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12월호

eKOSTA: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신앙을 가지게 되셨고 현재까지 이렇게 헌신하게 되셨는지요?


정진호: 아이구… 또 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는군요. 코스탄 중에 이미 여러번 들은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해서 간략히 말씀드리면… 전 대학 시절에는 완전 앤티로 술마시고 허랑방탕하게 지내던 대표 선수였구요…간접적으로 그 시절에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시면… 그에 대한 묘사가. 홍성사에서 출간한 <아바>라는 책 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아마 읽으시면 놀라시겠죠. 그 시절엔 성경보단 도덕경이나 인도철학 쪽이 더 흥미가 있었습니다. 예수믿는 아내 만나 결혼 하고도 정신 못차리고 3년간 교회 안나가고 버티다가 미국에 포닥으로 와서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배의 강권적인 안내로 뜻밖의 교회 생활 시작했구요… 보스톤 지역의 Gate bible study Group에서 성경말씀을 깊이 있게 묵상하면서 점차 신앙에 깊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eKOSTA: 코스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정진호: 89년 코스타에 같이 가자는 후배의 권유를 뿌리치고 캐나다로 놀러갔었는데… 1년 사이에 제 믿음이 굳어지면서 90년 코스타에는 자원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부르심을 받게된 것 같아요. 그해 주제가 “이 시대를 새롭게”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달리 민족과 시대에 대한 메세지가 많았어요. 김진홍 목사님도 오셨고… 송인규 목사님을 통해선 학문과 신앙이 어떻게 통합되어 선교적 사명에 쓰임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제시받았다면… 김진경 총장님을 통해 구체적인 부르심을 받은 셈이죠. 폐회 예배 때 홍정길 목사님께서 <영적으로 3국통일을 준비하라>는 메세지도 강하게 들렸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복음, 통일, 중국>이라는 인생의 화두를 안게 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3년간의 포항 생활을 통해 준비를 하였고 94년에 중국 연변과기대에서 들어가서 사역 하던 중, 96년 초 어느 새벽인가요… 강동인 간사님이 전화를 하셔서 강사로 초청해 주셨어요. 그 때 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코스탄 후배들을 위해 매년 달려오고 있죠. 이것이 저의 지금까지 코스탄 라이프입니다.


eKOSTA: 이코스타에 글을 연재하시면서 다양한 소재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증거해주셨는데요,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정진호: 글쎄요. 제 전공인 재료공학을 통한 성경적 조망으로 다니엘의 환상을 문명사적으로 해석한 글이 학문과 신앙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의미있는 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성적인 관점에서는 <루카스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고요. 제 자신도 깊이 은혜를 체험했으니까요. 아무튼 어렵게 어렵게 이코스타를 통해 매달 글을 연재하는 바람에… 제가 미처 예기치 않았던 책을 두권이나 출간하게 되어서 저로서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코스타 원고를 묶어서 출간한 책이 <예수는 평신도였다>와 <치유의 꿈, 루카스 이야기>가 된 거죠.


eKOSTA: 여러가지 사역 중에서도 이코스타에 빠짐없이 글을 보내주심을 감사드리는데요, 평소에 많은 사역을 감당하시는 자기 관리의 비법이랄 것이 있으신지요?


정진호: 한동안 이코스타에 지각하지 않고 원고를 보낸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셨는데… 최근에 계속 지각 원고를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자기 관리 비법이 특별이 있는 건 아니고요… 무슨 일이든 사명감이 원동력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흔히 저희 대학에 와 계신 교수님들을 농담으로 사역자(a man of 4 roles)라고 하는데… 가르치고 행정하고 좁은 의미의 사역(학생)하고 또 연구까지 하는 거의 초인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느 순간 부터(아마 제 글을 읽고 변화받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깨달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일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달란트 중 하나요…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평양과기대 일을 맡고 나서 너무 많은 일들이 폭주하다 보니 제 시간 관리 측면에서도 아쉽지만 이코스타를 당분간 쉬어야 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겁니다.


eKOSTA: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코스탄들은 한편으로는 부유하면서 한편으로는 학업과 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요, 교수님의 떡의 전쟁이라는 복음과 고난의 메세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정진호: 미국의 물리적 환경만을 보면 물론 부유함이 넘치죠. 그러나 유학생들의 경우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인생의 사명에 접목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허감 속에서 지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믿는 학생들의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신이 <바알신>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만, 믿는 학생들은 <여호와>와 <바알>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호와냐 바알이냐?>라는 이 질문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거죠. 사실은 둘 다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분명하게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씀하시니 그게 문제입니다.


내가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학업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리스천의 삶이 일상 생활에서의 의미로 나타나고 산제사로 드려지기 위해서는 <종>에 대한 개념, 즉 청지기 의식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이웃을 섬기는 종으로서의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학업에 임하면 그속에는 반드시 십자가가 나타납니다. 크리스천의 예배의식은 하나님의 은혜에서 내려와서 나를 거쳐 다시 믿음으로 하나님께 경배하며 올라가는U턴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단순한 U 턴에서 그치면 결국은 선데이 크리스천이 되고 맙니다. 교회 안의 신자와 세상 속의 불신자로 함께 살아가는 이원론에 빠지고 만다는 거죠. 예수께서 우리에게 보이신 산제사의 삶, 즉 이웃의 가난에 동참하며 그들을 섬기기 위해 내 자신을 비우는 삶은 U턴이 아니라 P턴입니다. 즉 하나님께 믿음으로 올라갔던 내가 다시 내려와 이웃을 향해 옆으로 달려가는 것, 그 가운데 비로소 십자가가 나타납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혹은 취약성은 교회 안에서 U턴만 잘하는 그래서 결국 세상 속에서는 십자가를 지지 못하는 나약한 크리스천만 양산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받은 달란트를 가지고 세상 속의 가난한 이웃에게 내려가 그 떡을 던질 수 없는 사람은 결국 십자가를 지는 고난의 의미를 체득하지 못하고 맙니다. 진정한 예수의 제자란 그의 일상적 삶에서 십자가가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가려지리라 생각됩니다.


eKOSTA: 교수님의 글 중 <선악과와 무감독시험>이라는 글을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현재 연변에서 일하시면서 한편 평양 과기대 사업으로 분주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평양과기대 설립 사업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진호: 예, 정말 기도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그 대학이 세워져서 북한 청년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정말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래서 더욱 exciting 한 일인 것 같습니다. 평양에 그것도 최초의 순교자 토막스 선교사의 기념 교회 터 위에 세워지는 이 대학을 그래서 저희는 <스룹바벨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말 2007년 평양 대부흥 100주기를 맞이하는 의미있는 시기에 맞추어 이 대학이 우리 민족 화합과 화해 회복 그리고 통일과 번영의 기초를 쌓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학사동 건물이 5층까지 골조가 올라갔고… 식당, 기숙사의 기초가 된 상태에서 잠시 겨울이 되어 공사를 중단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든 6개동의 기본 시설을 갖추어서 늦어도 2006년 봄에는 1단계 개교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물질과 또 헌신자가 필요합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연변과기대를 지난 12년간 후원한 단체이기도 하며(www.neafound.org , 86-2-561-2445) 현재 평양과기대 설립을 위하여 북한 교육성과 계약을 맺은 우리측 대표기관입니다. 그 곳에서 평양과기대 건립위원회를 발족했고 위원회의 위촉을 받아 현재 이 구성되어 주로 연변과기대 교수님들 12분 정도가 주축이 되어 건축, 학사, 후원/홍보 및 지산복합단지 건설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마침 제가 평양과기대에 대한 생각과 묵상을 위해 컬럼을 올리고 있는 제 3시라는 싸이트( www.3-rd.net )에 올라 있습니다. <평양과기대 설립의의 및 진행 상황>이라는 글입니다. 그 싸이트에 요즘 <떡의 전쟁>도 시리즈로 나누어서 올리고 있고요….(제 3시-> 잔꽃송이 -> 루카스 막힌 담을 허시고로 찾아들어가시면 됩니다.) 사실은 떡의 전쟁은 제 마음 속에 통일과 평양과기대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묵상한 글 모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스탄들도 그 싸이트에서 평양과기대를 위해 함께 묵상하며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떡의 전쟁-에필로그> 마지막 부분을 아직 미처 못썼는데… 그 싸이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호에는 인터뷰로 대신하고요.


그리고 평양과기대를 위한 미국 쪽의 공식 웹 싸이트는 www.pust.net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양과기대에 대한 더 구체적인 사진 자료나 최근 동영상을 보시려면 www.webhard.co.kr 로 들어가셔서 id:rthomas, p/w:pust 로 들어가시면 guest folder 에서 많은 자료들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도 될 것이구요.


eKOSTA: 교수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울러 기도제목을 주시면 함께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진호: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우리 민족의 통일에 쓰임받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행보가 평양과기대입니다. 물론 통일 이후에는 중국으로 다시 나올 것입니다. 기도제목은…


그리고 저희 가정의 행보를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도록. 제 가족, 제 아내와 아들들, 부모형제들이 함께 이해하고 부르심을 받을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요…. 제 아내가 지금 무척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특별 기도 후원이 필요합니다.


평양과기대가 반드시 세워질 수 있도록, 많은 물질 후원자와 교수헌신자들이 나타나도록. 코스탄들이 각자 있는 자리에서 평양과기대를 위한 홍보요원들이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연변과기대가 더욱 든든하게 세워져 가도록 위해서도 계속 기도해 주세요.


eKOSTA: 이코스타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진호:항상 건강하시고 비전의 사람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또 기회가 되면 이코스타에 컴백하여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당분간은 제 3시 싸이트에서 뵙죠. 짜이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