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7년 5월호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주인으로 그리고 인생의 모범으로 삼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함께 그리스도인들이 된 형제 자매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깨어진 주위 사람들과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하나님과 말씀과 기도로 교제하고 주위 사람들과 영적인 친교를 나누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인 답게’ 거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 동안 우리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져왔다. 매일의 말씀 묵상은 물론이고 귀납적 성경공부에 연역적 성경 공부까지 아마 이렇게 열심히 성경 공부하는 기독교인들이 한국인들 말고 또 있을까? 기도 생활도 그렇다. 매일 매일의 새벽 기도 모임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 답다’라는 평가 항목에 있어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달리 이웃과의 관계에서는 ‘그리스도인 답지’ 않은 행동은 많이 해왔기 때문인 것같다. 다양한 가치와 논리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이웃들과 그리스도인답게 대하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질문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관련을 맺는 방식에는 성전론, 현실주의, 정전론, 기독교 평화주의라는 크게 네 가지의 방식이 있다. 성전론은 세상의 악한 질서는 파괴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대하는 태도이다. 세상의 악한 질서에서 행동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악의 결과이자 원인자로서 이들은 악으로 대하고 선한 질서인 기독교로 끌어들여야 하는 대상이다. 때로는 적개시하고 때로는 그 의미를 감추고 접근하기도 한다. 현실론은 이 세상의 질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은 신앙, 그것이 모든 세상사를 지배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성전론과 현실주의는 기본적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아니다. 세상에 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자녀됨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모든 피조물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질서도 부인해서는 안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전론은 세상 속에 있는 분명한 악한 가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며 평화주의는 그러한 악에 대해서도 그리스도가 보여준 무저항과 평화적인 대응만이 허용된다는 견해이다. 두 견해는 분명한 악에 대한 문제이며 그 외의 경우는 그리스도가 보여준 평화적인 태도만이 성서적이라는 데에 견해를 같이 한다.


그리스도인이 비그리스도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그리스도인은 비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분명한 악을 제외하고는 겸손과 부드러움으로 그리고 한편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예수님의 모범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끝까지 대화를 하셨다. 예수님의 태도가 신앙인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모범이 된다면 그분이 다른 사람들을 대한 태도, 특히 약자와 병자, 가난한 자들에게 다가가시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태도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기독교 신앙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이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할 때가 많다. 다른 전제를 갖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대화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세계관은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서 검증되고 확인되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은 일관성과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계관인 것이다. 그 보편성을 믿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찾도록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대화가 평화와 화해를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갈등과 충돌이 만연한 세상에서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대화는 그리스도가 말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 발자국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설명에 동의할 수 있다면 무례한 기독교는 옳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한 선포자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균형잡힌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들이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그것은 바로 겸손한 선포자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