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 리포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








아 이들과 매일 생활하면서 저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양쪽 부모님들과 생활하기 보다는 그렇지 못 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도 이들은 언제나 수업 내용과 관련 되지 않는 즉, 자기들의 생활 이야기를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말다툼을 많이 하곤 합니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나름대로 우습고 재미 있는 이야기들도 있고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있는데 이번 달 이코스타에서는 그런 이야기들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참고: 소개 되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도둑 (professional thief)?


지 금은 7학년이 되어 있는 W라는 남학생이 2년 전, 그가 5학년 때 저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결손 가정에서 자란 W는 정서 장애와 학습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주위가 산만하며 학교에서는 말썽만 피우고 어느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 문제아로 소문이 나 있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조차도 없었습니다. 한 번은 W가 제 클래스에 와서 저는 예전과 다름 없이 수업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Good Morning”이라고 인사를 하자 다른 아이들도 “Good morning, Ms. Cha” 라며 대답을 하는데 갑자기 W는 “Ms. Cha, I am not having a good morning”이라며 책을 집어 던졌습니다. 순간 저는 이 학생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니?” 그러자 W 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제 아빠가 집에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지 못 했어요.”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왜? 아빠가 어디 가셨니? 바쁘신가 보다.” 그러자 W는 저를 처다 보며 “우리 아빠는 원래 감옥에서 살아요. 아빠의 직업은 전문성을 갖춘 도둑이에요. 그런데, 어제는 우리 아빠가 자기의 전문성을 잘 살리지 못 했었어요.” 세상에! 아무리 여러 종류의 직업들이 있고 우리는 그 직업의 전문성과 소명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는 이야기 하지만 “도둑”이라는 직업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궁금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도둑”이라는 직업에도 전문성이 있니?” 그러자 W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일에 대해서 전문성 (professionalism)을 갖고 일을 하듯이 우리 아빠도 남의 물건을 훔칠 때 특정한 기술을 사용해요. 그것은 지문 자국을 없애기 위해서 장갑을 끼고 물건을 훔치는 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전문성을 갖춘 도둑은 경찰 아저씨한테 잡히지 않아요. 우리 아빠는 언제나 자기의 그 전문성을 유지해서 걸리지 않았었는데, 어제는 일반 도둑 (regular thief) 이었어요. 그래서 경찰 아저씨한테 걸려서 다시 감옥으로 갔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는 6개월 동안 얼굴 한 번 못 본 아빠가 그리운 듯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처 음에 이 이야기를 들은 저와 다른 학생들은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W에게 너무 미안했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W가 안타깝고 가여워서 좀 더 그를 따뜻한 사랑으로 잘 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이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웃고 지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이 예화 속에 W의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의 가정 환경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별로 좋지 않으면 창피해서라도 숨기려고 할 텐데 W는 아빠가 감옥에 있는 사실을 아무런 거리 낌 없이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사람들 보다 친절한 동물들


어 려서 부 터 할머니가 읽어 주는 성경이야기를 듣고 자란 K라는 정신 지체 남자 아이는 기억력이 아주 좋고 한 번 들은 내용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관계로 자기 또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사회성 (social skill)도 부족하다 보니 심지어 특수 학급에서도 이 아이는 놀림의 대상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K에게 장난치고 괴롭히는 일을 즐겨 하고 그럴 때 마다 K는 그들과 맞서 보다가 결국 지고 맙니다. 어느 날 K가 동물들이 그려진 잡지를 저에게 가져와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Ms. Cha, 동물, 특히 강아지 좋아해요? 우리집에는 내가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나의 영원한 친구에요. 집에 가면 강아지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요.” 별로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저는 그냥 계속 듣고만 있었습니다. K는 계속 이야기 했습니다. “강아지가 왜 내 친구인 줄 알아요? 강아지는 사람들 보다 나쁘지 않기 때문이에요. (Dogs are not meaner than people). 내가 아무리 바보같이 행동하고 별로 잘 해 주지 않아도 그들은 나에게 대하는 모습이 똑같아요.”


저는 그 아이를 다시 한 번 물끄러미 처다 보았습니다. 지능이 낮은 그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너무 뜻밖이었고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매 순간순간 환경과 자신의 이익 추구에 따라 변하는 우리들의 모습,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자들과 어울리고 도와 주기 보다는 따돌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K는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인상 쓰지 마세요.


초 등학교 2학년인 남자 아이 W는 주위가 산만해서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많으며 그렇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학습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 7살 밖에 안 된 W는 장난기도 많이 있어서 농담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그 정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처음에 W와 행동 수정을 하는데 잘 따라주지 않았고 반항적일 때도 많았으며 심지어 저에게 “You don’t like me”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그가 제 클래스에 오자마자 밖에 서 있고 들어오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눈과 저의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교실 밖에 서 있었고 저는 그가 언제 문을 열고 들어오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참 후에 문을 열고 들어온 W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아니, 클래스에 왔으면 문을 열고 들어와야지. 왜 밖에 서 있었니?” 그러자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이 저하고 눈만 마주 치면 내가 오늘도 말을 안 들을 것 같아서 그런지 인상 쓰고 있었잖아요. (When I look at you, you are making bad faces at me because you think that I would be a bad boy today)” 그러자 저는 “아니 그게 무슨 소리니? 인상을 썼다니? 네가 들어오기 전에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시 W는 말을 이으며,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나하고 눈만 마주 치면 내가 오늘 또 무슨 이상한 행동을 하나 하고 생각해서 그런지 인상부터 쓰셨잖아요.” 처음에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기가 막혔고 어떡해 대답해야 할지 몰랐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그 아이만을 빤히 처다 봤을 뿐인데 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정말로 인상을 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그 아이가 건방지고 버릇없다고 느꼈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저의 모습이 어떤 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던 고마운 사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 저는 집에 와서 그 아이를 비롯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미소 (extra smile)를 주기 위해서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를 선물로 줄 수 있나요?


아 이들에게 협동 심을 길러 주기 위해서 행동 수정 방법 중에 하나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아이들로 하여금 영화 감상, 피자, 아이스크림 파티 등등 다양한 reward를 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B라는 학생이 손을 들고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은 별로 안 좋아해요. 내가 정말 필요한 보상은 엄마에요. 우리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라서 우리 사 남매를 버리고 집을 나갔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를 비롯해서 나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 아빠가 다시 재혼 하면 나에게도 엄마가 생기는데, 그건 아직 잘 모르는 일이고…” 하고 말을 멈추었다. 저는 그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생각이 있는 아이였는지 몰랐고 얼마나 엄마가 그리울까 하는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맺으며


이 밖에도 재미 있는 에피소드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갈 수는 있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가르치시는 교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째, 하나님 앞에서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도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빠가 도둑이었지만 아무런 거리 낌 없이 이야기 한 W,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솔직히 표현한 K 와 W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그리고 엄마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B라는 아이들 모두 거짓과 꾸밈이 없이 순수한 마음들을 지녔습니다.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은 비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이미 알고 계실 지라고 우리의 솔직한 생각들을 꾸밈 없이 말씀과 기도로 이야기 하고 우리들의 아픔까지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 째,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K 어린이의 강아지에 대한 비유를 통해, 저는 무조건 적인 사랑을 소외되어 있는 이웃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도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K가 부족하고 어리 석게 보이며 가끔 강아지에게 관심을 덜 보일 지라도 그의 영원한 친구인 강아지는 그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 (unconditional love)을 보여 주며 끝까지 그의 벗이 되어 주는 것처럼 우리의 하나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가끔 우리들이 지치고 그를 외면하더라도 그가 우리들을 향한 사랑이 변함 없는 것처럼 우리들 역시 다른 이들에게, 나와 별로 친하지 않는 이웃들에까지도 변함 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겠습니다.









” 어린 아이들의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 하리라 하시고 그 어린이들을 안고 저희 위에 안수 하시고 축복 하시니라.” (마가복음 10: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