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집회는 손태환 목사님께서 요한복음 5:1-9의 말씀으로 “은혜, 자리를 내어주다”라는 제목으로 전해주셨습니다. 설교 내용의 일부를 아래에 올렸습니다.
가끔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은혜입니다. 은혜의 사전적 정의는 고맙게 베풀어주는 신세나 혜택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은혜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성경에 나오는 ‘베데스다’는 은혜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먼저 물에만 들어가는 자의 병이 치유된다는 그 곳은 사실 선착순의 신화가 만들어낸 무한 경쟁의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곳에 모인 병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 것이 아니라 그저 걷고 싶고 낫고 싶기 때문에 모인 것입니다. 이방 신 ‘아스클레페이온’의 신전이기도 한 베데스다에서 의미하는 은혜란, 결국 이방신의 치유의 은혜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절박하게 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양문 안 여호와의 성전에서는 병자들에게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병자들을 향한 은혜가 없었습니다. 그 은혜없음이 병자들을 이방신의 신전으로 밀어낸 것입니다. 오늘날 graceless의 세상, 자격이 있어야 자리를 내어주는 세상이 이와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외면 받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교회, 설 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그렇게 베다스다로 향했던 그 병자들처럼 또다른 미신과 우상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자격없는 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설 곳없는 자들에게 문을 열 때, 교회는 은혜의 자리가 됩니다.
인류학자 김현경은<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은혜가 없는 것은 곧 장소 없음을 의미합니다. 은혜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늘 장소 없음에 스트레스 받습니다. 나를 위한 자리가 확보되지 않을 때, 인간은 끊임없이 불안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에덴이라는 장소를 잃은 인간에게 직접 내려오신 예수님, 직접 그 삶을 살아가며, 머리 둘 곳 없는 땅을 빼앗긴 이들에게 찾아가서 천국을 주시겠다 약속하신 그것이 은혜입니다.
말씀에서 예수님은 베데스다에 자리를 깔고 누운 38년 된 병자에게 찾아가십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세상은 시선을 두지 않는 그 병자를 바라보신 것에서 부터 그 은혜는 시작됩니다. 예수님이 ‘네가 낫고자 하느냐’물으실 때 그 병자는 ‘낫게 해주십시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갑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낫고자 하는가 아님 누군가보다 앞서나가기 원하는 것인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은혜가 아닙니다. 은혜는 사람되게 하는 것이지 사람을 넘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라’ 말씀하십니다. 이 것이 진짜 은혜, 진짜 베데스다 입니다. 이 병자에게 가장 큰 은혜는 일어나 성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예수께로 들어간 것입니다.
예수님의 양문은, 흠없는 양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힘들고 망가져 자리없는 양들, 바로 우리를 위해 열린 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어느 누구에게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은혜는, 그리스도 밖에 있던 우리가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오게 된 사건, 아무 자격없는 우리가 예수의 양문을 열고 감히 그 성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은혜를 받은 교회가, 이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는 자들에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은혜 받은 자인 우리가 갈 곳 없는 자들을 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은혜받은 자가 마땅히 해야할 일입니다.
이후 리플렉션 (반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말씀을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적용하는 시간입니다. 생각해 볼 이슈나 질문들을 화면에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과 묵상 또는 결단을 노트에 적습니다.
적은 것을 옆에 있는 조원들과 간단하게 나눕니다. 이제는 조원들과 많이 친해져서 나눔이 활발합니다.
책 소개가 빠질 수 없지요. 4권의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 필립 얀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 도날드 밀러 “재즈처럼 하나님은”
- 브래넌 메닝, “아바의 자녀”
- 폴 밀러, “사랑하다, 살아가다”
책 소개가 효과적이었던 것일까요? 식당으로 가는 길에 책방에 들러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