만 해도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은 그들의 인종 언어적(ethnolinguistic) 경계 내에 거주했었다. 한민족도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갇혀 지냈다. 인종, 문화, 언어적 동질성 면에서나 문화적 배타성 및 폐쇄성 면에서 지구상에 유대인을 가장 닮은 민족이 있다면 아마 한인이 아닐까 싶다. 선교하기에 가장 장애요인이 많은 두 민족인 유대인과 한인을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우리 하나님은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 신비한 경륜을 주권적으로 행사하시는 절대자이심이 틀림없다.
한인의 한반도 편중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멀리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가깝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체제가 종식되던 90년대부터라 할 것이다. 일제 36년의 침탈을 통해 오랜 세월 한반도라는 우물에 갇혀 지내던 한민족은 당시 약 2천만을 헤아리던 한반도 인구의 사분지 일 이상이 해외로 흩어지는 민족 대이동 드라마를 연출했다.[footnote]박기호(1999)[/footnote] 그 이후에도 1937년 스탈린에 의한 연해주 교포들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라든지, 해방 이후 한국동란과 월남파병을 통한 분산,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 이후 가속화된 북미주 이민물결, 중남미 농업이민, 간호사와 광부 중심의 유럽 이주, 외환법 개정 및 해외여행 자유화 및 다양한 형태의 해외투자, 세계화 물결에 편승한 대량 유학바람, 73년간 지속된 냉전체제의 압박, 20세기말 급속한 냉전의 종식과 그에 따른 범세계적 민족이동 등 한반도 안팎의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들이 한민족 분산을 가속시켰다.
동방 ‘은자(隱者)의 백성'(the hermit nation)[footnote]Griffis(1882)[/footnote] 한민족을 긴 동면에서 깨어나게 하시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흩으신 하나님의 섭리 이면에는 무슨 뜻이 있었을까? 물론 하나님의 선교적 목적 때문이었다. 로마제국의 침략을 통해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고 흩어져서라도 세계를 품고 선교의 과업을 감당하게 하신 ‘선교의 하나님’[footnote]Stott (1999)[/footnote]께서 불과 백여 년 역사를 통해 교회사상 전례 없는 괄목할만한 부흥과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를 선교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한인들을 강권적으로 흩으신 것이다.[footnote]한반도에 복음이 소개된 후 한민족이 나라를 잃었다는 사실도 이스라엘과 유사한 상황이다.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된 부흥운동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한지 불과 3년 후 한일합방의 치욕을 경험하면서 민족 대이동이 본격화되었다.[/footnote] 현재 약 600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인 디아스포라의 엄청난 선교적 잠재력을 생각해보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다양한 문화와 언어와 인종에 노출되어 함께 섞여 사는 가운데 자문화 중심적 편견과 아집을 벗어버리고 타문화권 선교를 위해 이상적으로 준비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한민족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인종들에게도 해당되는 하나님의 섭리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7천만을 헤아리는 화교들이 흩어져 살고 있고, 인도계 디아스포라가 3천만, 필리핀계 디아스포라가 9백만, 일본계 디아스포라가 3백만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footnote]이것은 그간의 다양한 모임들(Asian Diaspora 전략회의, Ethnic Workers Summit 등)을 통해 입수한 비공식 통계이며 더 정확한 상황과 숫자를 파악하기 위한 전문이 본격적인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현황에 대해서는 윤인진(2004)을 참고하라.[/footnote] 그들은 대부분 본국의 동족들보다 복음에 대해 더 열려있어서 전도와 선교의 측면에서 매우 전략적인 자원인 셈이다.[footnote]심지어 한인 디아스포라도 한반도의 한국인들보다 복음적에 대해 더 수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홍은선 (2001).[/footnote]
역사의 수레바퀴에 휩쓸려 우여곡절 끝에 수동적으로 이국땅에 옮겨진 한인동포를 포함하여 자발적으로 이주한 이민과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요즈음은 세계 어느 곳에 가든 한인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1985년 미국에서 시작된 연례 유학생수련회(KOSTA)만 하더라도 이제는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하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러시아, 중국,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잘 준비된 선교사들을 심심찮게 배출하고 있다. [footnote]KOSTA website: www.kosta.org[/footnote] 한국교회가 파송한 타문화권 선교사 수가 1만을 헤아린다지만, 60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 중 10%만 그리스도인이라 가정해도 그 수는 무려 60만이나 된다. 그들은 언어, 문화적으로 잘 준비된 인력이고 해외 선교현장에 정착해 살고 있는 전략적 일꾼들이다. 그들에게는 비자 문제도 없고, 재정적 지원이 없어도 자비량하며 사역할 수 있다. 그들은 선교지 사회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섞일 수 있는 용모를 가지고 있다.[footnote]서구선교의 입지가 극도로 약화된 21세기에는 여권passport = 국적)보다 여권사진(passport photo = 인종)이 더 중요하다는 흥미로운 언급이 선교계에서 회자되고 있다[/footnote] 그들은 이주한 나라의 비주류 소수계층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선교지 소수민족의 입장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서구인들에 비해 더 장기적인 헌신을 하는 편이며, 불리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많은 애환을 경험했기 때문에 선교지에서의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시안 디아스포라 사회는 학문적 열심과 전문성에 대한 성취욕이 높은 편이어서[footnote]최근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American Council on Educatio의 조사를 근거로.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소수민족, 특히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가 1990년대 들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www.nytimes.com/2002/09/23/education/23COLL.html?todaysheadline[/footnote] 선교지 비자 습득을 위해서나 토착교회의 역량을 구축하고 현지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그들의 시각이 열려 많은 디아스포라 일꾼들이 선교에 참여하게 된다면 남은 과업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완수될 수 있겠는가![footnote]북미주선교신학회American Society of Missiolog) 2002년 연례총회의 주제가“Migration: Challenge and Avenue for Christian Mission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footnote]
급성장하는 2/3세계 교회
오늘날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의 분포는 세계선교를 위해 우리 시선을 서구교회가 아닌 2/3세계 교회를 주목하게 한다. Barrett & Johnson(2001)의 통계에 근거해 작성된 아래 도표를 보라. 검정막대로 표시된 서구교회는 지난 30년간 18% 성장한 반면, 새롭게 부상하는 비서구교회는 같은 기간에 131%나 성장했다. 수치상으로 볼 때 이 시대는 파랑막대로 표시된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남미 교회가 주도하고 있는데, 그들은 숫자만 많을 뿐 아니라 생동력이 넘치고 핍박과 가난 속에서도 성장한 교회들이다.[footnote]Watters (2002)[/footnote] “지구촌에 12명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산다고 가정했을 때, 북미주에 2명, 중남미에 2명, 아프리카에 3명, 아시아에 3명, 그리고 유럽과 태평양에 각각 1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footnote]Taylor (2001:31)[/footnote] “1800년에는 아마도 1% 정도의 개신교도만이 유럽과 북미주 밖에 살았을 것이다. 1900년에 이르러 그 규모는 10%로 늘었고, 오늘날은 약 2/3의 개신교도 및 구교도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footnote]Jenkins (2002:37). 비서구 세계를2/3세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인구나 면적이 전체의 2/3를 차지하기 때문인데, 이 통계에 근거한2/3세계 교라는 표현도 적절한 셈이다.[/footnote]
선교사 파송 추이도 그와 유사하다. “10년 전에는 대략 91%의 해외 선교사들이 서구에서 파송되었으나 2000년에는 그 비율이 79%로 줄어들었다. 대단히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비서구 세계가 파송한 선교사의 수는 3배로 증가했다. (중략) 선교사 파송의 가장 극적인 성장은 한국에서 일어났는데, 그 수는 1990년 2,032명에서 2000년 10,646명으로 늘어났다. (중략) 비서구권 선교사 파송의 두 번째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브라질로 1,080명의 선교사를 파송했고, 그 다음은 필리핀으로 678명의 타문화권 선교사를 파송했다. 46,0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현저한 선두를 지키고 있고 지난 10년간 6,000명의 새로운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반면에 노르웨이와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전통적 파송국가들은 해외 선교사의 심각한 수적 감소를 경험했다.”[footnote]같은 책:31‐32.[/footnote]
비전 2025와 아시안 디아스포라 동원사역
Wycliffe Bible Translators와 자매기관 SIL International은 매 3년마다 열리는 국제총회 1999년 모임에서 ‘비전 2025’라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비전 2025는 늦어도 2025년까지는 아직도 자기네 말로 기록된 성경이 없는 3천 미전도 종족 집단의 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번역해주는 일이 최소한 시작되게 하자는 결의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더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두 단체는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사역적 관행을 과감히 초월해 창의적인 방식들을 도입하고 남은 과업의 완수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자원들을 동원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와 디아스포라 등 새롭고 전략적인 자원들에 시선을 돌리게 했고, 마침내 라틴아메리카 동원사역(Latin America Initiative)과 아시안 디아스포라 동원사역(Asian Diaspora Initiative) 같은 새로운 전략사업이 출범되었다.
이미 언급한 디아스포라의 전략적 가치를 생각할 때, 비전 2025의 성취를 위해 아시안 디아스포라 교회들을 동원하는 이 새로운 사업은 매우 타당하고 시기적절하다고 본다. 국제 위클리프(Wycliffe International)는 2010년까지 1,000명의 아시안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2,000명의 아시아 출신 사역자들을 동원하는 목표를 세웠다.[footnote]우리는201년까지 중남미에서 500명 아시아와 아시안 디아스포라 사회에서00명 아프리카에서80명 그리고 기존의 위클리프 단체들로부터20명의 추가적인 사역자들이 타 언어나 모어母語 성경번역 운동의 지도자로서 위클리프와 함께, 또는 장외에서, 동역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Watters 2002)[/footnote] 이것은 물론 아시안 디아스포라 동원사역만의 목표가 아니라 모든 아시아 위클리프 단체들(한국, 일본, 홍콩,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네팔, 인도), 그리고 아시안 디아스포라가 밀집한 세계의 여러 지역들(북미주, 중남미, 유럽, 호주 등)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과업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북미주 선교사들을 배출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감당한 어바나 선교대회(Urbana Convention)의 아시아계 참석자 비율이 1980년대부터 급성장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footnote]어바나 선교대회에 참석한 아시아계의 대부분은 영어를 사용하는 Asian Diaspora이었다.[/footnote] 2000년 대회의 경우, 18,818명의 참석자 중 아시아계가 4,895명으로 전체 참석자의 26.1%를 차지했고 [footnote]www.urbana.org/u2000.factsheet.cfm[/footnote] 2003년 대회는 19,086명의 참석자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이 27.3%로 늘어났는데[footnote]http://www.urbana.org/u2003.facts.cfm[/footnote] 그들 중 상당수가 타문화권 선교에 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footnote]2000년에는 10,563명(72.71%)이, 2003년에는 10,936명()이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World Christian)으로서 선교적인 삶을 살기로 헌신했다[/footnote]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KODIMNET)의 필요성과 시급성
지난 수년간 필자는 아시안 디아스포라 동원사역의 책임자(International Coordinator)로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을 방문하고 교제하는 특권을 누려왔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사회의 엄청난 선교적 잠재력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잠자는 거인을 깨워 세계선교의 남은 과업에 투입해야 할 필요성과 시급성을 절감했다.[footnote]Asian Diaspora를 동원하기 위해 현재 제작중인 비디오 프로젝트의 제목이 잠자는 거인 깨우(Waking the Sleeping Giant).이다.[/footnote] 얼마 전 유럽의 한인교회에서 선교세미나를 인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강의를 그곳의 한인교포 2세들이 4개의 다른 언어(영어, 불어, 독어, 화란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게 아닌가! 그들의 언어 문화적 역량에 감동한 필자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유럽 거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선교 전략적 가치에 대해 역설하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이나 지도자들 공히 별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필자는 그들이 경제적 영세성 때문에 세계선교의 과업을 짊어지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선교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받은 달란트의 분량대로 이윤을 남길 것을 기대하시지, 주시지 않은 것을 바라시는 분이 아니다. 유럽의 한인교회가 비록 경제적으로 영세하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있는 탁월한 인적자원을 세계선교를 위해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한 달란트를 주시고 다섯 달란트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은 아니지 않은가? 유럽과 중남미와 아시아 여러 나라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그들의 손에 있는 인적자원을 바치고, 북미주와 호주와 한반도에 있는 교회들이 인적자원과 더불어 물적 자원을 바쳐서 십시일반으로 함께 돕는다면 현 상태로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선교동역이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03년 1월 북미주 한인 선교동원 심포지엄(Symposium on Korean American Missions Mobilization)에서 이 문제의 대안으로 세계선교를 위한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KODIMNET: Korean Diaspora Missions Network)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구성을 위한 몇 가지 실천방안을 제안하였다.[footnote]이 모임은 Project BGAN (Bringing the Gospel to All Nations) 주최로 2003년 1월13‐15일 Denver, Colorado에서 열렸다. 약 30명의 선교동원가 및 지도자들이 모인 이 심포지엄의 자료는 해당 websitewww.projectbgan.or)를 통해 접할 수 있다.[/footnote] 그 어간에 북미주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의 선교적 협력과 동역을 도모하고 촉진하기 위한 모임으로 세계선교동역네크워크(KIMNET: Korea Inter‐Missions Network)와 Project BGAN(Bringing the Gospel for All Nations)[footnote]Project BGAN은 일단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운동으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아시안 디아스포라 선교운동으로 발전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ebsite를 참조하라: www.projectbgan.org[/footnote] 등의 네트워크가 출범했는데, 이런 모임을 북미주 KODIMNET으로 보고, 중남미와 유럽, 아시아, 대양주 등 다른 대륙에서도 유사한 네트워크들이 짜여진다면 그 운동들을 잇는 범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가 태동될 수 있고 그러한 시도를 통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자원과 기회를 공유하며 세계선교의 남은 과업 완수를 위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한편, 세계선교에 한국 젊은이들을 본격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출범한 선교한국 운동은 그간 대회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해외 교민들의 참여가 늘어나자 점차 ‘한반도’로부터 ‘한민족’ 선교운동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선교한국 2004 대회 직후인 8월9일, 서울 사랑의 교회 교육관에서 선교한국 주최로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KODIMNET) 발기모임이 열리게 되었고, 여기에 북미주와 중남미, 유럽, 호주,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동원사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현황을 나누고 바람직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후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하였다. 이 여파를 타고 지난 9월21‐23일 아르헨티나에서는 중남미 한인교회들의 선교네트워크(LAKOMNET: Latin America Korean Missions Network)가 태동되었고, 다른 대륙들과 나라들에서도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향후 GBT의 동원사역도 한반도를 넘어 온 세상에 흩어진 600만 한인 디아스포라를 겨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가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해물은 집단이기주의적 근시안이다. 개인과 특정단체와 지역교회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세계선교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우리의 역량과 자원을 한 주머니에 모을 수만 있다면 남은 과업의 완수는 그리 멀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힘이 더 세지거나 자원이 더 풍부해져야 지상명령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은 과업 완수의 공적(公敵) 1호는 부족한 자원이나 인력이 아니라 협력과 동역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Robb은 David Barrett과 James Reapsome이 공저한 700 Plans to Evangelize the World 의 자료를 인용, 협력 체제의 부재가 세계 선교의 가장 큰 장해요인이라고 밝히면서, 범세계적이고 초교파적인 협력 체제의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은 과업은 영원히 완수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footnote]Robb(1993:5)[/footnote]10년 전에 출판된 그 책에 따르면 당시 세계 복음화를 겨냥하여 진행 중이던 프로그램들의 삼분지 이가 각각 스스로를 가장 중심적인 운동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단체나 프로그램과의 유대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었고, 다양한 단체들과의 실질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선교단체나 교단은 겨우 4% 밖에 안 되는 형편이었다.
KODIMNET은 지금까지 모래알처럼 흩어져 좀처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던 한국 및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개념이라 믿는다. 이것은 새로운 대형단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흩어진 개인들과 교회들이 하나님이 주신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여 범세계적 선교운동을 일으키는 일이다. 구체적인 예로, 앞에서 언급한 유럽의 한인 2세가 선교사로 헌신하고 한반도와 북미주에 있는 교회들이 십시일반으로 그의 재정적 필요를 채워준다면 잘 준비된 전략적 인력이 낭비되지 않고 세계선교를 위해 의미 있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미주에서는 세계한인선교대회(KWMC)와 세계선교동역네크웍 (KIMNET), Project BGAN 등이 북미주 KODIMNET의 중심축 역할을 감당해주면 될 것이고, 한반도에서는 선교한국 사무국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섬겨주고, 중남미는 LAKOMNET이 그 기능을 감당하며, 유럽, 아시아, 대양주는 향후 조직되는 네트워크들이 대륙별 혹은 국가별 KODIMNET을 구축해주면 향후 범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Worldwide KODIMNET)가 구축되어 운영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선교에 헌신한 개인들과 교회들은 이러한 국가별, 대륙별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연합 선교운동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란 모든 이에게 문이 열려있는 운동으로 누구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며 유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느슨하고 실속 없는 운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로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헌신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위에 거론한 다양한 도우미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단체들과 운동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인 선교참여의 방편이다.
토의를 위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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