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3년 2월호


eKOSTA 이대에서 특수 교육학 학부 과정을 공부 하시고 교편 생활을 하셨는데, 학교 생활 후의 여정과 장애 아이들과 함께 한 삶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지연 정신지체, 정서장애, 자폐성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유아들을 가르쳤는데요, 재미있고도 고민스런 시간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겠지요. 대학 다니는 중에도 많은 자원봉사나 실습을 했지만, 그렇게 full-time으로 현장에서만 있어보게 된 것이 참 좋았어요. 아이들과 구르고 뛰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신났고요. 장애라는 특징을 가졌다 해도, 그 이전에 모두 “어린이”들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아이들이 자라가는 것을 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고민스런” 시간이었다고 말한 의미는, 그런 와중에도 ‘과연 내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끊임없는 자문의 시간이었다는 뜻입니다. 아이마다 워낙 다양한 장애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학습특성도 달라서 아무리 좋은 교재나 방법도 모두에게 다 좋은 건 아니었고, 더구나 우리 아이들은 교육의 결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조바심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좀 더 오랜 시간 현장에서 배웠어도 좋았겠다 는 생각을 합니다. 길지 않은 교직생활기간을 가지고 이런 지면에서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이, 오랜 기간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KOSTA 교직 생활을 하시다가 미국 유학을 결정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 특수 교육의 여러 분야 중에서 어떤 분야에 대해 학위를 받으셨는지요?


박지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공부를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꼭 외국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특수교육 쪽의 학위를 국내에서 하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게 된 거였습니다. 제가 공부한 분야는 장애인 가족지원과 장애아동 행동 지원입니다.


eKOSTA 한국에서 교직 생활을 하시다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박 교수님께서 미국의 특수 교육과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서 느끼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박지연 일단 일반인들의 인식이 무척 다르다 는 게 피부로 느껴졌지요. 한국에선 현장학습 갈 때 아이들 데리고 전철을 타거나 길을 걸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쳐다봐 주거든요. 혀를 차는 소리도 많이 들리 구요. 미국에선 참 다정하게 인사하고 지나가요. 장애아들이라서 특별히 더 친절하게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아이들을 예뻐 하며 아는 척 하는 그 정도만큼만요. 그런 사회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미국의 정책과 교육방법을 단시일 내에 급히 도입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부러운 부분이었지요. 특수교육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특수학교를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고, 대부분의 장애 아동들이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그 아이들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협력하고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이 놀라웠지요. 공교육이 끝난 후의 직업재활, 독립 주거 등에 있어서도 아직 국내에서는 생각도 못해본 형태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KOSTA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 특별히 돌아가신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지금 이대에서 특수 교육학의 어떤 분야들을 가르치세요?


박지연 저는 바울의 “빚진 자” 개념에 많이 동감합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자신을 구원하시고 부르셨기 때문에 자신은 이방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울처럼, 저도 저를 장애인을 가르치고 돌보는(즉,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장애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을 통해서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제 삶이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큰 빚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빚을 갚을 대상이 꼭 한국의 장애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고, 국제기구나 제 3세계의 장애인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2001년 겨울 이대에 지원을 하면서 이 결과를 통해 어디서 일할지 알려주시기를 기도하고 그 결과에 따르기로 한 것 뿐입니다.


현재 이대에서 가르치는 분야는 무척 많습니다(아직 막내니까요^^). 하지만 주된 분야는 정서 및 행동 장애입니다. 그 외에 응용행동분석, 특수교육연구, 특수교육과 컴퓨터, 현장실습, 특수교육의 이해 등도 강의하지요.


eKOSTA 미국 유학을 마치고 처음 이대에서 강의하시면서 미래의 특수 교사들을 양성하시고 계신데요, 미국에 비해 한국 대학의 특수 교육학과 프로그램과 특수교사 채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지연 두 체제가 무척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를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우리나라의 특수교사는 주로 학부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임용고사를 통해 공립학교에 임용되거나 또는 소정의 과정(면접 등)을 통해 사립학교나 기관에서 일하게 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물론 미국에서도 학부부터 특수교육을 하여 특수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만) 많은 학생들이 일반교육학 계통을 학부에서 하고 5년차 과정 또는 대학원 과정으로 특수교육을 공부해서 특수교사가 되기 때문에 일반아동의 발달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장애아동을 가르치게 되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일반학급에 통합되어 있는 장애아동을 위해 일반교사를 지원함에 있어서도 특수교사가 더 많은 교육연수와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음이 인정되니까 일반학급 교사들이 그 점을 존중하는 면도 있는 것 같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갓 졸업해서 임용고사를 마친 젊은 특수 교사들이 자신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일반 교사들에게 통합지원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거든요.


eKOSTA 코스타 사역 중에 전공 및 관심별 모임에 장애인 사역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역시 똑 같이 하나님의 형상 대로 지어 졌기 때문에 복음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 교회들이 갖고 있는 장애인 선교의 문제점이 있다면?


박지연 장애인 선교는 무척 광범위한 개념이라 제 수준에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게다가 아직 귀국한지 1년이 안된 처지에서, 국내 장애인 선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장애아동에 대한 선교에 국한해서 이야기 해볼까 해요. 10년 전 제가 주일학교를 할 때는 장애아동을 위한 예배가 있는 것만해도 매우 대단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교회들이 장애아동 부서를 가지고 있어요. 양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지요. 이제 질적으로 변화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분리된 장애아동 주일학교가 아니라 일반 주일학교에 통합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미 있는 장애아동 부서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그 부서는 장애아동이 비 장애아동과 함께 예배를 드릴 때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교사도 1:1로 배정해서 사전교육을 시키고, 공과책도 장애아동의 특성에 맞게 수정하고, 주일학교 예배실 내에 장애인 편의시설도 설치하고 하는 등의 일들을 맡는 거지요. 최근에는 한국에서 실험적으로 통합을 추구하고 있는 교회들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계속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KOSTA 코스타가 소외된 이웃인 장애인들을 섬기는 일을 돕는데 있는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박지연 유학생의 처지에서 소외된 이웃이라든가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당장 action을 취하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코스타에서 매일 또는 매주 front page를 update할 때마다 한국이나 미국의 일간지에 나온 장애 또는 장애인 관련기사 중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 하나씩을 실어서 (토론 방을 개설할 수도 있겠지요) 이코스타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장애와 관련된 이슈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합니다. 직접 몸으로 나가서 부딪히는 적극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결국 한국사회로 돌아오든 미국에서 활동하게 되든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코스타 형제 자매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에 대한 사회의 반응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다면 그 무엇으로도 얻기 어려운 “사회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을 테니까요.


eKOSTA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지금 현재 남편 되시는 김 두식 교수님과 주말 부부로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떨어져 지내시는데 자녀 교육 및 가정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박지연 주말부부라고 해도 목요일 저녁이면 포항에서 서울로 오고요, 주일 저녁에 다시 내려 가기 때문에 크게 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화, 이메일, 핸드폰문자 등으로 늘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까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날그날 알 수 있고 집안 일도 그 때 그 때 의논합니다. 물론 서울이 되든 포항이 되든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희 부부는 이대와 한동대 모두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맡기신 사역지라 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나흘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나 차비와 전화 비를 다른 가정보다 좀 더 많이 쓰는 것 정도는 별로 큰 어려움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는 황금어장에 보내주신 것으로 무척 감사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