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재석 대표

KOSTA/USA-2010 Chicago 코스타 보이스에 실렸던 서재석 대표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재석 편집장님, 오랜만에 코스타를 다시  찾으셨습니다. 코스탄들에게 하시는 일과 더불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다섯 회 연속 코스타를 왔다가 7년 만에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IVP 와 복음과 상황에서 일하다가 2004년도부터는 Young2080 이라는 청년들을 돕는 단체에서 출판과 행정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에 와서 그리스도인의 책읽기에 대해서 강의하고 또 여러 스태프들과 교제하고 참가자들과 대화하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오랫동안 문서 사역을 하셨습니다. 출판계를 지켜보시면서, 변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 현재 한국의 출판시장, 특히 기독교 출판시장은 10년 넘는 장기 불황을 맞고 있어요. 기독교 인구가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기독교 서적은 늘어가는데 출판은 부실한 상황입니다. 특히 한국교회의 청년들은 오랫동안 기독교 도서를 읽지 않아도 신앙생활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오랜 생활을 해 왔는데, 필요한 기독교적 지성을 많이 쌓기 위해서는 책읽기와 같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 성장과 자기 훈련을 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코스타에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고 추천받고, 코스타 이후에는 그 책을 읽고 정리하고 또 자신이 속해있는 교회 또는 소그룹에서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포스트모던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포스트모던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데 사실 신앙적으로는 포스트모던시대를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포스트모던시대에 역시 중요한 것은 크리스천 베이식이 아닐까요? Q.T나 기도 또는 자기 훈련을 겸한 독서생활. 이런 것들로 크리스천 베이식을 든든히 하는 것이 역시 포스트모던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음과 상황에서 편집장으로 일하셨습니다. 복음과 상황이 생길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치열하며 고민하는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은 물론 복음과 상황이 시작되었던 시대적 상황과 다를 텐데요. 요즘 시대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도전은 무엇일까요? 이를 위해서 어떤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며, 기독교계가 그 일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온라인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양하게 자기 목소리를 표출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잘 걸러지지 않은 채로 여러 의견이 난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가운데에서 ‘복음과 상황’이라는 잡지는 15년이 넘도록 기독교 복음주의권의 사회참여라던지 또는 복음주의적인 생활과 활동을 많이 강조했는데 여전히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비해서 한국교회의 상황이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복음과 상황’ 같은 목소리를 내는 약간 중도적이면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잡지나 오피니언들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그런 분야의 좋은 필자로 개발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90년대 이후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점점 개인주의화 되고 물신주의로 나아가게 되면서 교회 안에서 숨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어요. 자신이 가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숨어서 주일예배 정도로 만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은데 그런 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코스탄들은 그런 경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섬김과 희생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타가 25주년이 되어 코스타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복음, 민족, 땅끝’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복음과 민족, 땅끝이라는 이슈에 코스타가 끼친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건설적인 비판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코스타의 25주년은 기념비적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른들이 뒤에서 후원을 해주셨지만 이름도 빛도 없이 섬겨주신 간사님들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특별히 코스타를 통해 은혜를 받고 자각한 분들이 후배들을 섬기는 이런 전통이라든지 정신은 굉장히 놀랍습니다. 모국교회에서도 이런 운동은 찾아 보기 어렵기에 오히려 역수출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태평 박사님도 코스타 보이스에서 말씀하셨지만, 하나의 조직이나 기관이 20-25년 되면서 하나의 터닝포인트를 맡게 되는데 이런 시기를 어떻게 건설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카고 코스타의 분위기는 계속 유지되면 좋겠고, 특별히 복음적인 면을 더욱 강조해서 믿지 않는 분이나 신앙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와서 복음의 기초를 다시금 쌓고 회심할 수 있는 장이 계속 열렸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신앙적인 기초가 있는 분들은 더욱 튼튼해지셔서 그것을 자신의 학문영역과 신앙생활 또 지역교회에서 어떻게 섬길 것인가 깊이 고민하는 코스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책읽기에 대해 세미나를 해 주시는데 세미나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약간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코스타에는 정말 뛰어난 간사님들과 찬양팀 그리고 좋은 소그룹 멤버들과의 환경 속에서 다른 때보다 조금 업그레이드된 듯한 분위기 속에 저희가 있게 되는데 한 주가 지나 다음 주 이 시간이 되면 우리는 우리가 소속된 곳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스타에서 받은 좋은 영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기도와 QT 같은 기본적인 신앙생활 뿐 아니라 코스타에서 소개받고 구입한 책들을 계획을 세워 천천히 읽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좋은 저자들 또는 관련된 주제별 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30-40 권의 중요한 책 리스트를 자료와 함께 소개할 계획인데 이번 코스타에서 혹은 다른 방법으로 구입하셔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특히 책읽기가 자기 자신을 더욱 성숙시켜 나가는 밑 재료가 되고 특별히 다른 사람을 위한 귀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포스트모던 세대에게 특별히 소개해주시고 싶은 책이 있나요?
저자들 가운데는 고전적으로 훌륭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저자들이 많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존 스토트 목사님이나 유진 피터슨, 필립 얀시, 이런 분들을 좋아하고 이런 책들이 여전히 많이 읽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스트모던시대를 맞이해 많은 emerging writer 들이 있는데 그중에 브라이언 맥클라렌이라는 분이 쓰신 ‘새로운 그리스도인들이 온다’ 라는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책인데요. 특별히 믿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포스트모던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신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책이기 때문에 브라이언 맥클라렌의 책을 관심 있게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집회에 참가한 코스탄들에게 좋은 조언 한 말씀 부탁하겠습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신앙을 갖게 되지만, 신앙이 자라는 것은 공동체적으로 자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단 한 사람만이 모든 은사를 소유한 것이 아니고 또한, 아무런 은사를 받지 못한 사람은 없기에 내가 가진 은사로 기꺼이 도움을 줄 필요가 있고 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받을 필요가 있어요. 서로 함께 성장하고 함께 자라간다는 의식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이 속해있는 소그룹이라던지 자신의 지역교회나 캠퍼스 공동체에서 필요를 발견하고 돕기도 하고, 또 자신이 가진 은사는 과감하게 발휘해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재석] 새벽을 열었으니, 다음은 무엇인가?

이코스타 2004년 1월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사람 전성기』

(규장, 2003), 오정현 지음, 207, 8천원


지난 가을, 서울 강남 사랑의교회엔 새로운 일이 여러 가지 생겼다. 1978년부터 이 교회를 개척, 성장시켜 온 옥한흠 목사에 이어 25년 만에 그의 애제자 오정현 목사가 새 담임목사가 된 것과, 오 목사가 부임하면서 연일 만당(滿堂)을 이룬 40일 특별새벽기도회(2003. 9. 8-10. 18, 이하 특새)를 열어 교계는 물론 일반 뉴스에서도 다루어지면서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일간의 특새, 그 기적 같은 부흥의 비밀이 궁금하던’(뒷표지 문안) 터에 신속하게 그 전말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 주는 책이 규장에서 『새벽사람 전성기』란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은 새벽 불길, 새벽 축복, 새벽 성령, 새벽 믿음, 새벽 대첩이란 ‘새벽’(at Dawn)으로 시작하는 5개의 큰 주제 아래 오 목사가 전한 18편의 메시지를 나눠 수록하고 있으며, 각 장 말미에 특새에 참석했던 이 교회 성도들의 이런저런 짤막하지만 감동적인 소감과 간증을 ‘새벽 감격우리는 새벽파’란 꼭지로 묶어 소개한다. 이와 함께 규장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챕터별 요약이 ‘새벽 신앙 불멸의 법칙’이란 꼭지로 곁들여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오정현 목사는, 한국교회의 7, 80년대 고속성장을 주도한 1세대 유명 목회자들의 명예로운 은퇴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한 리더십 이양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단행하지도 못한 채 꼼수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일부 그러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대형교회와 단체들이 세습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한국교회 전체를 우울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면서 비교적 건전한 세대 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합동측 교회갱신 운동의 모체요 실질적 본산이며, 교계연합운동에서 제3의 기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목회자협의회의 중추적 구실을 하면서 복음주의권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교회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톤을 이어 받아서 어떤 목회, 어떤 사역을 전개할 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부흥회 식 전도를 넘어 교회성장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8, 90년대를 풍미한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이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6, 70년대의 전통적인 목회방식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특새란 뜻밖의 카드를 꺼내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펼쳐질 본격적인 사역을 준비하는 워밍업 훈련으론 제격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래도 강남기독중산층을 대변하면서 나름대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이 교회가 점점 오른편으로 향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염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오 목사의 메시지들은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개척하면서 짧은 시일에 대표적인 이민교회로 성장시킨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개인 구원의 감격과 대를 잇는 가족의 평안, 그리고 전도와 선교를 통해 교회의 성장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보수 신앙에 충실해 특새와 같은 시간대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그것들을 넘어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가 되어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 교회가 세대 교체 이후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에 걸맞는 메시지가 전해지고,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냐에 있는데, 이제 새벽을 연 데 불과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 이 책에는 ‘새벽기도 로드맵’이란 재미있는 상자 기사들이 군데군데 나오는데,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 같은 새벽기도 구호, ‘내 믿음의 전성기를 주옵소서’ 같은 새벽기도 격문, ‘저녁 9시 이후에는 절대로 영화나 TV시청을 하지 말라’ 같은 새벽기도를 위한 몸 관리 프로젝트, 12가지 건강비결, 새벽기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5가지 습관, 영적 부흥을 위한 9가지 열쇠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 압권은 171면에 나오는 40일간의 특새에 개근 또는 정근한 성도들에게 수여한 기념 동판으로, 일명 ‘영적 마패’로 불리면서 평강과 은혜 마패, 제사장 마패 같은 위력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과 함께 특새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테이프를 묶은 오디오북(테이프 4, 1만원)도 나와 있다.


[서재석] 화보로 보고 읽는 루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르틴 루터』

파울 슈레켄바흐·프란츠 노이베르트 지음, 남정우 옮김,


예영커뮤니케이션, 4×6배판/양장/438, 2만원


새해 첫 달을 루터를 읽으면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것도 단지 두꺼운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135면에 달하는 풍부한 화보와 함께 보면서 읽는 루터와 종교개혁이라면, 어떤가? 솔깃해지지 않는가.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루터의 종교개혁 40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 책은, 독일에서 초판 10만 부가 완전히 매진되었다. 서문에 밝힌 대로 “이 책 어느 곳에서도 루터를 미화시키려는 시도는 볼 수 없고 그의 결점과 실수가 명확하고 노골적으로 지적”된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줄 만 하다.


이 책은 21장으로 나눠 서술한 전기, 화보, 주요 문헌자료, 인명·지명 색인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독특한 매력 가운데 하나는, 책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384점의 진귀하고 다양한 화보를 보는 재미인데, 회화·도화·동판화·목판화·메달 등에서 저자들이 직접 고른 신뢰할만한 사진 자료들은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책 가운데, 이 정도로 방대하고 풍부한 루터 관련 화보집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루터와 관련된 주요 문헌자료에는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95개조 논제’(1545)를 비롯해 루터의 주요 편지들이 수록돼 있어 쏠쏠하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화보 못지 않게 방대한 인명·지명 색인으로서, 100면 가까운 분량에 루터 시대 인물 134명과 30여 지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수록돼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습득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서재석] BBC의 모델, 존 아저씨의 책들

2003/12




1977년 선배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회심을 경험한 나는 그 이후 지난 25년간 수많은 사람들과 책, 모임 등을 통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아 왔다. 그 가운데는 내 정서와 기질에 맞아 따르거나 본받고 싶은 깊은 감동과 큰 영향력을 준 것도 있지만, 나와는 어째 영 맞지 않아 피하거나 멀리하고 싶게 만든 것들도 있다.


그 가운데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책으로 만난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이다. 존 아저씨라고도 불리우는 이 분의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 신앙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됐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눈뜨게 된 것 같다.


우연히 접하게 된 생명의말씀사에서 나온 문고판 『기독교의 기본 진리』(Basic Christianity)를 읽으면서 제목 그대로 기독교의 베이직(Basic)을 견고하게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차라리 행운이었다. 애매모호하기만 하고,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않으면서 그저 믿으라고만 하던 죄의 정의, 부활의 확신, 그리스도를 영접(초대)한다는 것의 의미 등이 쉽고 분명하게 정리돼 있는 이 책을 통해 나는 비로소 기독교인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이 책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내수동교회 형제자매들의 신앙고전이 되면서 소그룹 모임 등에서 널리 읽혀지고 이야기되면서 사랑 받는 책이 되었다.


존 아저씨(Uncle John)의 책들은 한 마디로 BBC 신앙을 길러 주었다. BBC는 성경적이고(Biblical) 균형잡힌(Balanced) 기독교(Christianity)의 약자로, 비성경적이거나 부분 성경적인 가르침이 편만해 있고, 아무런 균형이 잡혀 있지 않은 이상하고 왜곡된 기독교를 좋아하는 한국 교회 풍토에서 자란 우리들에게 성경적으로 생각하며 자라 가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신앙이라는 게 내가 알고 영향 받은 어느 하나의 사상과 흐름에 사로잡힌 채 다양하고 폭넓은 이해와 실천에 어색해 하는 균형 잡히지 않은 신앙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존 아저씨의 책들을 통해 이런 게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편협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영국 성공회 목회자인 존 아저씨의 성경해석과 신학사상은 건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특히 그가 책임편집자로 신구약이 거의 완간된 강해설교 BST(Bible Speaks Today) 시리즈는 성경공부와 성경묵상을 훈련받는 청년 시절에 꼭 읽어볼 책들이다. 존 아저씨는 이 시리즈의 산상수훈, 사도행전, 로마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데살로니가전서, 디모데전후서, 디도서(주로 IVP에서 역간되었다)를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저술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귀로 듣는 설교와 함께 눈으로 읽는 설교의 전범을 꼽을 때 마틴 로이드존스의 책들과 함께 첫손가락에 꼽는 책들이다. 웬만한 주석에 비해 나으므로 관심 있는 독자들은 구입해 가까이 두고 읽어보자. 에베소서는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God’s New Society)라는 제목이 보여 주는 것처럼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잘 풀어 주고 있어 성경 이해는 물론 구원에 대한 이해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존 아저씨는 설교만 잘 하는 전형적인 목회자가 아니다. 그의 관심은 현대 사회 문제와 전도와 선교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고민하고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슈들과 관련해 여러 권의 책을 썼다.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성경만이 아닌 사회로부터도 이중적인 귀기울임(dual listening)을 해야 할 필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존 아저씨에 대한 내 관심은 그의 기독교적 지성(Christian Mind)과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성경관찰, 해석, 탁월한 문장에서 영향 받은 바 크지만, 뜻밖에도 그는 전도만이 아닌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해 지난 30여년간 복음주의 운동권의 이정표를 세운 로잔언약(1974)을 기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의 어바나 선교대회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학생사역을 방문해 말씀으로 돕고 격려한 전도와 선교의 대가이기도 하다.


이제는 80을 넘은 노년기를 살아가는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기도 나와 있는데, 출생에서 1960년까지 전반부 생애를 다룬 작은 글씨에 6백쪽이 넘는 티모시 더들리 스미스가 쓴 『존 스토트』 같은 전기는 큰 맘 먹고 이 가을밤 한 주간 정도 깊이 빠져 볼만한 책이다. 같은 편집자가 존 아저씨의 50여종의 책들에서 주제별로 발췌해 만든 『진정한 기독교』(Authentic Christianity) 같은 책은 존 아저씨의 신앙과 신학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괜찮은 다이제스트이므로 한 권쯤 구비해 두자.

[서재석] 고든 맥도날드의 책 두 권

2003/11




“역시 맥도날드!



-  맥도날드 목사님의 책 두 권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영장(IVP, 2003),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 334, 8천원

원제 Ordering Your Private World


60번 찍고, 20만권 팔린 책



1990년에 초판을 낸 『내면 세계…』는 그 후 60()를 찍고 올 가을에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매력적인 새로운 표지와 IVP 책으론 보기 드물게 넉넉한 본문 디자인(행간이 넓어져 읽기에 좋아졌다는 뜻)으로 독자들에게 또 다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60(printing)라면 출판사에서 60번을 인쇄해 냈다는 것으로,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기독교 서적의 경우 한 번 찍을 때 1천권에서 2천권 정도 찍는 게 보통이고, 이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리스트에 줄곧 들어왔음을 감안할 때 12-15만권 정도 찍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출판사측 보도자료엔 20만권 이상 팔렸다고 한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기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5년간 독자들의 세대를 달리하면서 읽혀왔고,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쯤은 집어보고 읽어본 책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책을 현대의 고전 또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워낙 많이 알려진 데다가 내용도 탁월해 초판이 나왔을 때 읽고 중간중간 생각날 때마다 펼쳐본 걸 합해 아마 대여섯 번은 족히 읽은 것 같다. 서른 살을 조금 넘긴 때 읽은 책을 마흔 살을 훌쩍 넘겨 다시 읽으니 감회도 새로웠지만(교회의 소그룹모임에서 이 말을 하자, 어떤 형제는 자신이 스무 살 때 처음 읽었는데, 이제 삼십이 넘어 다시 읽어야겠다고 해서 함께 웃었다), 이제 60대가 된 맥도날드 목사가 큰 틀은 유지하면서 예화를 바꿔 쓴 개정 증보판을 다시 읽으니 훨씬 원숙한 기분이 들었다.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쉽게 삼천포로 빠지신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독자라면 거의 누구나 도대체 내면 세계(Private World)란 무엇이고, 그리고 이 내면 세계와 영적 성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내면 세계가 사적인 영역을 지칭한다면 자연스럽게 외면 세계 혹은 공적 세계도 있을 법한데, 물론 이 책의 관심사는 내면 세계에 모아져 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삶을 재정돈하리라고 결심”(17)하는 것을 내면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짐작하는 것처럼 내면 세계의 질서는 속사람으로부터 변화되는 문제이며, 삶의 내면을 철저하게 정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19). 그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그 자신이 천성적으로 질서정연한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 일을 잘 알아서 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18). 그가 대부분의 우리처럼 약속한 일을 쉽게 잊어버리며, 쉽게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가 된다. 하긴 질서정연하고 체계적인 생활을 하는 이가 이런 책을 썼다면 잠깐 관심을 보였다가도 이내 질려서 옆으로 밀어 둘 법 싶은데, 다행히 맥도날드 목사님은 엘리야처럼 우리와 성정이 비슷해(5:17 참조) 안심이 된다.



내면 세계는 “본질적으로 더 영적인 영역이며, 선택과 가치가 결장되는 중심부이며, 고독과 성찰이 추구되는 곳”(26-27)이라는 정의는 읽을 때마다 참으로 매력적으로 들린다. 일종의 ‘조종실’이며, 성경의 표현을 빌자면 다름 아닌 ‘마음’인 셈이다. 그러기에 “이 시대 가장 격렬한 전쟁터 중 하나이며, 특히 자신을 실천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믿는 자들은 마땅히 이 싸움을 치러야 한다”(29)는 구절은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놀라운 성찰이다. 프레드 미첼이 책상 앞에 늘 붙여 놓았다는 “너무 바빠서 삶이 황무지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32-33)야말로 남이 아닌 우리 자신이 경청하고 실행해야 할 경구(警句)인 것이다. 결국 저자는 “내면 세계 곧 마음을 정돈함으로써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견고한 내면 세계를 계발하고 유지하는”(46-47) 삶이야말로 영적 성장의 관건이 된다는 것을 시종 강조하고 있다.



내면 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각 장 맨 앞에는 ‘내면 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데, 이런 감초는 마치 성경암송을 하듯 외워 둘만 하다. 그 중 몇 개를 맛보기로 꺼내보자: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질서 있는 내면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날마다 결심하기 때문일 것이다.(37)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나를 재촉하는 것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조용히 귀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다.(79)



내면 세계가 질서 정연한 상태에 있다면,



그리스도 앞에서 홀로 잠잠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231)


 



대개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스피드에 밀려 이런 숨어 있는 보물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등한히 하기 쉬운데, 읽는 우리는 챕터의 맨 앞에 나와 있어 빨리 다음으로, 본문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저자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런 구절들은 챕터를 다 쓴 다음에 다시 읽으면서 고르고 골라 화룡점정(畵龍點睛)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습관적으로 스쳐 지나가면 손해겠다. 또한 각 장 말미에는 IVP 책들이 즐겨 쓰는 ‘더 깊이 생각해 보기’ 질문들이 나오는데, 본문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데도 좋고, 내용을 요약해 주기도 하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나누기에도 좋으므로 건성으로 훑어보면서 넘어가지 말고 자근자근 씹어 먹는 재미를 붙이는 것도 이 책 읽기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한편 IVP는 이번에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본문에 나오는 성경 구절들로 표준새번역 개정판을 사용했는데, 일반적으로 개역성경만 사용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어떤 번역본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책의 분위기와 주독자층을 고려한 결정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기는 바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 ‘중보 기도’란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오래 전부터 신학자들이 이 말을 문제삼고, 연구한 끝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간과한 채 초판에 이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워낙 목회자나 성도들을 가릴 것 없이 널리 즐겨 쓰는 말이기 때문에 그대로 둬도 무방하다 싶어서일 것 같긴 하지만, 번역서를 많이 내는 IVP로선 이런 용어를 정비해 나갈 책임이 있지 않나 싶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베푸는 삶의 비밀(IVP, 2003), 고든 맥도날드 지음, 윤종석 옮김, 147, 5천원

원제 Secrets of the Generous Life



부에 집착할 것인가, 베풀 것인가



‘베푸는 삶’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읽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는데, 대개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잘 안 되는 데서 오는 묘한 채무감 또는 부채 의식에서 오는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더욱이 이 책처럼 그런 삶의 비밀 운운하는 책제목은 가뜩이나 현실에 쫓기면서 마음 여유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겐 조금은 팔자(?) 좋은 이들을 위한 기부 안내서 같아 보여 가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고 그런 목사님이 아닌 맥도날드 목사님이 쓴 책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그 기대가 충족될 것이다. 맥도날드 목사님은 이렇게 말한다:



베푸는 삶이란 지갑의 척도가 아니라 영혼의 척도일 때가 더 많다.…베푸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확실한 믿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유익과 복음의 진보를 위해 자기 소유의 일부를 전략적으로 후히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10-11)…재물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영적인 안전 벨트를 조여야 한다.(110)


서문에서 저자는 이 작은 책에 대해 “대단한 인용문이나 이야기, 설교조의 훈계가 가득 찬 글이 아니다”(12)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탁월한 통찰력에서 나오는 잠언으로 가득한 책이다. “베푸는 자에게 다가오는 유혹이 있다. 큰돈을 베풀면 삶의 다른 부분에서 많은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가려진다는 생각이다.(91) 같은 대목은 “역시 맥도날드!” 하면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헌금은 이제 그만!(44-45) 같은 글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베푸는 삶과 관련해 경건한 성품, 성실한 청지기, 확고한 믿음, 참된 겸손, 우상을 버림, 그리스도인의 풍성한 삶이란 6개의 큰 주제에 따라 각각 7-11개의 짧은 글이 이 책의 전부다. 한 쪽이 조금 넘는 문자 그대로 짧은 글이 이어지므로 맘만 먹으면 한 시간 정도에 독파할수도 있는 분량이지만, 기왕에 베푸는 삶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그렇게 서둘러 인식하게 이 책 읽기를 시작하고 끝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자원 봉사와 기부 문화가 발달한, 그래서 여유 있는 미국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배부른 메시지라 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패배의식을 갖고 이 책을 경원(敬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맥도날드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에 하나님의 마음도 움직인다는 ‘긍휼’(30)과 자신이 나누는 선물 속에 베푸는 자가 성육신해야, 즉 몸이 동참해야 한다는 ‘성육신 신학’(43)에 기초해 ‘전략적 드림, 적절한 관리, 뛰어난 정직성’(37)을 베푸는 삶의 세 가지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맥도날드 식으로 이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정리하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부에 집착하라, 그러면 별 볼 일 없는 삶이 보장될 것이다.(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