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은] Capitalism in Christian Perspective (2): Practice

Aug 6, 2009 | 코스타 사역/tmKOSTA

다음 글은 KOSTA/USA 2009의 tmKOSTA에서 발제되었던 경제학 분야 세미나 리포트입니다.

Capitalism in Christian Perspective (2): Practice

현대의 경제학과 자본주의가,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창조된 인간의 capability과 함께unlimited
resources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에게서 분리된 일그러진 인간의 실존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현 경제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원칙적으로 역사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오늘의 삶 가운데서 이러한 가능성을 사실로 구현해내는 것의 용이성을 조금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짊어진 ‘신앙과 학문/직장의 통합’과제는 그만큼 힘겹고 또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는 체계로 변화될 수 있다면 – 혹은 되어야 한다면 –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 성경에서 guideline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또한, 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 사례로써 기독교적 가치를 반영한 현 시대의 practice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체계’ 혹은 ‘구조’를 논하고, 객관적인 비평가로써 거시적으로 경제문제를 고찰하던 관점을 바로잡아, 모든 논의를 1인칭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A. Tower가 말한대로 “엄밀히 말해서 ‘사회’라는 것은 없다. 내가 사회이고 당신이 사회이고 이웃사람이 사회이다. 사실, 사회는 개인이다.”([내 자아를 버려라], p.260) 만약, 사회구조가 변해야 한다면, 그것은 곧 ‘나’가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나’로부터 이루어지는 샬롬의 경제원칙과 기독교적 경제구조를 도전하고자 한다.

기독교적 경제구조

성경,특히 구약은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다양한 경제원칙을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이것을 현대의 경제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여 본래의 복음적 의미를 21세기 version으로 살려낼 수 있다면 기독교적 가치를 담아낸 경제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에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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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토지론

레위기 25장 10절에서 28절까지의 내용은 ‘땅의 희년제도’에 대한 규정이다. 내용을 현대어로 요약하자면, 모든 땅은 50년(=’희년’)마다 자기 본래 소유자에게 돌아가는데, 거래가격은 그 땅에서 나는 소출의 양과 소출을 얻을 연수의 길이에 준한다. 토지는 영구히 팔지 말게 되어있는데 토지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하나님께서 토지를 나누어주신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가난하여 어쩔 수없이 토지를 팔았던 경우라도, 형제의 도움이든지 자력이든지, 혹은 다시 되살 부가 없는 경우라도 희년에는 원 소유자에게 토지가 돌아오도록 하였다. 

땅이 생산의 유일한 input이었던 시절에 ‘토지공개념’이 성립되어 있어서, 비록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토지가 거래되고 특정인에게 토지가 집중되었더라도, 50년마다 토지의 distribution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다시 돌아가도록 하여, 토지로 인한 빈부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던  것인데, 이를 사유재산에 대한 신성불가침한 권리가 철저하게 보장되는 오늘날의 경제구조가운데 도입한다고 하면, 그야말로 radical
change가 아닐 수 없다.

공시적 통시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땅의 희년제도를 제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한다하더라도, ‘희년제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인간들의 경제구조에 심어두신 가치들은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모든 사유재산(토지뿐만 아니라 모든 부) 의 원천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이 땅의 어느 것에 대하여도 영구히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어느 누구도 ‘나의 것’를 침해할 수 없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내가 벌어 내가 모으고 쓰는데 누가 뭐라고 하랴’라는 태도야 말로 자본주의를 왜곡시킨 숨겨진 원동력이 아닐까. 벌고 모으고 쓰는 모든 경제적 활동에 대하여, 모든 재물의 진정한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실까에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가난에 처하게 하고 더욱 깊은 가난에 머물도록 하면서 특정인의 부유함이 불균형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자본주의가 전혀 구축되지 않았던 레위기 시절에도 부한 자는 땅을 사들여 더욱 부해지고, 가난한 자는 땅을 팔아야 함으로 소출이 줄어들고 더욱 가난에 처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빈부격차는 비단 자본주의라는 특정 경제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재산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는 어떤 사회에서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아브라함도 ‘부유한 자’였던 것을 상기해보면, 사유재산 자체가 성경적으로 부인되어야 하거나, 성경의 핵심가치에 위협을 가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땅의 희년제도는 사유재산에 대한 ‘한계선’을 지정해준다고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 이 한계선은 공동체의 ‘샬롬’을 지키는 것이다. 50년, 즉 한 세대정도의 토지거래와 그로 인한 부의 unequal distribution은 허용하지만, 빈부격차의 영구화, 대물림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부한 자는 땅을 원주인에게 팔아야 하고 – 그것도 자기가 정한 가격이 아니라 땅의 사용가치에 따른 가격만 받고 – 가난한 자는 설령 땅을 사들일 능력이 없어도 땅을 돌려받을 수있다. 모든 사람이 다시 원점에서,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A. Carnegie, H. Ford, 그리고 Rockefeller 와 같이 천문학적인 부를 일구었던 사람들이 ‘부유한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교육, 문화, 복지, 의료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것은 참으로 귀감이 될 만하다.

세째, 토지의 가격은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토지 가격 설정에 대한 레위기의 꼼꼼한 지침은,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인 문제로 정권교체의 실마리마저 되는 한국의 경우에나, 금융위기로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공황이래 최대의 경제위기 가운데는 지나는 미국의 경우에서나 진정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사용가치’와 ‘효용가치’가 구분된다. ‘사용가치’는 한 재화를 사용(소비, 생산)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가져오는 실질적인 이익을 포괄한다. ‘효용가치’는 한 재화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가 누리게 되는 효용(utility, 혹은 satisfaction)를 반영한 가치이다. 유행이 한참 지난, 다소 낡았지만 신고 다니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검정 구두가 있다고 가정하자. 사용가치(발의 보호, 보온, 편안함) 으로만 따지면, 최신 유행의 명품 브랜드 의 새 구두 못지 않겠지만, 효용가치로 따지자면 garage sale에서도 찬밥신세일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최신 유행’ ‘명품 브랜드’ 그리고 ‘새’ 구두라는 점으로 인해 추가적인 만족감을 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새 구두를 원하게 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이러한 지불의사결정의 원리를 감안하여, ‘새롭고 신선하고 더 좋다’고 marketing하면서 좀 더 높은 가격에서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이것이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이다. 우리는 이제, 재화의 사용가치와 효용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시장에서의 가격결정이 효용가치에 의해 주도됨을 쉽게 짐작할 수있다. 

토지의 가격에 대한 성경의 기준은 철저하게 사용가치이다. 즉 이 토지가 다음 희년에 원주인에게 되돌아갈 때까지 얼마만큼의 소출을 내어줄 것인가가 토지 가격의 산정기준인 것이다. 은행이자가 낮아서, 금융상품이 불안하니까, 혹은 앞으로 인구가 많아질 것이라든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토지를 직간접으로 ‘사용’해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는 목적이나 주거목적외에 토지를 이용해서 더 많은 부를 누리게 된다는 것은 레위기에 의하면 불가능하다. 희소성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체계하에서, 주거나 경작에 특별히 선호할 만한 조건을 갖춘 토지가 사용가치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더욱 어려운 문제이지만, 적어도 가난한 자의 필요와 어려움을 외면한 채, 토지를 이용해서자신의 부유함와 안락함을 도모하는 일은 옳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동한 투기는 물론, 투자까지도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님앞에서 그 행할 바를 다시 점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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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금융론

tmKOSTA 참석했던 한 코스탄은 금융계에서 일하는 ‘증권맨’이었다. 돈을 투자하여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목적으로 한 금융상품을 다루는 업종에서 이를 기독교적 가치와 통합하는 문제는 요원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다른 코스탄은 ‘자본이 자본을 낳는 경제활동’이 과연 성경적으로 용납될 수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적금은 물론, 주식과 펀드, 보험, 연금등 넘쳐나는 금융상품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 한 번쯤은 주식 대박을 꿈꾸거나 혹은 실제 수혜자가 되어본 적도 있고, 한 두개의 펀드 계좌를 갖는 것은 그저 평범한 재테크고 받아들여지며, 재테크의 달인이 되는 법에 대한 넘쳐나는 책과 정보에 모두가 함몰되어 있는 이 때에, 성경은 과연 이러한 금융활동에 대하여 어떤 원칙을 제시해주고 있는가 짚어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로왔다.

이자, 저당, 채무와 같은 금융행위에 대한 대표적인 말씀들은 출애굽기, 신명기, 레위기등 구약의 율법서에서 찾아볼 수있다(출 22:25-27; 신 23:1;레 25:35-37). 이러한 말씀들을 요약하자면, 가난한 자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저당잡은 경우 이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즉 채권자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빚진 자의 가난을 이용하여 나의 이익을 추구하지 말도록 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가 울부짖으면 들으시는 자비로운 자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출 22:27). 만약, 내가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주고 이자를 받거나, 저당을 잡고서 그에게 채권자노릇을 해서 그가 하나님께 울부짖으면 하나님께서 이를 들으신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채권자인 나에게 무어라 말씀하실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오싹해온다.

에스겔 선지자는 ‘변리를 위하여 꾸어주지 아니하고 이자를 받지 아니하는’ 것을 ‘사람이 만일 의로워서 정의와 공의를 따라 행하’는 예로 언급하고 있다 (겔 18:5-9). 더불어, ‘빚진 자의 저당물을 돌려주며 강탈하지 아니하며 주린 자에게 음식물을 주며 벗은 자에게 옷을 입히’는 일을 행하는 자는 ‘의인이니 반드시 살리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말씀을 듣고 금융산업은 반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하는 순진한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하나님께서 이러한 규례를 정하신 깊은 뜻을 살펴보자. 위의 말씀들은 공통적으로 ‘가난한 자’에게 돈을 빌려줌에 있어서 어떤 형태의 이자도 받지 말고, 나의 이익을 위하여 돈을 꾸어주지 말라고 가르친다. 즉, 가난한 이웃이 그 가난으로 인해 돈을 필요로 할 때, 하나님의 자비한 마음으로 그 쓸 것을 도우라는 말씀이다. 이웃의 가난이 나의 부를 증대하는 조건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그러한 동기를 갖지 말라는 뜻인 것이다. 가난에 처하여 다른 사람의 돈을 빌리게 된 자에게 이자를 요구하여 그를 더욱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죄악이다. 우리는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벗은 자에게 옷을 입히는 것과 같이 필요한 자에게 돈을 꾸어줄 뿐이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칭해진 자의 마땅히 행할 바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마음이 좋아 쉽게 가족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커녕 원금도 갚으라는 말 한 마디 못한 채, 또 어렵다고 연락오는 친지에게 돈을 빌려주고 마는 사람을 한 두 명은 발견하게 될 것인데, 그런 행동은 인간적으로는 참 어리석고 답답해보이지만, 악착같이 이자를 챙기는 행위보다는 성경의 원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돈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 – 상습적으로 남의 돈을 끌어다 
헛되고 쓰고 마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 에게 내주었을 
때 이야기다. 또한, 그 돈을 빌린 사람이 함께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수반되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다(레 25:36).

오늘날처럼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돈이 필요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고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꾸어주며, 희년이 되면 원금도 탕감해주는 규례만으로도 금융활동을 적절하게 운영할 수있었겠지만, 저축–예금–대출–투자라는 돈의 흐름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만 이 시대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느낌은 종교개혁자들도 공유했던 것으로, 특히 중상공업자의 활동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었던 지역에서 사역했던 칼빈은, 가난한 자에게 이자창출을 전제로 한 대출은 금지한 반면, 산업에 대한 대출은 허용함으로써 상공업의 발전을 도왔다고도 한다. 즉, 필요에 의한 대출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대출과 그에 대한 이자는 허용했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은 산업은 더 많은 투자와 생산을 통해서 이익을 남길 것이고, 따라서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잉여의 자본을 가진 자도, 그 잉여자본을 빌려서 생산에 참여한 자도 모두 상호혜택을 누리고, 이에 더하여 사회 전체가 더 많은 부를 누리게 되는 자본의 virtuous circle를 허용했다는 면에서, 칼빈의 통찰력이 엿보인다.

토지의 문제에서든 금융의 문제에서는 원칙은 이제 분명해보인다. 토지든 자본이든, 가난한 자를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무 노력없이 더 많은 부를 누리고자 하는 동기에 의해서 토지나 자본을 사용하는 것도 옳지 않다. ‘대박’, ‘투기’같은 단어들은 참으로 그리스도인이 멀리해야 할 용어들이다. 우리는, 기업들이 더 잘 생산활동을 함으로써 좋은 일자리와 좋은 상품을 사회에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없이, 나의 가진 것을 투자하여 큰 이익을 누리는 것조차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웃에게 나의 가진 것을 내어주는 일에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난한 자는 [우리와] 항상 있을’(마 26:11)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금융위기는, 가난한 자의 필요, 혹은 기업활동의 보조라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서, 돈으로 돈을 벌어들이려는 인간의 탐욕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가늠해본다.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독교적 경제가치의 현대적 적용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앞서 언급했던 A. Carnegie, H. Ford, 그리고 J. Rockefeller의 정신이 체계적으로 발전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대공황을 겪기 이전, 고전 경제학의 시대에 기업은 자본을 끌어다가 공장을 짓고 노동자를 고용하여 더 많고 더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이윤창출기구에 불과하였고, 개인도 기업도 사회도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고용된 개인이나 사회에의 혜택으로 직결되지 않음이 관찰되고, 이윤추구를 위해서 비도덕적 방법을 동원하는 일이 생겨나면서, 기업은 생산과 이윤추구라는 기본기능외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직면하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포괄되는 영역은 대단히 넓다. 기본적으로는, 회계와 governance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Enron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이 불투명한 회계운영을 통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뇌물과 같은 불공정한 행위를 통한 기업운영, 지배구조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와 같이 기업의 내부운영에 대한 적용되는 corporate ethic이 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한 축이라면, 기업이 자신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준 사회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social contribution이 다른 한 축을 구성한다. 사회가 없고, 정치과 법 체계가 없고, 열심히 일해준 피고용자와 물건을 사준 소비자가 없다면, 기업은 존재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이 획득한 이윤은 기업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세금만으로 부족한가, 기업이 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목소리도 있으나,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문화사업 (예: 금호 아시아나), 장학 및 교육사업(예: 삼성 장학재단), 의료사업, 지역사회 환경 개선 사업(예: SK 울산대공원)등에 막대한 액수를 기부하거나, 직접 투자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유수의 기업들이 RED campaign에 동참하여 [RED]라는 logo가 부착된 제품을 판매한 수익금을 아프리카의 AIDS퇴치를 위하여 기부하기도 한다. Bill Gates등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중 
은퇴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서 자선사업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사례는 다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많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학에서는 이윤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주체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마저도 Brand value를 끌어올려 기업의 이윤에 도움을 주는 하나의 경영전략으로 이해한다. 이렇듯, 전통적인 경영학과 자본주의의 틀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품어 내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에, 최근에는 ‘공동체 자본주의’(심상달 외, 2008, KDI)라는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공동체 자본주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로써, 기업의 본질을 규정한다. OECD의 정의에 의하면, “사회적 기업은 기업적 방식으로 조직되는 일반활동 및 공익활동을 아우르며, 그 목적은 이윤 극대화에 두지 않고 특정한 경제 및 사회적 목적, 그리고 재화와 용역의 생산이나 사회적 배제 및 실업 문제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두고 있다”. 쉽게 이해하자면, 이윤극대화와 더불어 공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사회의 문제라면, 곧 기업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빈부격차, 실업과 같은 구조적 경제문제도 기업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목적함수는 이제 ‘나의 이윤극대’가 아니가 ‘공익의 극대화’로 전환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공헌을 목표로 하여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이윤을 설정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수준을 제외한 모든 이윤을 사회에 되돌린다는 것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업의 정의에 비할 때 다소 낯설어 보이지만, 성경적인 가치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개념이 낯선 만큼 현실화를 위해서도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론적 설명이 어떠하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이루어가는 것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으로도 우리는 소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삶으로 구현하는 “샬롬”의 경제구조

지금까지 우리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과제를 대하여, ‘경제학’ 혹은 ‘경제분야’라는 전공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와 원칙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그렇다면 나를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현재의 경제체계가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해 낼 수있는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향성, 그리고 실제 사례까지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은 불완전하고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다. 우리가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하는 경제구조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구조에서 살면서 기독교적 경제원칙을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갈등과 좌절의 연속, 그리고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이라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감내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원칙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을 때, 그 가운데 서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적 전쟁은 반드시 포기와 희생을 통하여 승리로 이어질 수있다. 우리가, ‘바로 지금 나의 삶’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 것인가? 사회구조가 그러하므로 개인인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타협의 경계선은 과연 있을까? 세상의 아들들의 지혜로운 방법을 취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닥쳐오는 직접적인 피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 패배감과 좌절을 이기고 우리가 끝까지 복음적인 경제원칙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은 어디서부터 얻어야 할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바르게 깨닫고 분별하는 것이 진정 어렵고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깨닫고 진리로 알게 된 원칙을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majority를 구성한 는 구조가운데서 실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한판 영적 전쟁이 아닐 수없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 믿는 것에 비해서 턱없이 초라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언제까지 환경과 구조, 가족과 생계를 방패삼아 힘없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까?

 Bad news부터 말하자면, 물러설 자리는 없다. Good news도 있다. 하나는, 의외로 나의 삶가운데서 ‘샬롬’의 경제원칙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또다른 good news는, 하나님께서 도우신다는 사실이다(이 good news를 무력하게 할 만한 bad news는 없다!!)

기독교적 경제원칙을 비기독교적 구조가운에서 실천하는 방법이 쉽다고 하였는데, 과연 무엇이길래 쉬운가? 바로 “나눔”이다. 우리는 앞에서 세계적인 거부들의 나눔의 본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나눔’은 그토록 부유한 몇몇 사람만의 책임인가, 그들만이 할 수있는 것인가? 혹은 그렇게 많이 나누어야만 나눔인가? 우리는 모두 이 질문들의 정답을 알고 있다. 내가 가난한 과부라면 ‘두 렙돈’의 헌신(눅 21:2)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것인데, 내가 ‘부자 관원’(눅 18:18-23)이 “아직” 아니라는 것이 ‘나눔’을 미룰 이유가 될 수있는가? 

‘나눔’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우리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부담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예수님의 기준은 ‘나눔’의 차원보다 훨씬 높다. 나눔은 그 단어 자체로,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의미한다. 즉, 일부만을 남에게 내어놓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부의 두 렙돈은 그녀의 생활비 전부였다. 
부자 관원에 대한 예수님의 요구도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였다. 따라서, ‘나눔’은 우리가 실천하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니라, 오히려 기준을 낮추어 우리가 좀 더 쉽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 수있도록 숨통을 틔어준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더 근접하다.

과부와 부자 관원의 예화를 보고, ‘그럼, 전 재산을 다 교회에 바치란 말이야?’라고 놀라 반문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주인이시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분이시다. 우리의 두 렙돈이든 전 재산이든 아쉬운 분이 아니시며, 예수님의 몸된 교회의 필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직접 채우실 수 있다. 이 원칙은 우리와 항상 함께 있는 가난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왜 우리 가운데 가난을 허용하시는가의 문제는 그것이 ‘죄의 결과로 드러나는 악의 한 현상’이라는 손희영 목사님의 설명으로 대신하고, 본고에서는 우리가 이 ‘악의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였으면 한다.

과부에게는 있었지만, 부자 관원에게서는 결여되었던 것은 ‘전 재산의 헌납’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한 ‘예수님께 대한 온전한 사랑과 순종’이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이르렀다’(눅 19:9)도 기뻐했던 삭개오에게 예수님은 재산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으셨다. 부유함이라는 것이 어차피 하나님의 영역이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에, 부유한가 아닌가 자체는 구원의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성경이 분명히 경고하는 바, 부유함 그 자체가 구원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부에 대한 탐욕은 모든 악의 근원이 된다(딤전 6:10). 또, 부유한 자가 부로 인해서 짓는 죄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반드시 ‘모든 행위를 선악간에 심판하실 것’(전 12:14)이다.

나 자신이 온전히 그냥 통째로 예수님의 소유가 된 자에게 전 재산의 드려짐은, 예수님의 요구에의 힘겨운 부응이 아니라, 넘쳐나는 기쁨과 감사의 표현에 불과하다. ‘나눔’의 문제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첫번 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통째로 예수님의 소유가 되었는가? 예수님의 자녀로 거듭난 사람에게 합당한 재물관과 소유의식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점 말이다. 재물에 대한 집착과 잘못된 소유관에 사로잡힐 때, 그래서 내 수중의 재물을 나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 나눔은 우리에게 고통이 된다. 아깝고 억울한 마음에 밤잠을 설친다. 그러나, 진정 내 수중에 있는 것이 나의 것인가? 우리는 정답을 안다. 내 수중에 있는 것이 모두 그리스도의 것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이 통째로 그리스도의 것이다. 주인되신 그 분께서 이렇게 사용하겠다 하시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전혀 없다. 내가 그리스도의 것이 되었다면, 그로 인해 받은 구원과 얻을 영생에 대한 확신과 소망가운데서, 지금 사는 동안, 전부도 아니고, 일부 – 극히 적은 일부 – 를 예수께서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라고 말씀하신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고통일 수는 없다.

기독교적 경제구조는 결국 내 안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된 소유관과 부당한 주인의식을 철저하게 버리고, 맡기신 바 청지기로, 그리스도의 종으로 바로 서야 한다.  John Wesley의 예화는 그가 가졌던 철저한 청지기 의식을 너무나 뚜렷하게 보여준다. 어느 날, Wesley는 자신의 집에 불이 나서 전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주님의 집이 타버렸구나. 나는 한 가지 짐을 덜었다!!!”. 이러한 Wesley에게 ‘나눔’이라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리 만무하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마음이 있는가?

‘나눔’의 경제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에서 흘러나와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나눔을 실천한 것인지에 우리는 많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일단 몇 %를 나누어야 할까? 마음으로는 100%이지만, 굶을 수는 없는 법이니, 10%? 50%? 우리는 계산에 참으로 민첩하다. %로 말하자면,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이미 숫자가 떠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1%이든, 30%이든 중요한 것은 그 떠오른 숫자가 자신의 가계부에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다. 1%라 부끄러워서 더 믿음이 자라면 멋지게 더 많이 하리라고 말하지 말고, 30%는 약간 부담이 되니 집을 사고 아이들 교육을 다 마친 후에 하리라고도 말하지 말자. 1%로 시작해도 좋다. 하나님께서 키워나가실 것이다. 100%를 내놓아도 자유롭고 오직 기뻐할 그 분량까지 직접 차근차근 가르치시고 인도하실 것을 확신한다. 100%를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는 우리는 너무 오래 너무 깊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 두려움에 대한 하나님의 분명하고 신실한 약속을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먹고, 마시고 입을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