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동양 의학에로의 복음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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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의학에로의 복음적 접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탈현대주의'(Post-Modernism) 시대라고 흔히들 부르고 있으며, 근래 코스타(KOSTA)에서도 많은 강의들이 이 ‘탈현대주의’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것은 그 만큼 이 탈현대주의 사조가 이 시대를 살아 가는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발견 되어지는 특별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동양 사상과 동양 의학(한의학)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양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하는 시각의 일대 전환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히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 변화의 추이를 우리 크리스천들은 단순히 동양인, 또는 한국인의 시각으로서가 아닌 크리스천의 영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19세기에 서양의 열방들이 동양, 그 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나라로 진출하면서 한 편으로 십자가의 복음을 전했고 이 때 선교의 귀중한 도구로 서양 의학이 쓰임을 받았던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들의 귀한 신앙과 발달된 의료 혜택이 이에서 비롯 되었음도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의 뒤안으로 많은 우리의 귀한 유산들이 사라지거나 감추어졌던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선조들의 지혜의 유산인 한의학이다.
시대가 바뀌고 땅 속에 깊이 파묻혔던 동양 의학(한의학)이라는 그 지혜의 유물이 빛을 보게 되면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 놓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그 유물에 붙어서 굳어 버린 비의학적인 주변 요소들도 함께 세상에서 빛을 보며 보물 행세를 하게되는 의외의 현상이 발생되었는데, 이는 바로 도교, 불교와 더불어 그 아류로서 탈현대주의 사조가 낳은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이라는 인본주의 종교들이 동양 의학을 도구 삼아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근자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한국의 TV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송된 ‘김용옥의 노자, 공자 강의’나 ‘김홍경의 동양 의학’도 바로 이런 시대 경향으로 볼 수가 있다.
서양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있는 현대 의학과는 달리 동양 의학은 오랜 역사를 통해 우주의 질서와 생명 운동의 법칙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관찰하며 수 많은 경험들을 축적하여 얻은 산물인 바, 그 핵심이 바로 음양오행 이론이라는 질서의 법칙인 것이다. 우주와 인간 생명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인류가 창조 세계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바라 보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찾아 낸 이 생명 운동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 의학을 깊이 연구해 보면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그 질서의 법칙에 상당히 접근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음양, 오행, 주역, 기, 경락, 경혈 등의 용어를 쓰며 동양 의학을 논하면 우리 크리스천들은 이질감을 갖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그 의학이 자라난 시대와 문화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서양 의학이 기독교 사회에서 기독교 문화에 터 잡아 성장했기 때문에 의학 이론이야 어떻건 간에 기독교적이라고 간주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양 의학은 도교와 불교라는 동양의 인본주의 종교 문화의 환경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의학 이론의 진지한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비기독교적이라고 간주되어 버린 것이다.
의학은 언제나 철학이 아닌 과학을 바탕으로 하여야 성립이 된다. 동양 의학은 음양오행 이론이라는 균형과 조화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크게 유용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합리적이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죄악된 세상 가운데서라도 그 분의 질서를 따라 살기를 원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이 가운데서 찾아 볼 수가 있는데, 중요한 사실은 건강이란 욕심 부린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를 잘 따라서 살아갈 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사상 의학이라는 이제마 선생의 체질 의학만 하더라도 그 내용 중에 각 체질의 사람들이 각기 어떤 욕심을 부림으로써 병이 들게 되는가 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내가 무슨 체질이며 무슨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 지는가를 알아 보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나 실은 이런 현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사상 의학의 내용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좀더 사상 의학을 깊이 다루어 보면 우리들의 타고 난 죄성을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요즘 신앙의 세계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SF(Spiritual Fiction; 영적 허구)의 문제도 동양 의학의 정서 작용(喜,怒,哀,思,悲,恐,驚의 7가지 정서가 질병을 구성하는 원리)을 통하여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감성과 영성의 구분에서 혼란이 올 때 이런 원리도 유용하리라 본다. 감성은 절제가 덕이 되지만, 영성은 어디를 바라 보는가의 방향성이 핵심이 된다.
오늘날의 ‘교회’들은 상업주의와 신비주의 물결 속에서 병 들어 신음하면서도, 스스로를 수술대 위에 올려 놓는 아픈 결단을 내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의학’은 동서양의 의학을 막론하고 상업주의와 신비주의, 그리고 선정적인 퇴폐주의에 휩쓸려 중병을 앓고 있지만 스스로를 진찰대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의식 마저 상실한 불감증이라는 병까지 겹쳐 표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 날의 교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의학의 현장이기 때문에 더 많은 영혼들을 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의학은 하나님의 역사의 현장인 인간의 몸을 인간 능력의 실험장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시대에 헌신적인 크리스천들에 의하여 베풀어 지는 의술은 그 의학의 내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탈현대주의가 주도하는 이 시대는 의학이 내용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더우기 동양 의학을 둘러 싸고 전개되는 신비주의 경향은 많은 영혼들을 실족케 하고 있음을 임상의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비복음적인 기공이나 요가, 선, 명상 등 인본주의 종교의 수행 방법들이 버젓이 건강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의 교회로 들어 와서 크리스천들의 영성을 흔들어 놓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이란 취향이나 유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으로서의 절대 명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양 의학은 분명히 우리 선조들이 남긴 지혜의 유산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이 귀중한 의학에 붙어 있는 비복음적인 요소들을 하나 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 나갈 때 모든 학문의 주인되시는 우리 주님이 동양 의학을 통해서도 큰 역사를 이루시며 영광 받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