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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는 길에 이용하는 I-90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교통사고는 3년 전 2011년 7월에 일어난 14중 추돌사고였습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길게 늘어선 차들의 행렬 가운데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쫓기고 있었던 차들이 정체를 피하기 위해 갓길과 잔디밭까지 넘어서 출구로 빠져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Rachel Beckwith 라는 9살 소녀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Rachel은 생일을 맞아 선물 대신 저개발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던 정수 프로젝트에 기부할 300불을 모금하고 있었습니다. 300불은 15명의 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금액이었는데, 아쉽게도 본인이 목표로 했던 것보다 80불이 모자란 220불을 모금했습니다. 사고 뉴스와 함께 Rachel의 사연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Rachel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금에 참여하여 훨씬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 15일, 어김없이 I-90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출근을 하려던 길이었습니다. 마침 고속도로가 무척 정체되어 있어서 어쩌면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빨리 우회하는 국도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한국에서 벌어진 세월호 사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구조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무책임한 개인과 조직을 향한 분노로 변해가면서 문득 9살 소녀의 죽음이 그 순간에는 불편함으로 다가갔을 갓길 운전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겪었을지 모르는 비극이 저에게도 불편함에 불과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 역시 3년 전 갓길 운전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약함을 경험하는 존재입니다. 인생의 절정을 맞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 안에 내재된 연약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어렵고 힘든 고난의 순간에는 상황이 주는 압박감이 우리의 약함을 더 깊이 자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소망을 발견하는 곳은 누군가의 약함을 불편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함 가운데에서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고 보듬고 돕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Rachel 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Rachel이 죽음을 맞이한 그 자리에는 이제 Rachel의 교회 친구들이 심어놓은 조그마한 십자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소망의 원천은 십자가에서 인류의 약함을 경험하고 짊어지시고, 부활을 통해 궁극적인 소망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며 우리 안에 내재된 약함을 포장하거나 감추려하는 대신 정직하게 그 약함을 받아들이고, 약함 가운데 거하시는 그리스도의 비밀스러운 능력을 더 깊이 깨닫고 경험할 수 있기 원합니다. 약자를 위해 오신 그리스도의 삶과 시선이 우리의 삶과 시선이 되어, 약자들과 함께 우리의 삶을 나누는 가운데 이전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기쁨을 경험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KOSTA/USA Chicago Conference가 되기를 깊이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김진태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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