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주]네가 가장 작은 일에 신실하였으니

이코스타 2003년 9월호

유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은 일에 신실한 자를 찾는 하나님’ 이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 1학년 때 다시 하나님을 만나고 나의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바꾼 이후 나의 학생 시절에 큰 도움을 주었던 실제적인 조언, 실패를 통해 깨닫게 된 주의점 등을 간략하게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이고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살고 내가 그 사람 안에 살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만일 너희가 내 안에 살면서 내 말을 지키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키고 그 분의 사랑 안에 있는 것과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15:5, 7, 10)



첫째는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입니다. Quiet Time (큐티) 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기독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될 수록 큐티를 지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하나님께 전 생애를 드리고 싶은 소망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젊은 때에 하나님께 하루의 작은 시간이라도 떼어서 집중하여 드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의 큐티는 어떤 일정한 시간 동안 기도와 말씀 묵상을 하는 그 행위 자체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내가 하나님 외의 다른 생각과 다른 목적을 품고도 그러한 형식을 얼마든지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하여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큐티시간 자체가 어떠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 목적이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일 혹은 사역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목적은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 즉 하나님과 더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부터 그 목적은 슬며시 우리의 우상이 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여러분 각 사람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말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나눠주신 믿음의 분량에 따라 분수에 맞게 생각하십시오. (로마서 12:3)



둘째는 작은 일을 맡으라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수업에, 과외활동에, 인간관계에, 운동에, 여러 종류의 사역에, 직업준비에?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6:12). 단지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유익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유익해 보이는 것이라 할 지라도 내가 맡아야 할 것이 아니었는데 맡게 되었다면 나 자신과 이웃에게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충실하려고 하면, 그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시는 작은 일에 신실하게 임할 때, 내가 맡은 어떤 일도 하찮게 여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맡은 어떤 일도 필요 이상으로 우러러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도바울의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이는 성도들에게는 로마서 12장 1-2절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내가 하나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은 여러분이 드릴 영적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셋째는,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지혜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 있는 사람처럼 시간을 아끼십시오. 이 시대는 악합니다. 여러분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십시오. (에베소서 5:15-17)



맡은 일에 시간을 잘 배분하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학생 시절에는, 일하듯이 공부하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조언은, 말 그대로 학생들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아침 9시에서 저녁 5시까지는 공부에 집중하고 다른 일을 삼가라는 권고였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든지, 사역에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될 수 있으면 그 8시간 외로 시간을 할당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배분은 저의 생활의 우선순위를 실현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가 이 틀을 지향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제 학생시절을 통틀어 그러한 틀에 가장 가깝게 생활했던 것은 몇 번의 학기말 시험 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제가 정말로 일로 주어진 8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한다면, 그 외의 시간 또한 최선을 다해 다른 일에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원칙을 실감했었습니다.



그다지 새로운 개념들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계속해서 붙들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사항들입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각자의 마음에 심어주시는 지침이며, 적용되는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세상사는 동안 저희들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언제나 하나님을 인정하며,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작은 일에 신실했던 착한 종이라는 칭찬을 듣는 여러분과 저가 되기를 바랍니다.


착한 종아, 잘했다. 네가 가장 작은 일에 신실하였으니. (누가복음 19:17)

‘유학생 교회’의 새로운 장을 연다- Campus Mission Church

‘유학생
교회’의 새로운 장을 연다- Campus Mission Church

물질주의의 금자탑인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한인 교회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작은 한걸음이 내딛어
졌다. 지난 12월 16일 뉴욕 콜롬비아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세인트 폴 채플에서 있었던 “Campus Mission Church”
창립 예배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유학생 교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우선 교회의 창립을 위해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이를 이끌어 냈던 사람들 모두가 그저 평범한 몇몇의 ‘평신도’ 유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교회를 치리하는 보드멤버들 역시
모두 평신도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이 교회를 돕고 있는 몇몇의 지역 교회 목사님들 역시 ‘앞으로 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바로 이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임을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종으로서의 목회자’가 아니라 ‘왕으로서의 목회자’를 대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인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 과연 목회자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평신도들 스스로 리더십을 가지고 치리해 나가는 교회가 건강하게 자라갈 수 있을
것인가. 목회자 한 사람의 비전과 리더십을 따라가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병든 모습이 만들어 내는 기대 섞인 우려이지만, 이러한
질문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Campus Mission Church’가 가지고 있는 큰 고민이기도 하다. 교회의 개척을
위해 2년 전부터 기도하면서 함께 고민해 왔던 멤버 중의 한 사람인 김영생 형제는 “그냥 전임자 한 분을 모셔서 그분이 목회하시도록
맡겨 드리는 게 편하지 않느냐는 내부의 질문을 접할 때가 많다”며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개척자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Campus Mission Church는 맨하탄 내에서 차도 없이 주변에 있는 한인 교회에 참석하던
몇몇 콜롬비아대학교 유학생들의 고민에서 출발되었다. 이같은 고민이 내포하는 문제는 이들의 심령을 매만져 줄 ‘복음이 선포되는’
교회를 찾지 못했던 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대개는 맨하탄 외부에 있는 교회로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그냥 참석하던 주변
교회를 맴도는 일들이 반복되던 중에, 캠퍼스 내 성경 공부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결국에는 이 모임이 교회의 개척을 일구어 내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성경공부 모임을 처음부터 이끌어 주었던 소명교회 정진홍목사님을 만난 일도, Campus Mission
Church가 학교에 등록하고 채플을 빌릴 수 있게 지원해 준 미국인 Advisor 목사님을 만난 일도, 또 지난 9월부터 계속해서
주일 예배 설교말씀을 전해주고 있는 뉴저지 초대교회 조영진목사님을 만난 일도 모두가 그저 남들이 보기엔 ‘우연’같은 일이었다.
때문에 교회의 개척을 일구어 낸 멤버들은 이 교회를 시작하게 하시는 이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확신 속에서 ‘처음 가는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즐거움’ 속에 젖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창립 예배는 유학생들을 그저 지나가는 손님 정도로 여기는 기존 교회에 지친
이들이 바로 주인되는 새로움과 기대가 한층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교회를 창립하는 세대가 1세대가 아니라 바로 젊은 2세대일 수도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쳐 흘렀던
Campus Mission Church의 이날 창립 예배는 한 사람의 외국인이 예배의 한 순서를 담당해 주목할만 했다. 이 흑인
여성은 바로 이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할렘의 Public School 36 교장이었는데 그는 이날 예배에서 Campus Mission
Church가 이 학교에 기증하는 프린터 6대를 선물로 받으면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공립학교 교장으로 있었지만 교회가
먼저 찾아와서 뭐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Campus Mission Church의 이러한
비전은 아직 걸음마에 불과한 유학생 교회의 작은 모습이지만 멤버들의 헌금 대부분이 현재 이같은 구제 사업과 지역 선교에 쓰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교회’들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큰 교회’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시작이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 물질주의와 성장주의로 찌든 맨하탄의 한복판에 큰 도전으로 계속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