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영]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니

이코스타 2004년 8월호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하신 일을 다른 지체에게 전하는 저를 인도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장으로 섬기는 기회의 나눔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앞에 가까이 계심을 느끼게 해 주시고, 각 사람을 통해 주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일들에 진정 도움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대학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면서 보냈던 바쁘고, 안정감 없었던 2년 동안 하나님은 늘 저에게 제가 원하는 이상의 리더로서의 책임을 감당하게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저의 리더로서의 경험은 하나님에 대한 최소의 믿음으로 인한 거부 할 수 없는 그러나 기쁨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제가 계획한 만큼 준비하고 성경공부를 인도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꼈으며, 조원들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은 저의 스트레스였습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 되면서, 저는 하나님께 늘 죄송했고 그래서 하나님을 피했고,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누군가를 섬긴다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구속감까지 느낀 것 같습니다. 받는 은혜보다 더 큰 은혜를 받는 것 같이 보여야 할 것 같았고, 더 기쁨이 있어 보여야 할 것 같고 조원들에게 사실보다 더 관심 있는 척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 깊은 속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저의 영적 저항력은 참으로 약했고 영적 전쟁은 커녕 제 마음과 몸까지 아프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무슨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저는 하나님을 진실하게 구하고 바라지 못했었습니다. 제 안의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안아주시면서, 저를 살리시고 저를 통해 일하고 싶어하시는 하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저는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는 기독교인이지만, 뭔가 굉장히 갑갑한 인위적인(artificial)한 기독교인으로서의 경험을 한 동안 했던 것 같습니다. 주님은 제가 빈털터리의 심정으로,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어서 주님을 의지할 때까지 저를 그냥 놔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 숨겼던 저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분께 다가가자 그 때서야 주님은 저에게 성경 말씀에 감동 받게 하시고, 울게 하셨고, 더 이상 제가 가지고 있는 강함이나 약함에 구애받지 않게 하셨습니다. 제가 제 조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섬기지 못했던 이유는 제가 주님께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지, 그 사랑이 얼마나 큰 지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이 할 수 없는 얼마나 값지고 큰 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같은 사람도 사랑 받는다는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자리잡자 다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사랑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인위적이고, 가식적이고, 무엇보다 기쁘지 못했던 아픈 마음들을 주님은 그 분의 신실한 사랑과 주님 원하시는 방향으로 포기함 없이 저를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주심으로 통해 치유하셨습니다.


그리고 1년 전 미국에 법 심리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미국에서의 학교와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그 감동 받음을 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조장으로 코스타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조장은 왠지 마음 속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신청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능력은 별로 고려치 않을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어떤 일을 하시는 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조장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의지와는 달리 조장 훈련을 성실히 받지 못했습니다. 다시 하나님께로부터 도망가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가기 2일 전 조원들한테 메일 한 통 보낸 것이 모든 준비였습니다. 제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마음이 계속 무거웠습니다. 하나님께 죄송하다는 마음, 이번에 우리 조원들이 받을 은혜를 계속 부정하는 마음, 영적 전쟁에서의 실패를 예비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꼭 믿음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갖가지 방어기제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주일도 안 되는데 인간적인 성의만 보이자, 그 동안 얼마나 가까워지겠어 등등. 그런데 마음이 참 안 좋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꼭 타협하는 것 같았습니다. 코디님과 멘토님들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제 자신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준비 안 한 조장이라고 보여질까봐 벽을 쌓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모르던 저의 지역에서 온 다른 조장들과 멘토님들 그리고 코디님은 저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저에게 하나님께서 저에게 보여 주셨던 것 같은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해 그들의 조원이었던 저를 정말로 아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과 다른 형제 자매 사이를 가로 막고 있었던 저만의 벽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순수하지 못했던 저의 마음에 대한 회개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괴롭고 답답하지 않았고 너무 신선했고 좋았습니다. 몇 년 전 하나님께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이 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왜 저를 사랑하시냐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 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니?“라는 한 마디가 다시 제 마음을 감동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도움으로 저는 다시 하나님 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바로 서 있는 지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코스타에 대한 기대, 조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 하나님 안에만 있으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부족한 나를 통해 이루실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단호한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1박 2일의 조장수련회는 하나님 안의 평안을 누림과, 동시에 내가 조장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조원들에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 부여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사님들의 강의 내용과 열정, 스태프들의 애쓰는 모습들, 하나님의 일들을 잘 감당해 내려고 하는 조장들의 모습, 열정, 그 과정에서 바닥나지 않게 계속해서 주시는 저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기쁘고 힘있게 조원들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본 조원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적들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매개로 해서 그들과 마음이 만나는 과정들이 필요했습니다. 특별히 테크닉은 없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그러나 순수히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난 하나님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의 삶을 통해 일하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께서 내 안에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계획하시고, 나를 변화시키시고,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이루시고, 세상이 줄 없는 평안과 소망을 주시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각 사람의 인생을 허비하지 않는 수 있는 은혜를 주심에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저의 삶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조원들 스스로에게 하나님께서 그들 각각에게 지금 계획하시는 은혜와 축복을 누리게 도와주는 일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드러내는 일 쉽지만은 않았고, 피곤한 일정 속에 저의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를 지치지 않게 하셨습니다. 순간순간 드는 인간적인 교만과 판단은 기도를 계속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이번 코스타를 조장으로 섬기는 과정에는 만난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후하신 하나님이셨습니다. 결국은 다 하나님의 은혜인데 하나님에 대한 의지함 사랑을 결코 잊지 않으시고 두 배 세 배 열 배씩 그 때 그 때 갚아주셨습니다. 정말 피곤해서 한 마디 밖에 기도하지 못할 것 같았을 때였지만 하나님의 일들을 이루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단호한 마음, 그리고 많이 기도할 시간이 없으니까 나는 너무 많이 받았으니까 조원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한 마디씩이라도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마음들을 하나님께서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은 저희 조원들과의 교제(interaction)로 인해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은혜를 받게 하셨습니다. 여기에 하나하나 다 쓸 수는 없지만 조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간의 눈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경험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귀중했고, 아름다웠고, 그들이 아픈 이야기를 할 때 제 마음도 아팠습니다. 저희 조원들이 저한테 더 잘했습니다. 서로 바쁘니까 자주 연락하기 힘들 수는 있어도 아마 힘들 때, 또 행복할 때 꼭 생각나는 서로에게 귀중한 친구들이 된 것 같습니다. 육체적인 강인함도 허락해 주셨고 저에 대해서 집중하고 기도할 수 없었던 저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말씀 시간을 통해, 찬양시간을 통해 어쨌든 정신 없었던 그 5박 6일 동안 결국 저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부족함없이 다루어주시고 도전을 주시고 평안과 확신을 주셨습니다. 10년 이상 해결 못하고 제쳐 놓고 있었던,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문제인데 하나님의 방법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치료하시고 처방 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게 주신 시간과 힘과 돈과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 해결하셨습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 받게 하셨습니다. 코스타가 끝난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저는 저의 아직 조원들에 대한 사랑과 섬김의 결과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이런 마음이 저는 제 안에서 나왔다고 감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 안에서 안 나온 것일수록 제 안에서 가장 영향력과 기독교인으로서의 바른 영향력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장으로 섬기는 과정으로 통해서 주님을 섬기는 것 다시 말해서 나의 형제와 자매를 섬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는 확실하게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보면 소망이 없어지지만,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 저를 사용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주님을 믿기 때문에 저를 통한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과 치유의 mission”에 대한 기대가 충분히 있습니다. 조장이라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질과 역량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서로를 사랑하라라는 말씀을 가지고 믿는 마음으로 구하고, 받은 힘과 통찰력(insight)을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기면,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것처럼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만드십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