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유학시절 – 거듭남과 제자양육의 최적시기

이코스타 2004년 10월호

한국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중, 외국 유학(또는 주재원) 시절중에 그리스도를 영접하였거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한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중 대부분은 유학(또는 외국 주재)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교회에 나갈 동기가 없었을 사람들임을 보면, 유학기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에 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함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들중 대부분은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고, 다른 한인들과의 교제 목적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곧 거듭남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유학시절에는 교회를 다니다가 한국에 귀국해서는 신앙생활을 하지않는 경우도 많이 보게된다. 이것은 유학기간 동안 교회에서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돕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유학시절은 각자가 품은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기간이기도 하지만, 각 사람이 그리스도를 만나 거듭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는 이러한 사역에 뜻을 품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이제 나의 유학시절에 있었던 실예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유학을 떠날 때, 유학기간 동안은 주일날 교회나 잘 나가면 될 정도로 바쁘다는 (유학 다녀온) 선배의 조언(?)에 따라 성경책 한 권만 들고 떠났다. 나는 이전에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한 후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받고, 또 다른 사람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훈련도 받았기에, 늘 제자양육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유학기간 동안은 이 꿈을 접어두기로 한 상태였다.



1984년 내가 유학을 갔던 지역(미국 뉴욕주 올바니)에는 당시 한인교회가 한 개 있었고, 주일날 약 150여명 정도가 예배를 드리는 정도였다. 그중에서 절반 정도가 유학생이였고, 기혼자가 좀 더 많은 시절이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기혼자아파트 지역에서는 금요일 저녁에 교회를 오래 다니던 집사급 선임 유학생이 공과교재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구역예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석자들은 대부분 이전에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 뿐이였다. 한국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으나, 유학의 외로움도 달래고 다른 한인들과의 교제를 위해 교회에 나오는 유학생들은 주로 주일날 교회에 나오는 정도로 다니고 있었다. 이들에게 믿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개인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사역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 지도교수와 RA도 시작되면서 유학생활이 본 괘도에 접어들자, 내 마음속에 이들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함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를 위해 기도하는 중에, 믿음 없이 교제 목적으로 교회에 다니던 한 부부를 지목하고, 몇 번에 걸친 방문을 통해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놓았다. 특히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 본질을 잘 알지 못하고 남에게 주어 들은 내용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을 때,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였다. 나는 이것을 제대로 알려면 3번 정도에 걸쳐 성경이 말하는 내용을 같이 공부해보자고 제안하였고, 그 부부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세 번에 걸친 성경공부 내용은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구주되심과 영접하는 길 등을 다룬 복음 소개용 성경공부 자료였다. 이 부부는 이 만남을 통해, 복음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들은 우리 부부와의 성경공부 만남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갖게된 것을 온 동네에 선전하고 다님으로써, 우리들이 다른 부부들과 동일한 만남을 다시 갖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것은 유학기간 동안 여러 번 반복되었다.



또한 이러한 입소문은 당시 교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던 다른 집사급 유학생들에게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이들은 그 내용과 방법을 전수받기 원했다. 이를 통해, 그들에게도 복음 소개 자료와 방법을 전수하게 되었고, 이들이 한 가정씩을 선정하여 동일한 시도를 함으로써 좋은 결실들을 거두게 되었다. 이것은 교회적으로도 좋은 반향을 일으켰고, 우리 팀들은 교회의 여름 수양회 등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비슷한 일들을 교회 전체적으로 확산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난지 10여년이 지나고나서 우연히 당시 교회 장로님을 뵈었는데, 이 시절이 교회적으로 가장 활성화되고 좋았던 시절이였다고 평가해 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감사한 마음이 넘쳤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복음 소개용 성경공부가 잘 정착이 되는 중에, 계속적인 성장 단계의 성경공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처음 믿음의 확신을 가진 부부가 계속적인 제자로서의 성장 공부를 원했고, 우리는 네비게이토선교회의 SCL 교재를 이용하여 단계별 성경공부를 시작하였다. 이 과정을 거친 부부들은 나중에 본인들이 새로운 가정을 선정하여 복음소개용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들은 당시 막 시작된 KOSTA에도 참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받기도 하였다. 이들중 어떤 가정은 한국으로 귀국후에 대학부 지도부장으로도 섬기고, 교회의 중요한 멤버로 다른 성도들의 변화를 개인적으로 도우면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나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꿈과 필요성을 심어주셔서, 개인적인 복음 전도와 제자 양육의 멋진 기회를 갖게 된 유학시절이 매우 행복했었고 너무나 놀라운 기회였음을 보게 된다.



이제, 나는 그리스도인 유학생들이 유학시절을 다음과 같은 기회로 삼았으면 하고 권하고 싶다.



1)  유학(또는 주재원)은 한국에 있었다면 교회에 다니지 않았을 많은 사람들에게 교제 목적으로라도 교회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이 기간동안 이들이 믿음의 올바른 내용을 개인적으로 접하고, 거듭남과 구원의 확신을 갖도록 구체적으로 도와주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유학기간은 실제로 주말 시간이 한국에서보다 더 여유롭고 단순한 생활 패턴으로 인해,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기가 매우 쉽다. 특히 방학 기간중에 3-5번 정도의 개인적인 만남을 계획하고, 이 만남을 통해 복음의 핵심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권하고 싶다. 1년에 1-2(또는 가정)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 일생에서 잊지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2)  또한 유학기간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성경을 새롭고 깊이있는 시각으로 공부할 기회도 많고, 특히 KOSTA를 통해 새로이 형성된 기드온 모임등도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성경적 입장에서 새로이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는 그리스도인 유학생들이 서로 이러한 시각을 배우는 일에 시간을 함께하도록 권고하고, 특히 이러한 모임을 여러분 스스로가 시작하도록 권하고 싶다.



3)  더 나아가 기존에 열심히 교회를 다녀서 본인은 믿음이 매우 좋으나 다른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개인적으로 돕는 것을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방법을 배우고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특수한 방법이 아니라,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서 개인적이고 신앙의 인격적인 만남과 교제가 중요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시대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다. 믿음 좋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뭇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그리스도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복음이 살아서 움직이게 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유학생들에게 이러한 기회들이 주어져서, 유학 생활을 통해 거듭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한국과 세계를 새로이 변화시키는 멋진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김재석] 유학시절: 광야의 훈련기간

이코스타 2004년 9월호

eKOSTA 담당자로부터 1년간 필진으로 섬겨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탁을 받고, 마침 연구년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살아왔던 나의 모습들을 돌아보고 몇가지 소품의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내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된 것 같다. 특히 그 동안 나름대로 청년 대학생 중심의 사역을 한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비젼을 심어주고자 했던 나였지만, 비젼을 꿈꾸며 살았던 나의 올챙이 유학시절이 문득 새로운 감회로 다가오는 것 같다. 또한 88년 처음 KOSTA에 참석하여 새로운 도전과 비젼을 보았던 기억도 되살아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유학시절을 돌아보며 광야의 훈련 기간처럼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다양한 은혜의 내용들을 함께 나누면서, 지금 이러한 기간을 거치고 있는 유학생들에게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계심을 전해주고 싶다.


나는 1973년 대학 1학년 시절에 기독교의 진리(특히 예수님의 부활 문제)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성경과 고고학적 자료들을 공부하다가 예수님을 나의 생명의 주님으로 영접하게 되었다. 이후, 당시 옥 한흠 목사님이 지도하시던 성도교회 대학부에 출석하면서 다양한 영적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좋은 신앙의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 졸업시절, 나의 장래를 위해(선교사 사명을 포함하여) 기도하는 중에 평신도로서의 전문인 사역에 대한 비젼을 갖게 되었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가르치는 일을 통해 청년 대학생 중심의 사역을 하겠다고 대학 교수로서의 사역을 구체적인 생의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공부도 하고, 졸업 후 경북 구미에 있던 전자기술연구소에 다니면서도 늘 이 비젼을 갖고 있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의 학업(박사학위로 표현되는)과 연구 경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나름대로 유학 준비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취업 후 곧바로 결혼도 하고 두 아이까지 연년생으로 태어나다 보니 유학준비를 위한 시험공부에 게을러지게 되었고, 당시 구미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대학부를 새로이 개설하여 나름대로 30-40명의 대학생들에게 성경 공부와 제자 훈련을 시키는 것에 제법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또, 막상 유학을 가려고 하니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침 유학을 떠났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온 선배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 한구석에 유학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스며들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러한 나의 나약한 모습 속에서도 나의 비젼과 가르침에 대한 은사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셔서, 결국 1984년 초에 미국 행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당시 연구소 상사였던 부소장님은 직장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제공할 테니 공부하고 연구소로 다시 돌아오라고 권고하셨지만, 공부를 마치면 대학으로 가야 한다는 나의 목표 때문에 어려웠던 재정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받은, 6개월 동안 지낼 수 있는 자금만을 갖고 가족과 함께 어렵사리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주변의 그리스도인들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 주었다. “유학 생활은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신앙적 활동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주일날 예배만 참석해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라”. 나는 이 충고에 따라 모든 신앙 서적과 제자 훈련 교재들을 섬기던 교회에 기증하고, 정말 성경책과 찬송가만 가방에 챙겨 넣었다. 후에 많은 자료들을 다시 공수해와야 하는 놀라운 상황들이 벌어진 것들은 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84년부터 88년까지 유학시절 4년을 지내면서,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시간들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 유학 시절을 모세가 경험했던 광야의 훈련기간, 다윗이 일단의 무리들과 함께 들판에서 훈련 받았던 기간, 또는 다니엘이 이방 땅 바빌론에서 훈련 받았던 기간으로 비유하고 싶다. 감히 모세, 다윗, 다니엘과 같은 신앙의 위인들과 견주려 함이 아니라,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적절한 광야의 훈련기간을 거쳐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들어 사용하신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전문 분야에서의 훈련만이 아니라, 영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훈련과 사회적 인간관계 측면에서의 훈련도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 내게 있어서 유학 기간은 내 속에 있는 자아가 죽고 그리스도만을 의지하는 훈련 기간이었다. 나는 이전에 그리스도를 나의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산다고 고백하였었지만, 그리스도안에서 나도 함께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유학 기간 동안 나의 자신감과 실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하시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에게 베푸시는 그 분의 인도하심을 체험하게 하셨다.


둘째로, 유학 기간 동안 나의 가치관들과 생각들을 성경적 측면에서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과 더불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 더욱 깊게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이외에도, 유학 시절은 전문분야 실력 향상 및 은사계발 기간이었으며, 제자 양육의 결실을 맛 본 기간, 재정적 신뢰 형성 기간, 타 문화 이해 확산의 기간, 팀웍 및 공동체 훈련 기간, 그리고 아내의 은사 발견 기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앞으로 위의 각 항목에 대해서 매달 소품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어쩌면, 나의 경험들이 오래 전의 이야기들이라 현재 상황과는 많이 다른 면이 있겠지만, 기본적 바탕에 깔린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훈련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신한다.


지금 유학 중에 있는 모든 코스탄 가족들도 각자의 비젼과 목표를 갖고 이곳에 왔을 것이고, 이 기간을 나름대로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보내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 유학기간을 지내고 나서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은혜의 시간들이 있었고, 하나님은 이 기간을 통해 우리의 미래 사역에 필요한 훈련의 과정을 갖게 하신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유학 중인 코스탄들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각자의 유학에 대한 목표와 꿈이 내가 섬김 받고 최고가 되려는 세상적 꿈이 아니라 은사를 따라 주님과 이웃을 섬기고자 하는 비젼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기회를 꼭 가지라는 것이다. 코스타에서의 충만했던 은혜들을 스스로에게 소화시키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유학 기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좋은 훈련의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냈으면 한다.


빌립보서 2장13절에 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시나니”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마음속에 유학을 소망하게 하시고, 이제 그 기회를 허락하신 데에는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경험과 더불어 각 항목에 대해 훈련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여러 코스탄들과 생각과 뜻을 나누는 귀한 시간들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