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미국은 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 5월 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19일에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동연설(Middle East Speech)과 이에 대한 반응입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 ‘합의에 따른 일부 영토교환을 전제로 한 1967년 이전 경계(the 1967 lines with mutually agreed swaps)’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 했습니다. 사실 이 주장은 과거 조지 부시나 힐러리 클린턴 등 다른 정치인들도 언급한 바 있고,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울 것 없는 내용입니다. 사실 오바마의 개혁적 성향을 보고 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진전을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했던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들은, 내실없는 오바마의 발언에 큰 실망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연설이 끝나자마자, 미 공화당 의원들을 비롯한 보수 인사들은 오바마의 주장을 강력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Mitt Romney)는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달리는 버스 아래 던져 넣었다(President Obama has thrown Israel under the bus)’고 했고, 역시 대선주자인 미셸 바크만은 ‘오바마는 또 한번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배신했다(Once again, President Obama betrayed our friend and ally Isael)’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비난여론을 의식했는지, 오바마는22일에 유명한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를 방문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지지는 변함 없다며, 발언의 파장을 진화하기에 바빴습니다.[ii]
AIPAC을 방문하여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
또한 미국을 방문한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바마 연설 바로 다음날인 20일 오바마와의 대담에서 거의 두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역사와 현실을 강의하듯 이야기하면서 이스라엘은 1967년 이전 경계로 돌아갈 수 없고 그것은 ‘방어가 불가능하다(indepensible)’고 주장해, 그 전날 오바마의 발언을 대놓고 반박하기도 했으며, 오바마가 유럽을 방문중이었던 5월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오바마의 발언을 거듭해서 비판했는데, 놀랍게도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상·하원 의원들은 자신들의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네타냐후의 발언이 끝날때마다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31번이나 보내서, 마치 선채로 연설을 듣는 듯 보였고, 마치 네타냐후 지지집회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결국 오바마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은, 미국의 국내정치를 고려한 공화당의 오바마 때리기이기도 하지만, 전임자인 조지부시와 같이 이스라엘에 충성에 가까운 일방적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즉시 이스라엘에 대한 배신자로 비난을 받는 이상한 미국 정치 상황을 통해, 공화당과 민주당 상관없이, 미국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강한 어조로 오바마의 중동연설을 반박하는 네탄야후
그렇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1967년 이전 경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또한 이스라엘은 어떤 나라이길래, 그 총리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에게 두시간동안 훈계하듯 이야기 할 수 있고, 미국의 국회의원들 조차 자신들의 대통령이 아닌 이스라엘 총리의 편을 들고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게 만드는 것일까요?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난 번 글에서는, 빈 라덴의 죽음과 관련해 과거 미국의 대 중동정책의 문제점들을 소개했었는데, 글을 읽은 몇 분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하길래, 다른 중동국가들이나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언제나 그 문제로 미국을 비난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어오시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문제의 뿌리에는, 언제나 ‘석유’ 문제와 함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전폭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의 뒤에는, AIPAC으로 대표되는 미국내 유대인들의 로비가 있고, 또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보수기독교인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미국과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 상당수가, 팔레스타인의 역사나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냐”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글에서는 가능한 알기쉽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현실, 그리고 미국내 이스라엘의 로비와 그 문제점을 소개해 보고, 성경적 입장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역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슈를 생각하면, 먼저 기독인들은 우리에게 친근한 구약성경의 역사를 기억하고, 또한 홀로코스트와 같은 유대인 박해의 역사를 떠올립니다. 성경의 백성이라는 친근함, 그리고 안네프랑크의 일기나 쉰들러스리스트와 같은 영화를 통해 유대인들이 겪은 비참한 역사가 잘 알려져 있기에, 심정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건국과 그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의 역사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바마가 언급한 ‘1967년 이전 경계’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iii]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중동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에 따라 영토와 경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붉은색은 이스라엘의 영토, 파란색은 팔레스타인 영토로 표시된 다음의 지도는 이스라엘 영토가 팔레스타인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되가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건국 되었는데, 이스라엘 건국 하면, 마치 빈 땅에 나라를 세운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거의 2천년 전에 로마에 의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되었고, 그 땅에서는 아랍인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은 1차대전 이후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었는데, 아랍인들의 군사협력이 필요했던 영국은 이들에게 맥마흔 선언을 통해 독립을 약속합니다. 동시에 전쟁을 위해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시오니스트들의 지지가 필요했던 영국은1917년 밸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또 다른 약속을 한 바 있었습니다. 지킬 수 없는 두가지 약속을 한 셈이고, 한입으로 두 말을 한 것이지요. 이후 유럽과 러시아로 부터 팔레스타인으로 유대인들이 이주해 오기 시작하고, 결국 유엔은 1947년 11월 팔레스타인의 약 56%를 유대 국가에, 약 43%를 아랍 국가에 할당하라고 결정했는데, 아랍인들은 분할안을 거부하고 유대인들은 받아들여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팔레스타인 인들은 영토의 대부분인 87.5%를 소유하고 있었고, 유대인들은 6.6%만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팔레스타인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56대43으로 땅을 나누라는 유엔의 결정은 팔레스타인들의 땅을 떼어 유대인들에게 주라는 것과 같았다는 점입니다.
2천년간 세계 각지에서 수난을 당한 유대인들이 구약성서의 땅에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그 땅에는 이미 2천년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고,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살고 있던 자기들의 땅을 이스라엘과 나눠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지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갑자기 내일 일본이 임나일본부설(고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정벌해 식민지를 세웠다는 주장)을 주장하면서 남한 영토의 절반을 요구하고 거기에 일본인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지금 고구려 역사를 근거로 중국에 만주땅을 요구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상황이 똑같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이러한 심각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유엔의 결정에 분노한 주변의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스라엘 건국 직후 1948년에 1차중동전쟁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이스라엘이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유엔에 의해서 할당된 영토보다도 훨씬 많은 팔레스타인의 78%를 장악하게 되고, 나머지 22%는 가자(Gaza)와 서안(West Bank)으로 나눠져서, 각각 ‘가자’는 이집트의 통치하에, ‘서안과 동 예루살렘’은 요르단의 통치하에 1967년 6월4일까지 놓여있게 됩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양측에 이스라엘의 서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의 동예루살렘으로 분할됩니다. 결국, 이것이 바로 오바마가 언급한 ‘1967년 이전 경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가자와 서안(웨스트 뱅크)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가 궁금하셨다면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가자’지구는 우리가 잘 아는 삼손과 들릴라 이야기의 배경이 된 성경의 ‘가사’이며 팔레스타인이라는 명칭도 블레셋에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