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진]What Do You Want from Me, Lord?

이코스타 2006년 11월호

유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고 지낸 7년, 그리고 직장인으로 2년 남짓 보낸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나와 내 가정에게 참으로 많은 축복을 내려주셨다.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서 꿈꾸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또 그 비전을 붙잡고 기도하게 하셨다. 나의 내딛는 한발 한발을 주의 친절한 팔로 이끄신 곳은 이 곳, 테네시 주립 대학이다.


처음 교수라는 직분으로 이 곳에 왔을 때, 나는 온통 기쁨과 감사,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쓰임받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코스타에서 뵈었던 교수님들의 모습, 캠퍼스에서 제자 삶기에 열심이셨던 그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도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고 기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 또 나를 다지시길 원하셨다.


교수로서 일을 시작하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가르치는 학부 학생들, 주로 미국인 학생들과의 관계였다. 젊은 동양인 여교수가 수업을 가르칠 때 반응은 두가지였다. 호의 아니면 무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서툰 영어라도 나올 때면 의례 주늑이 든 나 자신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더 많았다. 학생들 눈빛 하나 하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한 번씩 무례한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며칠을 끙끙 앓아대며 내심 ‘어떻게 혼내줄까’ 궁리를 하고 있었다. 교회 기도 모임에 가면 기도 제목은 늘 똑같았다. “실력있는 교수가 되어서 teaching 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세요.” 그러나,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님, 여기까지 보내셨을 때는 능력과 지혜도 함께 주셨어야죠.” 어느새 내 기도 속에 불만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 여전히 실력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를 하는 중, 성령께서 문득 ‘이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도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주셨다.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이 주신 대답은 간단했다. “사랑하라.” 하나님께서는 내가 실력있는 교수가 되기 보다 먼저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수가 되길 원하셨다. 그 후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반응이 아니라, 이 수업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수업인가에 촛점을 맞추었고, 행여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학생이 생기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도록 기도했다. 나의 기도는 ‘실력과 지혜’가 아닌 학생들과의 relationship building 로 바뀌었다..


그렇게 얼마가 흐른 후, 하나님께서는 ‘통하는’ 길을 보여주셨다. 수업 중 학생들의 반응에 가슴 졸이는 것에서 해방되었고, 학생들이 내게 마음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학생은 ‘당신이 얼마나 이 수업을 위해 애쓰는지 알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라는 이메일을 보내주었고, 수업에서 늘 불만을 얘기하던 한 인도 여학생은 인도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해 주기도 하였다.


연말이 되면 꼭 학생들에게 주는 숙제가 있다. Vision Project. 그 과제를 통해 나는 학생들이 미래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그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또한 이 과제를 주며 나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에 대해 얘기하기를 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분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만드셨다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찾아 이루어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지난 해 이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 중에는 그들의 인생 계획 중 ‘mission’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의 사역의 방향을 ‘한국인’에게 너무나 고정시켜 놓았었다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서 있는 이 미국 땅에서 외국인들에 대해 마음을 쏟게 하신다. 나의 하루 24시간 중 삼분의 일을 함께 하는 이 학생들에게는, 왜 내 마음이 그토록 강팍하였을까? 이제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relationship을 쌓고, 또 그들과 하나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생이 되기를 기도한다. 좋으신 선생님이었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조한상]’소그룹 성경공부 커리큘럼’을 시작하며

대학 3학년 초. 그냥 성경공부하는 게 좋아서 따라다니던 내게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를 하라는 명을 선배로부터 받은 때는,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던 혈기만 넘치던 시절이었다. 물론 내게만 떨어진 미션은 아니었고, 함께 있던 동기들 몇 명에게 동시에 주어진 소그룹 리더라는 위치였지만,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너무도 쟁쟁한 선배 리더의 틈바구니 속에서의 리더라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리더 훈련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명목상으로는 내가 리더였지만, 대선배 리더가 함께 그 소그룹을 이끄는, 이른바 ‘섭정’식 성경공부반! 그 누가 나와 성경공부를 하려고 했겠나 싶다. 그런 상황이 딱하게 생각되었던지 당시 4학년 누나 2명과 정말 상황 잘 모르던 1학년 후배 한 명만이 나와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 생활이 이젠 14년이 넘어간다.


그 당시 내게 주어진 성경공부의 내용은,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바울서신’이었다. 당시 난 바울이 쓴 서신이 도대체 모두 몇 권인지도 정확히 모르던 터라, 그 정신적인 부담은 실로 엄청났었다. 더구나, 내게 참고하라고 주어진 책은, 번역이 좀 이상했던 ‘바울신학’ 한 권과 ‘새시대를 위한 바울’이라는 책, 그렇게 두 권. 그리고 매 주 공부할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만 했으니…


그렇게 그 성경공부팀에서 6년이란 시간동안 몸을 담았었다. 정해진 기간동안에 적절한 분량을 소화해내는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려는 모임이었기에, 3 4개월마다 한번씩 새로운 성경공부 내용을 만들어 내야만 했고, 또 그와 관련된 문제를 만들어야만 했다. 내 기억으론 단 한번도 선배 리더들께 이전에 만들어 놓은 ‘문제은행’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이유를 물으면, 늘 이렇게 대답하셨다. ‘선배가 만들어 놓은 문제를 참고하면 넌 편할지 몰라도, 그 때마다 살아서 움직이는 성경의 숨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니, 고생스럽더라도 스스로 만들어 보아라!’ 내게는 너무도 귀한 가르침이었고, 난 그 후 늘 성경공부 문제는 새로이 만들어 왔다. 비록 같은 본문이 반복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전에 만들어 놓은 문제를 참고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상황이 바뀌어 있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바뀌어 있기에, 지금의 ‘우리’를 위한 문제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 때는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그 선배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성경공부와 함께 놓치지 않고 늘 해오던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역시 당시 선배 리더들에 의해 전수 받은, 일명 ‘life sharing’! 함께 모인 구성원들끼리 지나온 삶을 솔직히 나누는 시간이다. 그냥 그런 호구조사(?)정도의 나눔이 아니라, 정말 솔직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할 말이 없다고들 빼지만, 보통들 1시간 30분씩은 이야기한다. 가족 간의 갈등얘기, 예수님을 처음 만난 이야기, 또 실패해서 울던 이야기 등에 함께 울고 함께 웃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있던 벽들이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예상했겠지만, life sharing을 위해서는 성경공부 시간 이외의 자리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고, 늘 리더가 먼저 솔직한 나눔의 본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대학부 시절, 내 머리 속에는 늘 이 말이 있었다. ‘나는 언제나 저 선배들같은 리더가 되려나?’. 그리고 그 후, 난 많은 신앙의 선후배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내가 꼭 닮고 싶은 신앙의 선배들의 모습도 있었고, 반면 대학 3학년 때의 나처럼 성경공부에 대한 열정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나의 작은 경험들을 나누기 원한다. 여기서는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법적인 내용들을 주로 다루겠지만, 그 과정을 인해 소그룹을 통해 영혼을 살리려는 열정이 구체화되었으면 한다.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그 때 함께 성경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해 해야 할 일들을 감당해 주고 있슴을 본다. 현대 기독교가 고객만족을 위한 ‘소비자 기독교’로 전락한 상황이지만, 한 영혼을 위해 함께 삶을 나누고 성경공부를 하며 도전을 주고받는 진정한 교회가 있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감사가 있는 것 아닐까?


유학생활이라는 특수한 삶의 형태는 소그룹을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가까운데 모여 살고 있고, 또 가족과 떨어져 있기에 서로 집을 오픈하기도 쉬운 상황이 소그룹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는 제격이다. 나름대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기에, 서로 위로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공부를 하고 있기에, 체계적인 방법을 원하는 시기. 이런 좋은 시기에, 공과공부식 교재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우리에게 맞는 성경공부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나의 경험을 나누는 동안 다른 지체들의 귀한 나눔도 듣고 배우고 싶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주기를 기대해 보며, 첫 이야기를 시작하련다.

[편집부] Interview


예 전과 달리 현대 사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로 인하여 일(공부)하는 엄마들이 계속 증가하다 보니 자녀를 양육하면서 부부가 함께 공부하는 유학생들도 역시 증가 추세다. 특히, 여성들이 가정을 갖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일(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달 이코스타에서는 일(공부)하는 엄마들이 그들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나 갈등을 기독교 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나누어 보기로 하자.


이코스타: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달, 이코스타에서는 엄마로써 일 혹은 공부를 함께 하시는 자매님들이 겪게 되 는 여러 가지 애환들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에 대해 이 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해 주세요. (살고 계시는 지역, 직장, 학업, 가족 관계, 그리고 교회나 캠퍼스에서 하시고 있는 사 역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K 자매: Boston에 살고 있으며, 결혼한 지 6 년이 다 되어가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 가 있습니다. Boston University 에서 Biomedical Engineering(의공학과) 박사과 정에 있습니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는 Biomaterials (생체재료)와 Tissue engineering (생체조직공학)입니다. 지금 교회나 캠퍼스에서 특별히 공식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는 사역은 없습니다.


R 자매: 저는 Cambridge, MA 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Harvard 대학 전 산과 에서 포 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는 광통신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 는 남편과 16 개월이 좀 지난 딸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성경공부를 하 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하나님과 성경에 대해 알고자하 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학생과 직장인, 미혼과 아이가 있는 가정, 하나 님을 믿는 사 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희 모임 가운데서 하나 님을 배우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분들이 생길 때가 제일 행복 하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저희 부부가 이런 성경공부 모임에서 많이 배우고 자라고 섬김을 받았기 때문에, 저희도 그렇게 섬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코스타: 가정을 갖고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혹은 학교)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힘든 일들이 참 많을 것 같은데, 가정, 일(또는 학업), (교회 또는 캠퍼스)사역 들 가운 데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시는 기준은 어떤 것인 지요? 그리고 그 기준을 지켜 나 가는 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으신 지요?


K 자매: 가정과 일(학업)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했던 것처럼 사역에 적극 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큰 후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그저 삶 속 에서 자연스럽게 섬길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와 제가 준비되고 (공식적 인) 사역을 적극적으로 할 시기가 되면 하나님께서 신호를 주실 것 같습니다. 결 혼 전에는 가정이나 학업보다도 사역을 더 중요시하는, 조금은 이원론적인 경향 이 있었고, 가정에 매여서 교회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어른들께 반 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가정을 가져보니 가정을 잘 보살피고 아이 하나를 하나님 안에서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큰 사역인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 생활 속에서 가정과 일이 충돌될 때에는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가정이나 일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할지 정합니다. 몇 가지 꼭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면, 학교 일이 아무리 바쁠 지라도 저녁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고 아이가 잠 들 때까진 함께 있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또 주말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합 니다. 매일 매일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은 compromise하지 않고 철저히 지키 려고 합니다. 어려운 것이 있다면. (공식적) 사역이라는 걸 못 하고 있기에 내가 하나님 앞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아주 큰 죄책감과 위기감을 때론 느끼기도 합 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불러주실 거라고 믿고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 들은 시간관리와 체력관리입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 고 일이 많아 피곤한 가운데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기도 합니다. 개인 시간을 못 가지기에 스스로를 충분히 점검하고 정돈할 시간도 별로 없고, 남편과 깊은 대화 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합니다. 항상 피곤한 몸 상태로, 계속 쏟아지는 일을 계속 해 나가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시간, 체력, 또 다른 resources의 한 계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가족에게도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를 가지고 대하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족끼리 intimate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R 자매: 가정, 일, 사역 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라면, ‘하나님께서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지’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일반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말일수도 있겠지만, 하나님 뜻을 구하는 것이 모든 일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나님께서 생각하시는 최선의 길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린 딸에게는 엄마가 곁에 있는 것이 제일 좋을 테고 남편에게 좀 더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고 싶으면서도, 지금까지 공부하게 하시고 일하게 하 신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생애의 각 순간마다 어쩌면 우 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이 문제가 오래된 기도제목입니다. 내년 7월이면 Harvard에서의 계약이 끝 나고 새로운 일을 구해야 하는데,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 뜻에 맞을지, 아이가 더 클 때까지는 일을 쉬는 것이 나을지 계속 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가정, 일, 사역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기준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 이라고 할 게 없겠네요. ^^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님 뜻을 구하고 우선순위 를 정하는 게 제게는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이코스타: 엄마로서 직업을 가지고 계신 것에 대해,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믿고 계신가요? 그 렇다면, 그 소명을 함께 나누어주실 수 있으신 지요? 언제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셨는지요?


K 자매: 가정과 일을 동시에 꾸리는 것이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 음과 같습니다. 우선 Os Guinness의 The Call에서처럼, 하나님의 소명이란 직업 등에 대한 calling보다는, 하나님 그 분을 향한 부름이 우선된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나님이라는 분께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으로 지금 나에게 허락하신 장이 현재 제 상황 (가정과 학업) 이라고 믿습니다. 때로는 입안이 바싹바싹 마를 정도로 바쁘 고 힘든 가운데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법을 배웁니다. 어떤 때는 전혀 의미가 없 어 보이는 일들을 하면서 하나님께 무조건적 순종을 배우기도 합니다. 자기 고집 을 피우는 아이와 씨름하면서, 하나님의 나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배웁니다. 두 번째로는 학문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학문의 주 인은 하나님이시라는 걸 매순간 인정하면서 살고 싶다고 기도합니다. 또 저희 분 야가 하나님께서 주인 되시는 학문으로 온전히 회복되길 기도합니다.


또 하나님께 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데 쓰시는 학문이 되길 기도합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그런 계획 속에서 제가 담당할 일이 있다면 그 것을 위해서 준비시켜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 번 째로는 직장에서 하나님 과 사람을 섬길 수 있길 기도합니다. 실험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섬긴다는 것, 사실 잘 못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험실 내에서 각자 자기 project를 하는 가운데, 섬길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기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졸업을 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하나님과 사람을 좀 더 적 극적으로 섬길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전임사역자가 되겠다 는 건 아니고, 지금껏 공부해 온 것들을 계속 연결해서 하면서 사람을 섬기는데 적 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로 결정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으로 딸아이에게 좋은 role model이 되었으면 합니다. 딸아이가 일을 하게 될 지 전업 주부가 될지는 철저히 딸아이와 하나님과의 사이에 서 결정될 일이지만, 지금 사회의 흐름으로 볼 때 딸아이 세대에는 대부분의 여성 이 직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클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될 때 제 딸아이도 저와 같 은 고민을 가지고 살게 되겠지요. 그런 딸아이에게 제가 지금 삶으로서 모범을 보 여 줄 수 있으면 좋겠고, 나중에도 대화와 의논의 좋은 상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합니다.


위 와 같은 소명을 매일매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확인하고 있고,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원하신다는 것을 경험하는 사건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를 막 낳고 대학원에 apply 했을 때 있었던 일인데, 하나님께서 내가 상상도 못 했던 방법으로 가정과 학업을 다 지킬 수 있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한 1 년 반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전업주부로 있었던 기간이 있었 습니다. 아이를 낳기 한 달 전 GRE를 보고 원서 essay를 썼습니다. 아이를 낳고 application을 여러 학교에 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 (tissue engineering) 가 있는 학교가 보스턴에는 하나만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보스턴에 서는 한 학교만 apply하고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들에 apply 했었습니다. 몇 달 후, Admission 결과가 나왔는데, 보스턴에 있는 그 학교에선 reject가 되고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만 admission이 왔었습니다. 남편과 떨어져 아이를 데리고 먼 곳에 있는 대학원에 가야 할 지, 아니면 대학원 가는 걸 포기하고 남편과 아이 와 다 함께 있어야 할 지,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오랜 고민과 기도 그리고 남편 과의 의논 후에 선 결심은 가족이 흩어져서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 다고 일하길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고 보스턴에 있는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었습 니다. 이곳 저곳 알아보는 가운데 tissue engineering을 연구하는 교수가 지금 제 가 다니는 학교에 1 년 전 부임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전에 apply할 학교 들에 대해서 알아봤을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지요. Application deadline이 몇 달이 나 지났음은 물론이고 admission 발표까지 다 난 후였지만 application을 보냈습니 다. 얼마 후, 학교로부터 admission은 물론이고 Deans Fellowship이라는 장학금까 지 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다 함께 있으며 저도 제가 원하는 공 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철저한 간섭과 섬세하신 인도하심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진로 결정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선 제게 가정도, 일도, 또 제가 공부하는 학문도 포기하지 않길 원하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R 자매: 엄마로서 직업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소명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반면에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에서 제가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예수님을 따라 자라가고 또 이웃들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게 해주시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렇게 고민하면서 하나님 뜻을 구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 중에 하나 가 아닐까 합니다.


이코스타: 특별히 일하는 여성으로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으 신 지요?


K 자매: 이기적으로 자기일 만을 챙기고, 자기를 내세우고, aggressive하고 competitive하 게 일을 추진해야 하는 work environment에서, Christian으로서의 섬기는 자세와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자세를 유지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주변에 보면 가정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Christian 여성으로서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에서 고민하며 사는 경우가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전 family-friendly working environment 에서 일하고 있기에 그런 고민은 크게 겪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지도교수도 가정을 꾸리고 있고, 같은 실험실에, 지금 임신 중인 post doc도 있고, 같은 과에 얼마 전 아이를 낳은 다른 여자교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남자 researcher 는 아이를 데리고 실험실에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 정이 있고 아이가 있기에 직장에서 가지게 되는 괜한 자격지심으로부터는 자유로운 편입니다. 지역교회나 공동체에서 여자이기에 기대되는 일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에서 어떤 행사가 있을 때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구역예배 때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거나 할 때, 아무래도 부담스 럽게 느껴졌었습니다. 아이가 어리고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한 가지 일이 더 주어 지는 듯 해서, 섬길 수 있다는 기쁨보단 일의 부담감이 더 크기도 했습니다. 다른 가정은 거창한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죄송함 등도 컸습 니다.


R 자매: 하나님께서 정말 내가 일하기를 바라시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 니다. 여성으로서, 아이와 남편에게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일 터에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주님 안에서의 형 제/자매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일하는 사람으로서 직장 일 에 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돌아보게 됩니다.


이코스타: 일하는 크리스천 여성으로서 남편에게 기대하시는 바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K 자매: 저희 남편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큰 시험이 있을 경우, 공부에 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줬고, 집안 일도 잘 나눠서 해 주고 있습니다. 또 집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시간이 적기에 이메일로 QT share도 하고 생각도 나누자고 initiate하기도 했구요. 일하는 크리스천 여성을 아내로 둔 남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정의 일을 나눠서 할 경우, 그것을 ‘아내의 일을 돕 는다’는 맘으로 하지 않고, ‘내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자세로 임해 주셨으면 좋겠 다는 겁니다.


R 자매: 남편이 영적으로 가정의 머리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더 봐주고 집안 일을 좀 도와주는 것보다, 하나님 안에서 흔들림 없이 가정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코스타: 엄마로서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K 자매: 장점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출퇴근했기에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몸에 베이는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다른 분이 봐 주시고, 더 어릴 적부터 학교 생활을 시작 했기에,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경험을 하 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낯을 별로 가리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도 금방 친해지는 편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독립적이고 부모에게 많이 의존하는 편이 아닙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아는 듯 합니다. 가끔은 엄마를 어린 자기가 care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지 자기가 절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엄마가 피곤해 하고 스트레스 받는 기색을 보일 때, 옆에서 계속 웃으면서 재잘재잘 거리면서, 엄마를 결국 웃기고 맙니다. 또 아빠 가 학회에 가서 없을 땐 자기가 아빠 흉내를 내서 엄마에게 힘을 주기도 합니다. 정말 딸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구나 라는 걸 매일매일 확인하게 됩 니다. 제가 딸아이와 함께 항상 있었다면, 딸아이를 양육하는데 제 생각과 제 고집 이 더 강하게 작용했을 텐데, 어린 시절부터 떼어놓으면서 저도 딸아이를 하나님께 맡기는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평생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습니 다. 제 딸이 세 살이 채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큰 시험이 있어서 새벽 일찍 학 교를 가야 했는데,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깨서, ‘엄마, 학교 가지 마’라고 매달리 더군요. 아빠가 일어나서 안아줘도 다른 때완 달리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 마 학교 가야돼, 엄마가 큰 시험이 있어서 학교 가야돼’ 라고 꼭 안아주면서 이렇 게 저렇게 잘 설명해 줬더니,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군요. 그러고 잠시 후,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단호한 어조로, ‘엄마 학교 가세요. 학교 가 서 공부하세요,’ 라고 어른처럼 얘기해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집을 떠나 학교를 향하면서 딸아이가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딸아이에게 너무 고맙더군요. 그와 동시 에 그 순간 제 아이와 함께 하신 하나님을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반면에 단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데는 장점이겠지만 또 한편으론 단점이기도 합니다. 함께 있을 때도, 아 이가 원하는 관심을 못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가 혹시 불만을 가지게 되 지는 않을까, 내가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못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가 듭니다.


R 자매: 남편이 영적으로 가정의 머리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더 봐주고 집안 일을 좀 도와주는 것보다, 하나님 안에서 흔들림 없이 가정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코스타: 여성학이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게 하는 계기를 제시했습니다. 하 지만, 최근에는, 그 여성학이 “일하는 여성은 우월하고, 살림하는 여자는 열등하다” 는 바람직하지 못한 이원론을 제공했다는 역풍 또한 맞고 있는데, 그로 인해 고민 을 하신 적이 있으신 지요?


K 자매: 있습니다. 일을 쉬는 동안 그런 사고방식에 많이 젖어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기에 가지는 열등감도 있었고 이러다가 영영 일을 다시는 못 하게 되지는 못 할까 하는 불안감도 크더군요. 하지만 전업 주부로 있었던 약 2 년 동안, 교회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전업 주 부들의 고충과 생활 속의 도전들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회가 일하는 여성을 더 인정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전업 주부로서의 설움과, 일을 하기 원하심 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닿지 않고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는 고민 등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시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반대로 가정을 가지고, 일하는 Christian 여성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Christian 분들도 뵙습니다. 언젠가 자녀교육에 대한 기독교 서적을 보다가 아이가 있음에도 직장을 가지는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잘못되었다 라고 매도해서 말하는 부분을 보고 는 분노한 적이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여성이 전업주부를 하건, 직장을 가지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원하시는 것에 따라서 결정할 일이라고 봅니다. 어떤 생활방식으로 살게 되건 간에 그것이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걸 알고 순종하고, 또 그 안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하나님과 이웃을 섬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R 자매: 여성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생각이 인본주의이기 때문에 크리스천 여성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우월하고 열등한 지 결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하나님께서는 차별이 없는 분이십니다. 하나님 뜻을 구하고 주만 바라보며 산다면, 여성학에서 누굴 우월하게 생각하고 열등하게 생각하건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코스타: k and R 자매님, 이렇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나누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두 자매님의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 다.

[이선주]네가 가장 작은 일에 신실하였으니

이코스타 2003년 9월호

유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은 일에 신실한 자를 찾는 하나님’ 이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 1학년 때 다시 하나님을 만나고 나의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바꾼 이후 나의 학생 시절에 큰 도움을 주었던 실제적인 조언, 실패를 통해 깨닫게 된 주의점 등을 간략하게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이고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살고 내가 그 사람 안에 살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만일 너희가 내 안에 살면서 내 말을 지키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키고 그 분의 사랑 안에 있는 것과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15:5, 7, 10)



첫째는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입니다. Quiet Time (큐티) 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기독학생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될 수록 큐티를 지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하나님께 전 생애를 드리고 싶은 소망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젊은 때에 하나님께 하루의 작은 시간이라도 떼어서 집중하여 드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의 큐티는 어떤 일정한 시간 동안 기도와 말씀 묵상을 하는 그 행위 자체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내가 하나님 외의 다른 생각과 다른 목적을 품고도 그러한 형식을 얼마든지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하여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큐티시간 자체가 어떠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 목적이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일 혹은 사역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목적은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 즉 하나님과 더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부터 그 목적은 슬며시 우리의 우상이 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여러분 각 사람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말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나눠주신 믿음의 분량에 따라 분수에 맞게 생각하십시오. (로마서 12:3)



둘째는 작은 일을 맡으라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수업에, 과외활동에, 인간관계에, 운동에, 여러 종류의 사역에, 직업준비에?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6:12). 단지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유익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유익해 보이는 것이라 할 지라도 내가 맡아야 할 것이 아니었는데 맡게 되었다면 나 자신과 이웃에게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충실하려고 하면, 그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시는 작은 일에 신실하게 임할 때, 내가 맡은 어떤 일도 하찮게 여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맡은 어떤 일도 필요 이상으로 우러러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도바울의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이는 성도들에게는 로마서 12장 1-2절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내가 하나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은 여러분이 드릴 영적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셋째는,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지혜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 있는 사람처럼 시간을 아끼십시오. 이 시대는 악합니다. 여러분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십시오. (에베소서 5:15-17)



맡은 일에 시간을 잘 배분하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학생 시절에는, 일하듯이 공부하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조언은, 말 그대로 학생들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아침 9시에서 저녁 5시까지는 공부에 집중하고 다른 일을 삼가라는 권고였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든지, 사역에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될 수 있으면 그 8시간 외로 시간을 할당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배분은 저의 생활의 우선순위를 실현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가 이 틀을 지향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제 학생시절을 통틀어 그러한 틀에 가장 가깝게 생활했던 것은 몇 번의 학기말 시험 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제가 정말로 일로 주어진 8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한다면, 그 외의 시간 또한 최선을 다해 다른 일에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원칙을 실감했었습니다.



그다지 새로운 개념들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계속해서 붙들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사항들입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각자의 마음에 심어주시는 지침이며, 적용되는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세상사는 동안 저희들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언제나 하나님을 인정하며,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작은 일에 신실했던 착한 종이라는 칭찬을 듣는 여러분과 저가 되기를 바랍니다.


착한 종아, 잘했다. 네가 가장 작은 일에 신실하였으니. (누가복음 19:17)

[김중안] Big Ten 지역 한국 유학생 사역의 단점

유학생 사역


Big Ten 지역 한국 유학생 사역의 단점


* 지난 호에서는 중서부 지역 한국 유학생 사역의 장점들을 나누었다. 이번 호에서는 반대로 단점과 힘든 점들을 나누고자 한다. 문제점과 원인을 보는 시각에는 지역 교회의 사역자들과 거주자와 유학생들 사이에 공통된 의견과 동시에 이견들도 있다. 이 내용들은 현재의 유학생 사역과 사역자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여러 관점에서의 객관적 사실들을 언급함을 통해 유학생 사역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분석 진단하고 성경적이고 영향력 있는 유학생 사역을 위한 개선책과 대안을 찾는 데 기초자료로 사용되어지길 소망한다. 다음 호에서는 이를 기초로 바람직한 유학생 사역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사역자의 문제

유학생 사역에 문제점 중의 하나는 유학생을 위한 사역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캠퍼스에서 유학생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사역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학원촌에서 지역교회의 목회자로서 유학생 사역을 하거나, 이민자들이 많은 대도시의 교회에서 하나의 부서를 맡은 부교역자로서 유학생 사역을 하고 있다. Big Ten 지역의 30 교회 중 부교역자가 있는 교회는 5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대학촌 지역에는 부 교역자가 2명 밖에 없다. 이는 교회의 규모와 재정적인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재정이 확보되더라고 시골 지역으로 유학생 사역을 위해서 기꺼이 가고자 하는 헌신된 사역자들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따라서 대학촌 지역의 사역자들은 혼자서 다양한 계층의 교인들(거주자, 대학생(under), 미혼자(single), 기혼자(married), 교환 교수, 언어 연수 학생, 주일학교)을 상대해야 하고 행정과 관리 설교 양육 돌봄 등을 책임지고 있기에 사역의 집중성, 전문성,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소모(burn out)되기 십상이다.

사역자의 수 뿐만 아니라 질적인 문제도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전임 사역자로서의 자질보다는 유학생 사역에 적절성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인 한국 교회 사역이나 이민자 중심의 사역에 적절할 지는 모르나 유학생 사역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사역자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청년 대학생 사역의 경험이나 소그룹과 양육과 제자훈련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역자들은 유학생 사역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교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기본적인 관리만 하고 현재의 사역지를 더 큰 이민교회로 가기 위한 중간 역할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역자들의 자세에 대한 불만들도 토로하기도 한다. 한국 교회의 실정상 목회자 한 사람의 목회 철학은 교회의 방향과 사역의 구조와 내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통적인 목회철학과 스타일을 가지고서는 출석 교인의 절대 다수인 유학생들의 영적 필요를 외면하고 소수의 이민자들의 기호에 맞추려는 사역으로 기울게 된다.

2. 교회의 문제

교회 안의 문제로는 무엇보다 재정의 문제를 지적한다. 재정적으로 자립을 하지 못하고 교단의 지원을 계속해서 받고 있거나 목회자의 사례비를 겨우 주고 다른 사역에는 여력이 없는 교회들이 다수이다. 재정의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사역에 사역자를 세우지 못하거나 지역 교회로서의 교육과 양육과 선교와 구제 등 균형잡힌 사역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직업을 갖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교민들 중에도 헌금을 유학생 수준으로 적게 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거나, 나는 학생이니까 하면서 거의 헌금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할 때 재정적인 문제가 심각해진다. 헌금에 대한 강조를 하다 보면 불신자와 초신자들이 많은 유학생 교회에서 상처받거나 시험에 드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교회 안의 이민자와 유학생들 사이의 갈등도 있다. 이민자들은 유학생들이 헌금도 적게 하고 잠시 있다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목회자의 사역 중심이 자신들에 초점을 맞추어 주기를 요구한다. 유학생들은 자신들이 다수인데 교회 봉사자로만 전락되어지고 사역내용과 교회의 운영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음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 문제는 자신들이 소속된 교회의 존재 목적과 사역의 방향과 중심 내용에 대한 하나된 마음이 없을 때 더 심화된다. 그리고 목회자의 목회 철학과 방법론의 부재, 교민들의 선교의식 부재, 유학생들의 주인의식과 헌신의 부족 등이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역 교회들이 캠퍼스를 선교지로 보지 않고 학생들을 자기 교회 안으로 끌어 들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많은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좁은 지역 내에서 교회 간의 갈등과 경쟁을 심화시키고 개 교회 중심주의로 치우쳐 협력과 동반자 관계에서의 효과적인 학원 사역을 못하게 된다. 오히려 불신자들에게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게 되고 전도의 문을 막는 꼴이 되어진다. 자기 교회가 주체가 되어 자기 교회 안에서 하지 않는 한 다른 교회 청년들과의 연합이나 협력 사역은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의 교회들도 캠퍼스 내에서의 학생 사역을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 개 교회에 이름을 내고 교회 내에 수적인 성장의 유익이 있을 때에만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삶의 현장인 캠퍼스를 외면함으로써 유학생들을 위한 온전한 사역이 이루어 질 수 없게 된다. 이원론적 현상이 일어나 학생들의 신앙을 교회 안으로만 가두어 전공과 신앙, 학문에서의 주되심, 직업과 소명, 영적 전투와 선교적 책임, 캠퍼스와 세상 속에서의 영향력 있는 삶,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과 동역에 관한 도전과 훈련을 받지 못하게 한다. 이는 교회 출석과 봉사를 잘하여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기복 신앙과 이원론적인 신앙 생활을 부추기게 된다.

3. 사역의 구조와 내용의 문제

유학생 사역이 효과적으로 잘 되어지고 있는 교회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목회자가 유학생 사역에 대한 뚜렷한 목회 철학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으며, 교회가 전통적인 한국 교회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역 구조와 내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교회들이 전통적인 한국 교회의 구조와 내용을 유학생 사역에 그대로 접목하고 있다. 주일 대예배가 제일 우선 순위에 있고 수요저녁 예배, 주일 저녁 예배, 새벽 기도회, 금요 전교인 기도회, 주일 오후 예배, 구역 예배, 부활절 성탄절 등의 절기 행사로 바빠 평신도 리더 훈련과 체계적인 양육과 제자 훈련을 할 여력이 없다. 성가대가 주일 학교 교육보다 우선되고, 여 전도회와 구역모임은 주일날 전교인 식사 교제 준비가 제일 큰 사업이다. 싱글들은 청년회라는 부서로 묶어 놓고 기혼자들은 구역 모임으로 편성한다. 구역 모임은 깊은 나눔과 말씀을 통한 양육보다는 피상적 식사 교제와 형식적인 예배로 일관 되어지고 있다. 구역장들을 교육하고 돌아보지(care) 않고 책임만 주고 관리만 하게 하는 것이다. 소그룹을 통한 양육 구조가 아닌 관리 구조인 것이다. 청년회 모임도 훈련과 양육이 없고 지도 교사나 부장 집사가 전체로 모아서 가끔식 가르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청년회는 말씀을 통한 양육보다는 찬양 모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청년회의 제일 큰 사명은 교회의 행사나 인력을 요구하는 일에 제 때 동원되는 것이다. 그러면 장로님과 제직들은 우리 청년회 잘 모이고 잘 된다고 평가한다.

제일 안타까운 사실은 출석인원 중 불신자와 초신자가 1/3이 넘는데 이들을 위한 전도 성경 공부나 초신자 교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 출석하면 신자로 간주(assume)하여 기혼자는 구역으로 편성하고 미혼자는 청년회로 편성한다. 교회 출석과 봉사를 통해 은혜를 체험하고 믿음이 자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복음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그리스도를 전인격적으로 영접한 경험이 없고 아무런 양육도 못 받은 가운데서 유학 시절 동안 교회에 출석하고 임원으로 직분자로 활동하다가 졸업하고 떠나는 사례들도 허다하다. 실제적으로 내가 만난 많은 학생들이 교회 내에서 전도와 양육을 위해서 열심을 내다가 전통에 따라 굳어진 교회의 구조의 벽에 부딛혀 좌절하고 있었다.

학기 초에 정착을 위해 교회의 도움을 받고 출석했던 학생들의 반 이상이 학기 중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말씀의 능력과 사랑과 치유와 나눔과 소망으로 가득한 건강한 공동체성이 없고 삶과 인격으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입력이 있는 소그룹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신자들 중심의 구조와 내용을 지속하고 있기에 불신자들과 초신자들이 적응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 구조와 내용이 유학생 사역에 맞게끔 전도하고 양육하여 영적 지도자로 훈련하여 파송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유학생을 위한 온전한 사역을 기대할 수가 없다.



4. 사람의 문제

유학생 교회의 목회자들이 지적하는 제일 큰 어려움으로 공통적으로 뽑는 것은 일군이나 평신도 사역자가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한국 교회 스타일의 교회들은 항상 그 해에 새로 오는 신입생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런 교회에서는 평신도 사역자가의 개념이 아닌 교회를 운영하고 섬길 일군을 필요로 한다. 어떠한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 교회의 사역의 내용과 질이 바뀌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불신자들이나 초신자들보다는 교회에 오랜 다린 베테랑 신자를 선호하고 꼭 붙잡으려고 노력한다. 이에 상처를 받고 다른 교회로 옮기거나 아예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 불신자들이나 초신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양육 중심의 교회들도 리더들을 세워 일할 만하면 떠나 버리게 되어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이어 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리더로 서는데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실제로 사역할 수 있는 기간은 많지가 않다.

전체 유학생들의 숫자에 비해 한국에서부터 잘 양육되고 준비된 리더들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준비된 일군과 사역자는 소수이고 대부분이 불신자, 초신자, 교회만 출석하는 맹목상의 신자들이다. 일설에 의하면 한국에서의 선교 단체나 교회 대학 청년부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던 학생 리더들은 유학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적게 유학을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으로서 가지는 시간적인 한계들이 있다. 학업과 학교 일에 쫓기다 보면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고 가정에서 책임이나 교회 출석도 간신히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유학생 교회와 사역자들은 신앙의 성숙보다는 학위와 직장을 잡는데 최우선 순위가 있고, 단기간 있다가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주인의식이 부족하고,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신세대의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하여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