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국] 정연희 전작 장편소설
eKOSTA 서평
정연희 전작 장편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9월 11일의 대 테러사건을 두고 도데체 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알기를 원하거나, 하나님은 왜 그런 끔찍한 일들을 허락하셨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을 줄 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으로 과연 예수님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아 계신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어떻게 바라 보실까 하는 질문을 했었다. 그런데 바로 성경에 그 답이 있지 않은가? 누가복음 13장 1절에서 5절까지 보면 몇몇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희생 제물을 바치려던 사람들이 빌라도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이런 말씀을 하신다. “실로암에 있는 탑이 무너져서 치여 죽은 열 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아니하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눅13:4,5 표준새번역). 예수님은 분명 그 시대 당시의 질문하던 사람들, 혹은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왜?”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셨다. 대신에 도무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있다는 것과, 그렇기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궁극적인 우리의 운명을 이야기하심으로 답을 주시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달의 양서로 선정한 책 ‘내잔이 넘치나이다’가 결국은 같은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고난을 어떻게 바라 보아야 되고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문제를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무명 크리스천의 고난의 인생을 통해서 풀어 나가고 있다. 우리 민족의 대 비극인 육이오 시대를 살면서 고난을 통해 아름답게 피어난 우리의 믿음의 선배에 대한 책인 것이다. 시대적으로 고난과 비극의 시대인 일제시대 말기에 태어나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1952년까지 겨우 26년 8개월을 살았던 한 젊은이의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읽어 가면서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경륜과 뜻을 발견하게 된다. 매서운 북풍한설을 지나고 피어나는 한 송이 매화에 비교될 수 있는 인생, 모래 조각으로 인한 살을 째는 아픔을 감싸 생성되는 진주 같은 인생, 그리고 욥과 같은 고난의 삶을 살았던 현대 우리 민족의 욥에 비유될 수 있는 인생, 맹의순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도 함께 아파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맹의순 선생의 제자 중 하나인 박용기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 절망감 속에서도 조금도 요동하지 않는 신앙을 보면서 분노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제시대에 평양의 비교적 부유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장로의 아들로 태어난 맹의순은 민족의 식민 상황이라는 아픔 외에는 아무 어려움 없이 자라나는 한 젊은 청년이었다. 중학교 졸업할 무렵 그렇게도 사랑했던 누님의 죽음, 그리고 채 석 달이 되지 않아서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형님의 전사 소식, 그리고 해방 이후 이북에 세워지는 공산정권으로 인해서 남하하던 나머지 가족은 모든 재산을 사기 당하고 빈털터리로 목숨만 건져 이남으로 내려오게 된다. 연이어 곧 뇌졸중으로 쓰러져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과 이유 없이 죽어버린 여동생,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그의 어이 없는 삶의 여정, 육이오 전쟁 속에서 남쪽으로 남하하던 중, 공산군 첩자로 오해를 받아 포로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 비극의 삶으로 점철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몇 몇 친구들의 수고 끝에 석방될 기회를 가졌음에도 그는 그것을 거절하고, 그 곳을 하나님이 주신 최상의 사역지로 생각하고, 포로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중공군 포로 병동에서 예수님의 사랑과 살신성인의 본을 좇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며 무리해서 사역하던 중, 시편 23편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암송하면서 쓰러져 20대 후반의 꽃같은 나이에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는 그의 삶을 읽으면서 우리도 함께 아파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큰 소리로 울기도 경박해 보인다. 우리 가슴을 짓이기는 듯하고 우리 몸 전체가 눌린 듯 압박감을 느끼게도 하는 그 고난의 무게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에 그 오묘하신 하나님의 경륜과 인도하심과 그 삶을 통해 피어나는 참된 신앙과 복음의 힘과 능력을 깨닫게 되고 우리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믿음의 선배를 통한 도전과 그러한 삶으로 인도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돌리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전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맹의순의 편지를 비롯한 그를 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자료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 있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역사의 위대한 인물이나 거물은 아니지만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살아갔던 우리의 신앙 선배들 중 한 사람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 민족에게 이러한 무명의 신앙 선배들이 수 없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참으로 자랑스럽다. 우리 이코스타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민족의 비극을 통해 피어나는 아름다운 삶, 고난을 뚫고 우뚝 선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그리고 고난을 통해 우리를 영광의 자리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경륜과, 우겨 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않는 신앙과 복음의 능력을 더 깊이 체험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달에 추수 감사절이 있는데, 진실로 감사의 마음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들 역시 이 책을 읽는다면 참 감사가 무엇인지, 상황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 그 자체로 인해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회복할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기에 매우 재미있고, 사건의 전개가 아주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내가 처음 접한 책은 여원에서 나온 책으로 ‘여원이 만든 베스트셀러 정연희의 장편소설’ 이라는 문구가 책 제목 앞에 붙어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호에 유학생 배우자의 소고가 있었는데, 이 책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가 유학생 배우자에 대한 배려에서라는 사실이다. 사실 많은 배우자들이 좋은 학력과 경력, 그리고 능력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실 제한된 법과 상황 속에서 그냥 ‘아줌마'(또 아주 소수지만 그냥 ‘아저씨’)로 살아 가면서 많은 서러움과 아픔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이코스타에서 지면이 할애되어 소외되어 있는 잠재적인 유학생 배우자를 위한 장이 마련된 것을 환영하면서, 이 서평 코너에서도 더 많은 유학생 배우자들의 참여를 권장하고 싶다. 사실 유학생들은 시간도 문제지만 심리적 압박 가운데, 신앙 양서를 많이 읽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배우자들도 집안 일 하랴, 남편과 아이들 돌보랴, 바쁘기는 매 한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심리적 압박을 덜 받을 수 있는 입장에서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신앙 양서를 읽어 나간다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새로운 삶의 동기 부여와 도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결국에는 가족과 자녀들의 신앙과 삶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같은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웃에게 주의 빛을 발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유학생 배우자들이 이 미국 땅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국력 낭비(?) – 질적으로 양적으로 굉장한 코스타 강사들을 두고 하는 말에 빗대어, 수 많은 능력 있는 유학생 배우자를 두고 하는 말 – 일 수 있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아주 유용한 일꾼들이 양육되고 훈련되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이번 11월의 양서를 비교적 여성들이 접하기 쉬운 소설,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의 삶에 큰 감동과 도전과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책, ‘내 잔이 넘치나이다’로 선정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계속해서 양서를 함께 읽고, 그 양서들을 통해 받은 은혜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일들, 그리고 독후감이나 좋은 서평들을 투고하는데 유학생 배우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