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개인 영성의 개혁, 사랑의 섬김으로

이코스타 2001년 2월호


개인 영성의 개혁, 사랑의 섬김으로


최근 한국교회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그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적된 원인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의 외침에 동조하기도 하였음직하다. 그러나 개혁의 목소리가 ‘한국교회’라는 대표성을 지닌 ‘집단’에게만 향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고전 3:16)라고 하신 바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교회를 이룬다는 말씀을 상기할 때, 현재 미국내에서 신앙생활을 하고있는 우리 크리스천 유학생에게로 향한 ‘개혁’의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개혁’의 사전적 정의가 ‘현존하는 체제를 새롭게 고치는 것’이라고 할 때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묙표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다면 그에 비추어 각자 자신에게서 ‘무엇이 어떻게 고쳐져야 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제시되는, 서로 다른 신앙적 배경을 가지고 유학생활을 시작한 김 아무개군과 조 아무개군의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김군은 한국에서 학부시절(1991년)부터 교내 기독동아리 회장 역임, 선교단체 활동, 교회 내의 봉사 등을 통해 체계적인 제자훈련을 받아왔고, 97년 초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부터 그가 속한 교회에서 바로 유학생그룹을 양육하는 일을 의뢰받았다. 유학 첫학기부터 준비해야 했던 박사과정 자격시험과 새로운 지도교수 하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과제 등에 대한 부담과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헌신과 사랑의 수고를 전제로 하는 지역교회 섬기기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로 고민하던 김군은 유학생그룹 성경공부에의 참여시기를 박사과정 자격시험이 끝나는 첫학기 이후로 보류하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박사과정 자격시험에서의 실패는 그에겐 커다란 충격이었고,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을 자신의 첫 성경공부 참여일로 잡았던 김군은 그간 계획해 왔던 믿는 형제자매들과의 말씀을 통한 모든 교제로부터 고립되고자 하는 강한 유혹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을 인도하신 하나님께서는 그가 속한 성경공부 그룹 내의 동료들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주셨고, 이후 그들을 양육하는 섬김의 기회를 주셨다. 같은 시기에 또다른 성경공부에서 김군으로 양육도 받게 하신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말씀은 이사야 55장 9절-11절,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니라.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는 다시 그리고 가지 않고 토지를 적시어서 싹이 나게 하며 열매가 맺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헛되에 내게 동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나의 명하여 보낸일에 형통하리라”로, 그가 마지막 자격시험을 앞두고 그 시험에 떨어지면 바로 귀국하여 입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혹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모든 길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여 주실 것이라는 확신과 평안함을 가지고 시험준비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믿음 안에서 말씀을 배우고 삷과 신앙을 공유했던 성경공부 동기들로부터의 격려와 중보기도로 풍성해진 믿음의 반석 위에, 학문적 목표를 추구하며 평안 가운데 치를 수 있었던 두번째 자격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김군은 이후로도 꾸준히 섬기는 교회의 성경공부 리더로서, 지역교회 연합 기도모임의 코디네이터로 섬기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양육받으면서 키워왔던 영성이 또한 주변의 형제자매들을 양육함으로 성장되어왔음을 언급하면서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섬김의 실천’을 통한 ‘믿음성장’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또다른 경우로, 한국에서 모태신앙이기는 하나 습관적인 ‘교회생활’을 해 오던 조군의 경우는 유학생활 초기에는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그에게 하나님과의 개인적 만남을 갖게 한 것은 당시 청년부 리더의 사랑과 헌신, 섬김에 근거한 말씀의 가르침이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 두시간여의 성경공부를 통한 단순한 ‘말씀의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주중에도 계속되었던 청년부 리더의 관심어린 전화연락과 눈물의 중보기도를 통해 이루어진 ‘사랑의 섬김’으로 인하여, 그의 ‘생명력을 지닌 말씀의 선포’는 조군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번은 조군이 발목을 삐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리더가 점심 휴식시간을 통해 파스를 사가지고 와서 직접 그의 발목에 붙여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조군은 제자들의 발을 씻긴 예수님의 섬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러한 모습을 통해 말씀 안에서 감동되어 그간 형식적이던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었고 영성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청년부회장으로 섬기는 기회가 왔을 때 그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그가 받은 사랑의 섬김을 동일하게 청년부 형제자매들에게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경우와 같이 그들의 영혼이 변화될 수 있도록 쓰임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섬김을 받던 위치’에서 ‘섬기는 위치’로의 전환은 그에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랑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가르쳐 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 스스로가 지난 수년간 외면해 왔던, 그를 양육하고자 애썼던 많은 리더들의 섬김과 중보기도를 기억나게 하여 회개하고 감사하게 만들었다. 또 그러한 사랑의 수고에 영성과 기도가 반석이 되지 않는다면 그 수고는 단지 소모적이고 열매가 없는 섬김이 됨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다음과 같은 경험을 나누었다. 한번은 청년부원들을 모아 식사를 대접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님만을 나타낼 수 있도록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보다 동료들로부터 좋은 리더로의 평가를 받고자 하는 자기 의가 앞섬으로 인해 식사준비에 대한 부담으로만 마음이 집중되어 정작 사랑의 나눔과 영혼을 돌보는 일에 미흡함을 남긴 아쉬운 모임이 되었다고 한다. 청년부 리더로부터 ‘사랑의 섬김’이라는 본을 받아, 섬기는 자의 위치에서 청년부 형제자매들을 대상으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조군 스스로가 그 마음 안에 영혼에 대한 사랑의 강도가 자라가고 영적으로 성숙해 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는 이러한 변화는 ‘섬김의 실천’을 통하지 않았으면 얻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재를 마치면서 시작이 전혀 달라 보이는 두 형제의 경험을 통해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두 형제 모두 믿음 안에 있는 주변 형제자매들의 섬기는 손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그분과의 관계를 성장시켜 갔고 결국은 다시 또다른 형제자매를 사랑으로 섬기는 헌신을 통해 더욱 풍성하게 영적으로 성장하게 되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다”(약 2:17)라는 말씀을 통해서도 나타나듯, 이를 실천이 있는 살아있는 믿음을 우리로 하여금 유학생활중에 훈련받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한시적 유학기간 동안 변화받고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준비되기 위한 필수훈련은 사랑의 섬김을 직접 실천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변화되는 것은 ‘내가 섬기는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포함된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지성적인 크리스천 유학생으로서 코스타와 같은 말씀의 잔치에서 폭포수같이 부어주셨던 은혜를 어떻게 일년 내내 간직하고 오히려 더 풍성하게 이루어갈 수 있는 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크리스천 유학생을 향한 ‘개혁’의 목소리에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