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희] 집사님, 축하해요…

덕용 집사님은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고생을 참 많이 하신 분이다. 고등학교 때 발병한 이후
몸은 계속 쇠약해져 갔고 골격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거동이 불편하여 직업을 가질 형편은 되지 못하였으나
장애인 복지 기관에서 자원 봉사자로 섬기며 지냈다.

덕용 집사님을 알게 된 것은 교회에서였다. 내가 출석하고 있는 대전 대흥 침례교회는
일찍부터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 대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그분들을 섬기는데 앞장 서 왔다. 교회 시설이 행여 그분들에게 불편하지
않은지 끊임없이 정비하며, 수화 통역과 지적 장애아동을 위한 사랑부 예배도 준비하였다. 더욱이 교회 안에 마련된 장애우들을 위한
쉼터는 넓고 최신 시설로 만들어져 말 그대로 쉼과 회복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우리 교회에 많이 오시는데
그곳에서 덕용 집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휠체어가 커 보일 만큼의 자그마한 덩치에, 뽀얀 얼굴과 잔잔한 미소는 사람들 눈에 금방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덕용 집사님은 따뜻한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지신 분이셨다. ‘내가 몸이 불편하고 도움이 필요하므로 사람들이
나를 섬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으로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셨던 분이다. 육신적인 고통과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로 심방한다. 인내와 온유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함께 마음 아파하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교회에 처음 나오는 장애우에게도 먼저 손 내밀고 관심 가진다. 목소리도 작고 말도 그리 많지 않은데, 주일
날 멀리서 보면 그분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 불편한 손과 발임에도 가까운 거리 먼 거리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운전으로 봉사한다.

그런 덕용 집사님이 갑자기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긴 기간 동안 복용한 약으로 인해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것은 연약한 그의 몸을 내려앉게 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그는 종합병원에서 검진 받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강권으로 겨우 검사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사선생님께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기에 모두
힘을 얻고 기쁜 마음으로 돈과 여러 힘을 모았다. 하지만 얼마 후 의사선생님께서 덕용 집사님의 경우는 워낙 체력이 약해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셨다.

그 후 집사님은 그의 좁은 방 작은 침대에 누워 계셔야만 했다. 이전에는 덕용 집사님이
사람들을 많이 섬기셨는데 이후로는 누워 계신 집사님을 사람들이 섬기기 시작했다. 전도사님과 집사님들 그리고 여러 형제자매들…
부지런히 덕용 집사님을 방문하며 함께 마음과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의 건강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 없이 오히려 더 나빠져
갔다.

어느 날 덕용 집사님을 뵈었을 때, 그의 얼굴은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진 듯 한 없이
창백해 보였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집사님… 천지를 지으신 능력의 하나님은 집사님을 온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분이시랍니다. 우리 그 능력을 구해요. 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 고통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하나님께
견딜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해요. 그리고… 어쩌면… 하나님이 집사님을 천국에 데리고 가실 수도 있어요. 이것을 위해서
예수님 만날 준비도 하면 좋겠어요. 천국은 참 좋은 곳이거든요.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빨리 가고 싶은 곳 이구요…”
진심이었다. 천국은 나를 사랑하사 친히 자신의 생명을 버리신 예수님의 얼굴을 직접 뵈올 수 있는 곳이고, 죄와 불의가 없는
하나님의 영광만이 가득한 곳이다. 천국은 정말 좋은 곳이고 사모할 만하며 기대해도 좋은 곳이다. 덕용 집사님이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고 힘 있는 소리로 말씀하셨다. “네, 사모님… 저 사모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다 알아요. 저 주님 만날 준비 다
되었어요. 얼른 가고 싶어요…”

그리고 얼마 후 덕용 집사님의 소천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집사님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기쁨의 미소가 지어졌다. “집사님, 축하해요… 천국 좋지요?” 이 세상에서 육신의 고통과 질병
가운데 48년 인생을 살면서도 결코 불평하지 않은 덕용 집사님.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다하여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고 섬기며 사신 분.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사랑의 무기는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이셨던 우리의 친구. 이 땅에서 그렇게
겸손하고 아름답게 사셨던 덕용 집사님을 위해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랑의 선물은 바로 ‘천국’이었다.

천국은 이 땅에서 좁은 길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준비된 하나님의 최고의 선물이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을 찾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복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희생은 아끼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천국’이 주어지지 않는다.(마25장) 하지만 이 땅에서 비록 낮은 자의 모습으로 고난 가운데 살더라도,
주님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분의 명령대로 이웃을 따뜻한 마음으로 섬긴 자에게 천국은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큰 사랑의
선물’이다. 이 선물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축하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