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희] I have a dream

이코스타 2003년 2월호

“I have a dream that one day this nation will rise up and live out the true meaning of its creed: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by Martin Luther King Jr


해마다 1월이 되면 저는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Martin Luther King 목사님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1월 달에 그 분을 기념하는 날 즉 1월의 세 번째 월요일이 되기 전 주에는 항상 이 분에 대한 전기문을 읽고 그 분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인권 운동 (Civil rights movement) 과 인종 갈등 (racism)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이 때 장애 (disability)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는 시간들을 갖게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의 남부 지방은 아직도 보수적인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솔직히 믿기는 어렵겠지만 인종 갈등이 아직도 역사의 흔적을 감추지 못 한 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들을 지켜 보아도 흑인 어린이들은 백인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 노는 경우가 드물고 수업 시간에 그룹 프로잭트 할 때도 백인 어린이와 흑인 어린이가 함께 파트너가 되는 일 역시 아주 드문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야 동양 사람이고 원래 이 사람 저 사람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러 동료 교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흑인 교사들과 백인 교사들이 학교의 일 이외에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경우 또한 찾아 보기 힘들고 심지어 하나님 앞에 우리 모두가 똑 같은 자녀라고 이야기 하는 기독교인들도 예배의 형식이 달라서 그런가 흑인 교회와 백인 교회가 나누어 져 있다는 사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Martin Luther King목사님은 제가 살고 있는 조지아 주에서 태어나셨고 직접 몸으로 인종 차별의 아픔과 서러움들을 체험, “인간의 평등성” 을 강조 하신 분으로 유명하며 오늘날 흑인 역사의 중요한 인물로 손 꼽히는 분의 한 사람입니다. 이 분이 생존하셨을 때 당시 미국의 상황은 흑인들과 백인들은 분리된 생활을 하였고, 즉 흑인들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았으며 사회의 천대와 명시를 받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으로 인하여 상처를 입고 돌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정부의 특별한 해택과 배려가 없었다고 합니다. Martin Luther King 목사님의 인권 운동은 인종 갈등해소에만 그치지 않고 베트남 전쟁이나 심지어 한국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상이 용사들의 인권 문제,, 즉 전쟁터에서 얻은 장애가 생겨서 돌아온 이들을 위한 사회 복지 문제로 바뀌게 된 것 입니다. 이 사회 복지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장애인들의 교육과 사회 참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73년 Vocational Rehabilitation Act 라고 하는 법이 미국에 정해 지면서 상이 용사들이나 모든 장애인들도 한 인간으로써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과 같이 똑 같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규정하고 1975 Education for all handicapped Act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그들의 장애에 상관없이 그들에게 맞는 공 교육 (public education)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1990년 American Disability Act가 정해 지면서 미국의 공공 장소에 장애인들의 편의 시설을 제공했으며 1997년 Individual with Disability Act를 통해서 특수 교육 프로그햄이 체계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역시 장애인들에 대한 교육이 발달 된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올 해도 역시 아이들과 Martin Luther King목사님과 인권 운동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과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토론의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D라는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 합니다. “Ms. Cha도 우리와는 다른 피부색을 가졌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교사가 되어서 우리들을 가르치는데요, 저는 아직도 미국에 특히 제가 사는 지역에 인종 차별 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시 질문 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니? 또 다른 차별이라니?” 그 학생은 다시 이야기 합니다. “우리들에 대한 차별이요, Ms. Cha의 학생들에 대한 일반 교사들과 일반 학생들에게서 받는 따돌림, 그거 알아요?” 순간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미국의 특수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고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들 보다는 좀 나은 것 같았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그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특수 학급에 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우리를 약간 모자라거나 좀 바보로 알고 있어요. 우리들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 – — – 그냥 특수 학급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들을 “dummy”라고 하는데요, 뭐, 사실, 그래서 공부 하는 그 자체가 너무 싫어요.”


아이들에게도 선입견, 편견의식은 상처와 좌절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단지 “흑인”, “히스패닉”, “장애인” 이라고 붙여진 이름 (label)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인간의 인격과 능력 보다는 그 사람의 피부 색깔, 또 가난하고 힘들었던 과거의 역사와 불행했던 환경 때문에. 몸이 불편하고 학습 적인 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 진다는 그릇된 생각들 때문에 아직도 소외된 이웃들은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Martin Luther King목사님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아이들은 또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우리들은 하나님 앞에 그 사람의 피부 색이나 어떤 장애에 관계 없이 모두 평등하다고 믿고 있으나 단지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 뿐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반대인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편견의식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 즉 아이들의 눈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이 말도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말로는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을 위해서 노인, 장애인, 여성 복지, 소수 민족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를 부르짖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은 아직도 알게 모르게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 그리고 편견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문화란, 각 나라의 생활 습관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각자가 지니고 있는 다른 생활 문화를 의미 합니다.)


우리들이 각 자 서로가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우리 삶에 받아들이며 그들의 아픔을 우리와 함께 할 때, 또한 소외도어 있는 이웃들 역시 그들의 아픔을 고난의 순간들로 바라보지 말고 오히려 꿈과 희망을 갖고 은혜의 통로로 바라보게 될 때 “더불어 사는 사회” 는 이루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은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Martin Luther King 목사님의 말씀에 담겨져 있는 미래에 대한 꿈 (dream)을 꾸며 만들어 가는 밝은 사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시훈]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난 사람

이코스타 2003년 2월호

크리스마스를 앞둔 며칠 전부터 일기 예보에서 비가 내릴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에게 하늘에서 아름답고 탐스런 눈꽃송이를 뜻밖의 선물처럼 듬뿍 내려주어, 마음을 무척 들뜨게 만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마저 갖게 하는 오후에 손님이 한 분 찾아 오셨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P부인이었는데 기쁨이 가득 찬 밝은 얼굴로 들어오자마자 저를 다정히 안아 주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가 지난 저녁 그녀와 그 가족들이 경험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좀더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그녀가 제게 해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아들네 집에 갔었다우. 우리 큰아들 말이야, 얼마 전 목사 안수 받고 다음달부터 켄터키의 작은 도시에서 목회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에 말했죠? 그래서 이곳의 집과 모든 일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온 가족이 기도로 준비를 하고 있지. 그 아인 참 신실해요. 며느리도 그렇고.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마음이 진실한 아이들이지. 그 애가 소명을 받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신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 가족 모두는 기뻐하며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두손들어 환영했었다우.


아무튼 그 집에서 어제 작은 파티를 열었다우. 동네 이웃들을 몇 가정 불러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며 미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거였지. 그런데 바로 이웃의 두 집은 전혀 믿지 않는 가정들이라 우린 특별히 기도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들을 맞았지요.


한 가정은 남편은 오지 않았고 부인과 세 명의 아이들이 왔는데, 초저녁인데도 그 여자는 술에 취해 있는 거 같았다우. 머리와 옷매무새도 흐트러져 있었고 산만한 태도와 말할 때마다 술 냄새마저 풍기고 있었으니까. 나와 남편은 좀 당황했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아주 다정하게 그녀와 아이들을 대하더구만. 아이들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처럼 단정하지 못한 차림새에 버릇없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어.


그 여자의 이름은 수전이었는데 아이들 이 식탁에서 예의 없이 구는 것을 보면서 좀 부끄러워하며 “ 이 동네에서 십 년이 넘게 살았지만 우리 가족이 초대받은 건 처음이에요. 우린 남들과 어울리는데 익숙하지 못하답니다.” 라고 말하더군. 다섯 가정의 이웃과 우리 부부, 아들네 가족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어요.


참, 내 손녀 알죠? 한나 말이유. 올해 다섯 살이 되었는데 그 앤 정말 특별하다우. 맑은 두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사를 만나고 있는 것 같지. 게다가 그 어린것이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하나님도 그 애의 기도는 다 들어주실 것 같아. 그 아인 정말 축복이야, 암 하나님의 선물이고 말고. 아, 이야기가 다른 데로 흐를 뻔했네. 한나 이야기만 나오면… 호호.. 늙으면 다 이런다우.


식사를 마치고 케잌을 돌리고 있는데 수전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더군. 멀리 가는 것 같진 않아서 그냥 모른 척 하고 다른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 아이들은 지하실에 내려가서 장난감과 놀이 기구들을 가지고 서로 잘 어울리며 놀고 있었구. 얼마 후 수전이 들어왔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에 앉는 거야. 우리는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해서 모두 그녀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지. 수전은 한 동안 울음을 억제하고 나서야 말문을 열었다우.


“ 방금 전에 저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마당에 나갔었답니다. 여기서 몇 시간씩이나 참아서 담배를 여러 개 계속해서 피고 있었는데 한나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하도 열심히 쳐다보기에 왜냐고 물었죠. 한나가 뭐라는 줄 아세요? 오, 세상에… 담배를 그렇게 많이 피면 아줌마가 아프게 되지 않냐고 물으면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거였어요. 정말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이죠.“ 그녀는 다시 울먹이느냐고 목이 메인 것 같았다우.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도 사랑 받아본 적이 없었답니다. 남편은 거의 매일 때리고 욕을 퍼붓곤 해요. 몸에서 피가 나고 다쳐도 우리 아이들은 저를 걱정하기는 커녕 더러운 욕을 하거나 웃으며 놀리기만 해요. 그 아이들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다 내 탓이겠지만….


난 늘 술에 취해 살아요. 그렇지 않으면 한 시도 견딜 수가 없거든요. 이웃들도 모두 다 저를 무시하고 경멸해요.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하지요. 상점에서도 제가 지나가면 의심스런 눈으로 제 뒤를 보는 걸 느낀답니다. 아무도, 아무도 절 사! 랑하지 않아요. 전 그냥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거구요. 그런데 한나가 저를 보고 사랑한다는 거예요. 저 예쁘고 귀한 아이가 저처럼 냄새나고 지저분한 사람을 말이지요. 오, 세상에.. 저를 사랑한다구요!!“ 수전은 기쁨과 슬픔이 겹쳐서 소리내어 울었고 방에 있던 모두가 훌쩍이기 시작했다우.


누군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우린 다 따라서 찬송을 시작했지. 이웃 집 부인이 수전을 끌어안고 낮게 기도를 시작했고 누군가는 “수전, 사랑해요”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우. 어제 우린 정말 하나님이 우리 곁에 계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우. 난 믿어요.
수전이 머지않아 하나님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깨달을 거라는 걸.



이야기를 마친 P부인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저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커다란 선물을 듬뿍 받은 것 같습니다. 가슴 가득 즐거움이 차 오르는 것을 느끼며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얗게 눈 덮인 저녁이 너무나 환하고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기 위해 한 밤에 몰래 다가올 것 같은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