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인] 또 하나의 웹진?

이코스타 2000년 10월호

또 하나의 웹진?


– 코스타 웹진을 내면서 –



또 하나의 매거진?


웹진 <eKOSTA>가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인터넷이 세상에 나온 이후 세계는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로 치닫고 있고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정보의 양은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기존의 신문과 잡지들은 앞다투어 온라인 신문 또는 웹진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새로이 탄생하는 웹진도 상당수이다. 그런데 이제 코스타마저 가뜩이나 많은 정보의 바다에 또 하나의 읽을 거리를 더하려고 하는 것일까?



사이버 스페이스의 특성


인터넷으로 지칭되는 사이버 스페이스는 새로이 개척되어야 할 ‘땅’ 과 무한한 ‘가능성’을 인류에게 제시하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극복되는 곳, 마우스의 클릭만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주 7일 하루 24시간 깨어 있는 공간…. 사이버 스페이스는 아직도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은 미완성의 세계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계속되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있어서 미완성의 세계라기보다는, 그 안에서의 가치와 도덕 등의 문제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았다는 면에서 지금도 빠른 속도로 만들어져가는 세계라는 것이다.



인포메이션 세계를 움직이는 두 개의 큰 흐름


현재 이 사이버 스페이스를 움직이는 상이한 두 개의 움직임이 있다. 이 두 가지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사이버 스페이스에 첫 발걸음을 내디디는 <eKOSTA>를 자리매김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마이크로 소프트로 대표되는 다수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의해 주도되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비밀로 하고 남이 그 내부를 보거나 고치지 못하게 하여 철처히 그들이 만든 방식대로만 타인들이 사용하게끔 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소위 ‘propriatary software’라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그들이 ‘절대적’인 권리를 행사하는데, 복사를 불허함은 물론이거니와 조금이라도 고치거나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정책은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많이 팔릴수록 더욱 큰 ‘힘’을 얻게 되는 부수효과를 낳게되는데 인텔, 컴팍 등의 초대형 회사가 마이크로 소프트회사의 ‘라이센스 계약 취소’의 협박 앞에 어이없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 시스템은 그 안정성이 끊임없이 문제되어 왔다. 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 외에는 그 누구도 그것을 고칠 수 없기 때문에 혹자는 “It’s the MicroSoft way” 라고 비꼬며 그냥 ‘순종'(?) 하고 쓰라고 충고한다. 사용자가 어떠한 기능을 필요로 할 때, 심지어는 문제가 있어도, 사용자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 성령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감동시킬 때까지(?), 또는 충분한 이익을 남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그러한 (정당한) 요구가 받아 들여지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움직임이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그 속까지 모두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고 고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소위 free 소프트웨어 개념인데 이것은 가격이 free라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자들의 자유(freedom)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의미이다. 굳이 전공용어를 쓰자면 이 흐름은 소스 코드(source code)를 공개하고 사용자들로 하여금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고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이 철학은 MIT 출신의 한 해커(프로그래밍을 즐기는 사람)가 1980년대 초에 GNU(http://www.gnu.org)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여 지금은 전 세계의 많은 해커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 강좌를 들은 사람들이라면 ‘gcc’ 또는 ‘g++’ 등을 써 보거나 최소한 들어 봤을 것이다. GNU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대부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최근에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 시스템의 대용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LINUX도 같은 철학을 가진 free 소프트웨어다.


Free Software 또는 Open Software는 많은 해커들을 길러냈고 대학의 학문 진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소스가 공개되고 많은 해커들이 앞다투어 취미로 또는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맞추어 개발에 참여하다보니 자연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proprieatry software 보다 빠르고 질도 우수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누리고 있는 정도의 ‘힘’과 ‘돈’은 주어지지 않았다.



<eKOSTA>는 어디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움직이는 두가지 대조되는 흐름을 보면서 코스타가 웹진을 만든다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미션을 가져야 할까 자문해 보았다. 이미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매거진들이 속속 웹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저작권 등의 제도적 장치로써 최강의 필진을 독점하고 화려하게 데뷔하는 웹진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들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창출될 새로운 ‘힘’ 과 ‘돈’을 추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기독교계에서조차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힘’과 ‘돈’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KOSTA>가 추구하는 가치는 ‘힘’이나 ‘돈’이 아닌 ‘거룩한 영향력’이다. <eKOSTA>의 1차 관심 대상은 KOSTA 집회의 원래 목적과 방향이 지향하는 바 대학원생 유학생이다. 첫째로 <eKOSTA>는 대학원 유학생들의 삶과 신앙의 통합을 향한 몸부림의 장, ‘그들에 의해’ 이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사이버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일방적으로 읽히는 그런 웹진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답을 찾는 상호적인(interactive) 활동을 중시한다. 솔직한 자기 고백과 회개, 그리고 변화를 기대한다. 둘째로 대학원 유학생들에게 자신의 학문과 관심을 이용한 ‘눈높이’ 사역을 자극하고 격려한다. <eKOSTA>의 절반은 코스탄과 기독 젊은이들의 하나님께 대한 드림으로 채워질 것이다. 혹은 글로, 혹은 음악으로, 혹은 영화로, 혹은 그림으로,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혹은 논문으로, …. 우리의 삶 전체를 통해 영광을 받으실 하나님! 하나님의 주권을 사이버 스페이스에 선포하고, 모든 매체를 동원하여 우리의 산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인다 할 지라도.


<eKOSTA>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새로운 ‘가치’ 및 ‘문화’를 창출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Free Software’ 또는 ‘Open Software’ 운동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소프트웨어에 관한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설정했고 많은 공공선을 창출해 왔다. <eKOSTA>는 자칫 ‘돈’과 ‘힘’ 때문에 잃어버리기 쉬운 가치를 발굴해 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통한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고자 한다. 현재 <eKOSTA>는 자원하는 여러 강사님들과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드려 헌신하는 코스탄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하나님 안에서의 ‘순수함’, ‘자원하는 마음’, 그리고 프로에 준하는 ‘기술’을 가진 ‘기독 젊은이들’과 동일한 마음으로 지난 수년간 KOSTA를 사랑하며 섬겨오신 ‘국내외 강사님들’이다. 그들이 가진 하나님 안에서의 ‘순수함’과 ‘자원하는 마음’은 ‘돈’과 ‘힘’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더 나아가서 <eKOSTA>는 ‘우리 것’이라는 ‘배타성’을 지양한다. ‘Open Software’ 운동이 전 세계의 많은 해커들을 네트 워크로 묶어주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문화를 창출한 것은 우리에게 도전하는 바가 크다. <eKOSTA>라는 이름의 영향력은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순수함’과 ‘자원함’의 열매는 그것이 어떠한 이름으로 알려지든, 그 열매맺음의 한 켠을 <eKOSTA>가 도울 수 있었다고 한다면 <eKOSTA>는 그 미션을 완성한 것이다. 그러한 열매가 코스탄들과 기독 젊은이 가운데 풍성하게 맺혀질 때, 우리는 그들이 있는 곳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부품을 사서 조립한 천 오백 불 짜리 컴퓨터 서버에 대부분 공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자원하고 꿈꾸는 소수의 땀과 기도로 <eKOSTA>는 시작된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지만 <eKOSTA>가 창출할 가치, 문화, 그것에 공감하는 기독 젊은이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들을 통해 일하실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가슴에 품고 꿈꾸는 자‘들을 <eKOSTA>에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