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록] 방황하는 소명
크리스천 직장인의 삶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5년하고 한국을 떠난 뒤 일반 직장에 다니지 않은지 8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런데 1년 전 대도시로 이사하면서 다시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대가 변한만큼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고, 아무도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데 크리스천으로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 자신 조차도 굳이 크리스천이라고 밝히지 않는데, 어려움이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지금 다니는 직장은 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여름 내내 인턴들이 있어서 코스타에 모인 젊은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열기가 가득찼었다. 여기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나는, 또 여기에서 유일한 크리스천이다. 사실 이민 사회에 살다보면 어찌어찌한 기회로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교회에 한 번 정도는 발을 디뎠을 법도 한데 이곳에 있는 젊은 청년들은 단 한명도 교회를 가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기독교를 싫어하기까지 한다. 나는 여기서 아직까지 내가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8년 전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이다.
그들이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만 최고라고 인정하며 다른 것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교만함이 싫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교회에 가라고 지나치게 푸쉬하면서 정작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더 사람들을 잘 속이고 나쁜 짓도 많이 하더란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 부분은 사실이기 때문에…그러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말로만 교회를 다닌다고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을까?
예수님을 진정한 나의 주인으로 모시게 된 나는 8년전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일반인들이 다니는 직장이라는 공간에 던져졌다. 단지 식기도를 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이들에게 크리스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중이다. 회사에서 가끔 회식을 할 때가 되면 더욱 난감해진다. 술을 안마실 수 있지만 음주가무가 있는 이 분위기에 전혀 동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 왜 술을 안먹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한다. 크리스천이라서 마시지 않는다는 말은 전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술을 먹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술을 안먹는 것이 꼭 크리스천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편적인 모습일 뿐 그 사람의 신앙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좋은 공동체를 만나고 교제하며 그 안에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좋은 교회는 말씀 뿐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공동체(소그룹)이 형성되어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 속의 공동체도 중요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말씀을 전하는 제자로, 선교사로 부르셨다. 내가 속한 이 사회 공동체 안에 하나님께서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젊은 영혼들이 잘못된 시각으로 크리스천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사랑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는 관심없어 한다. 나의 무엇이, 어떤 말과 행동이, 그리고 작은 선한 실천의 모습들을 통해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부담감이 밀려오는 하루하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나 자신에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오늘 어떻게 이들에게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통상 패스트 푸드점 업계에서 일요일 매출은 전체 매출의 최소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캐시는 하나님을 위해 그 20%를 포기했다. 캐시 회장은 1주일에 하루는 성경의 원리대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쉬는 날이므로, 칙필레의 전국 모든 매장은 주일마다 직원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경제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일명 ‘칙필레 신화’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경이적인 매출 신장을 해마다 이어 나갔다. 이것이 하나님의 시간법칙이다.
하나님은 시간을 초월하신 분이다. 그분은 양적 시간보다 질적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신다. 하나님의 시간 법칙은 인간의 법칙과 달라서 물리적 1시간이 하나님께는 1초도, 1000시간도 될 수 있다. 주일은 일주일의 7분의 1이 아니다. 그 하루가 한 달 휴가로도 회복되지 않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준다. 예배 한 시간은 24분의 1이 아니다. 그 한 시간이 이십 년 학교교육으로도 줄 수 없는 신적 가치관과 지혜를 깨우치게 한다.
일주일의 하루를 온전히 쉬는 것은 창조의 질서이다.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요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이니 성회라 너희는 무슨 일이든지 하지 말라 이는 너희 거하는 각처에서 지킬 여호와의 안식일이니라” (레위기 23:3 )
한국교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주일성수의 전통이 강하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살았다. 그러나 이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한국교회 중고등부 담당 교역자들이 울상이다. 청소년들이 공부 때문에 시간이 아까워서 교회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슬픈 사실은 신앙 있는 부모들이 주일에 자녀들이 교회에 오래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른 아침 예배 마치고 학원으로 과외로 도서관으로 직행한다. 공부하는 시간 외에 남는 자투리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 청소년들을 잡으려고 튀는 프로그램, 청소년의 눈을 사로잡는 예배에 목숨 걸고 투자하지 않으면 중고등부 사역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변질되었는가? 복음을 위해, 선교를 위해, 교회 봉사를 위해, 그 무엇보다 예배를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을 아까워하는 것은 하나님을 그만큼 싸구려 취급하는 것 아닌가! 우리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쓰다 남은 싸구려 빗자루 정도로 물려준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국교회를 향해 비장한 마음으로 제안한다. 우리 부모 세대가 솔선수범해서 다음 세대 자녀들에게 일주일의 하루를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신앙습관을 물려주자. 안식일 엄수주의로 귀화하자는 것도 아니요, 율법주의적 의식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주일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창조질서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하나님의 시간을 하나님께 돌려드리자는 운동이다. 이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존폐가 달린 필사적인 과제이다.
이유정(한빛지구촌교회 예배목사)
eKOSTA: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지훈 형제님 (이하 지훈): University of Colorado 마케팅 박사과정에 있는 장지훈입니다. 2008년 처음 코스타에 참석했었고요, 올해는 3지역 코디, 조장으로 섬겼습니다.
문세진 형제님 (이하 세진): 이번에 처음 참석해서 조장으로 섬겼고, Western Michigan University 정치학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강지연 자매님 (이하 지연): University of Iowa에서 Communication 교수로 이번에 시작했습니다. 코스타는 네 번째 참석했고, 올해는 중보기도 팀으로, 또 처음으로 조장으로 섬겼습니다.
하희임 자매님 (이하 희임): San Francisco에서 코오롱에서 일하고 있고요, 이번에 처음으로 코스타에 참석하고 조장으로 섬겼습니다.
eKOSTA: 이번 코스타 집회에서 전체적으로 좋았던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으로 남는 부분이 있었나요? 이번에 처음 참석이 아니셨던 분들께서는 예년과 비교해서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희임: 이번 집회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북한을 위해서 금식하는 시간이 있어 한 민족으로서 북한을 마음에 두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집회 이후에도 계속 중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더욱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행정 처리 하시는 분들이 잘 조직화 되어있고,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헌신적으로 섬기셔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코스타보이스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도 효율적이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이야기 해주셨던 개인 상담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화요일 저녁 집회 시간에 조 전체가 영아부 자봉으로 섬기게 되었는데요, 저희 조에 구원의 확신이 없었던 조원이 있었는데 구원 초청 시간을 놓쳤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집회 내용을 미리 알고 조정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연: 예전 참석 때도 그랬듯이,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또한 조모임이 좋았습니다. 중보기도 참가자들의 조는 세미나 시간에도 별도로 훈련이나 기도 시간을 갖는데, 많은 은혜가 있었습니다. 특히 정말 훌륭한 찬양과 말씀이 있었던 새벽 기도가 좋았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않으셔서 아쉬웠습니다. 광고가 잘 안되기도 했고, 또 밤에 조모임이 늦게 끝나면 새벽 6시에 기도회에 참석하기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이 들지만,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지훈: 저는 우연히 중보기도 팀의 새벽 기도회에 가게 되었었는데 지연 자매님 나눠주신대로 큰 은혜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새벽 기도회가 광고가 더 많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코스타 진행 면에서 전체적으로 시간 엄수가 잘 되었던 것, 코스타보이스가 새로운 정보들을 전해준 것, 그리고 김동민 간사님의 광고가 적절히 짜여졌던 점 등을 통해 볼 때, 진행이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동원 목사님께서 세 번의 설교 중 두 번이나 설교 본문을 바꾸셨다는 것, 그래서인지 아침 큐티 내용과 전체 집회 말씀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약했던 부분을 꼽고 싶습니다.
세진: 저는 처음 참석했는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잘 준비된 집회였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섬기시는 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조들은 어떻게 보면 많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데, 싱글 자봉 여러분들의 도움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또한 조장으로 섬기면서, 개인적으로 모태신앙을 가지고 지내면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긴급성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저녁 집회 찬양 시간에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서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또 홍정길, 이동원 목사님의 설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특히 복음, 민족, 땅끝을 이야기 할 때는 과거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조장 코스타 중에는 교회의 역할, 역사에 대한 강조가 있었지만 본 집회 중에는 이런 부분이 다뤄지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는데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KOSTA: 코스타 전 온라인 훈련 및 조장 수양회 관련해서 좋았던 부분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나눠주십시오.
세진: 온라인 훈련을 통해 미리 기도와 말씀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컨콜을 통해 지역 멘토, 조장님들과 같이 기도했던 것이 초보 조장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조장 수양회 또한 굉장히 좋았는데, 세 분의 주제 강의는 코스타의 정신과 주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장의 맥을 잡아라’와 같은 세션 또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다른 지역의 조장, 멘토님들을 알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지훈: 저도 조장 수양회를 통해 코스타 주제와 관련된 것을 풍성히 묵상할 수 있어 유익했고, 사전 온라인 훈련 및 교제를 통해 묵상 뿐만 아니라 친밀한 나눔이 이뤄진 것이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QT 내용 및 질문을 여러 강사님들께서 준비하셔서 그런지 난이도가 일정하지 않았고, 나중에 가서는 조금 힘들어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지연: 저는 조장 수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온라인 훈련이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중보기도팀은 조원들이 모두 훈련에 참가했기 때문에 집회 중에 QT 나눔이 훨씬 풍성했습니다. 일반조에서도 조원들도 마찬가지로 사전에 QT를 하고 올 수 있도록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임: 온라인 훈련이 굉장히 좋았는데, 막상 집회 중에는 QT를 조원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날도 있고, 나누는 시간이 조금 적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장 코스타 중에 다른 조장님들께서는 강사와 조원들과의 만남을 미리 준비하신 것 같았는데, 처음 섬기는 조장들에게도 그런 팁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eKOSTA: 2010년 주제인 ‘복음 민족 땅끝’이 (1) 조장 코스타를 통해, 그리고 (2) 전체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나 잘 전달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이것이 연속적으로 조원들과 주제 관련 토론을 나누는데 (예를 들면 북한, 통일 관련) 어떻게 도움이 되었습니까?
희임: 저는 처음에는 주제가 광범위하다고 생각했지만, 조장 수양회 말씀을 통한 이해와 은혜를 가지고 집회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특히 북한을 향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지연: 복음, 민족, 땅끝을 하루 하루의 주제로 삼아서 진행된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족과 땅끝에 관한 전체 집회 말씀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관점 보다는 다소 특수한 관점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코스타 25주년을 맞아서 코스타가 얼마나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왔는지를 되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관점이었을 수도 있고,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코스타’라는 것이 많이 드러난 집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 땅끝에 관한 전체 집회 말씀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조모임 중에는 또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훈: 저도 지연 자매님과 같이 전체 집회를 통한 주제 전달 내용이 조금 불편했던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민족, 땅끝의 개념에 있어 조장 코스타에서의 말씀과 관점이 많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조원들의 경우, 전체 집회 말씀과 QT를 연결시키기 조금 힘들어했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QT 나눔 시간에 생각이 모아지기 보다는 조금 겉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체 집회 말씀에 대한 조원들의 평가도 다소 부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진: 개인적으로는 조장 수양회의 말씀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QT 본문도 주제와 연결이 잘 되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저희는 자녀가 있는 기혼 분들의 조를 맡았는데요, 복음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루어진 반면, 민족, 땅끝에 대해서는 조원들이 조금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당장 가정, 학교, 직장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그들의 삶 가운데, 민족과 땅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했습니다. 사실 민족, 땅끝의 개념을 조금 더 일반화 해서 우리 가족, 이웃이 민족, 땅끝이 될 수 있음을 이해시키고, 융통성 있게 주제가 전달되었다면 기혼조들의 반응도 더 좋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수련회 이후에 김두식 교수님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읽으며 그러한 의문에 도움이 되는 예화들을 찾았는데, 미리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KOSTA: 처음 참석이 아니셨던 분들께서는 예년의 주제와 관련해서 이번 주제가 어떠했는지 나눠주십시오.
지훈: 25주년이라 back to basics의 취지가 담긴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기독교의 중요한 가치인 복음, 민족, 땅끝을 스스로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주제 자체만으로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지영: 예년의 코스타 주제에도 민족, 공동체 등의 가치가 담겨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직접적으로 그 가치를 내세운 것 같습니다. 코스타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전달되었던 것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세진 형제님께서 지적하신 것 처럼, 민족, 땅끝의 다면적인 부분, 의미들을 짚어보기 보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만에 초점을 맞춰 전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KOSTA: 선택식 세미나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세션을 나눠주세요. 또한 세미나 프로그램에 대해 일반적으로 좋았던 부분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세진: 기혼조의 강사와의 만남 시간에 이재천 목사님의 세션에 들어갔는데 굉장히 좋았고, 조원들도 각각 들어가셨던 세션에서 많은 유익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선택식 세미나 중에는 정민 목사님의 “하나님 나라”를 듣고 하나님 나라의 관점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내 사랑을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듯 하라”고 하신 말씀이 결혼 생활에 있어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세미나 내용이 다양해서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께는 좋지만, 두 세 번씩 오시는 분들은 들을 것이 많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세미나가 매년 반복된다는 느낌이 좀 아쉬웠습니다. 또 하나는 TM 세미나를 하실 분들이 더 많이 발굴되고, TM이 더 잘 장려되어 개발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개설된 강의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지훈: 저도 역시 기혼조와 강사와의 만남 시간 굉장히 좋았습니다. 유남호 강사님의 캠퍼스 사역 세션에 들어갔습니다. 선택식 세미나 중에는 백은실 강사님의 “사람을 낚는 리더”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자를 삼는 가운데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를 하는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화를 이끌 때 더 많은 열매가 있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강사님의 전달 방식, 사례, 말씀의 인용 등이 정말 훌륭했던 세션이었습니다. 반면에 저도 매년 세미나가 반복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중요한 내용이라 반복되지만, 매년 주제와 맞추어 연관성을 더 강화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강사님들께서 너무 방대한 자료들을 준비하시다 보니 시간 엄수가 힘들어지고, 내용이 다 전달되지 못한 채 황급히 마무리 하시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런 세션들의 경우 좀 더 짜임새 있는 진행을 위해 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임: 저는 임현수 목사님의 북한 선교 세미나를 통해 평소에 접하기 힘든 북한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스타 이후에도 목사님께서 follow-up을 해주시며 계속적으로 북한 소식을 전해주셔서 저희 지역 교회의 지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재천 목사님의 에니어그램 세션도 유익했습니다. 전도할 때 상대의 유형을 미리 파악하고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많은 내용이 다뤄질 수 없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KOSTA: 조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주십시오. 특별히 불편했던 점, 또는 제안하고 싶으셨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지훈: 저는 혼자 오신 기혼, 형제님들의 조를 섬겼습니다. 조원들 간에 나이차가 열 살 씩 났지만 모두들 성숙하신 형제님들이었고, 첫 날부터 쉽게 자신들의 삶을 오픈해주셨습니다. 아직까지도 온라인으로 기도 제목을 나누고 있고요, 정말 너무 좋은 조였습니다.
희임: 저희 조의 지체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별로 말 수가 없으셨는데요, 제가 먼저 제 삶을 솔직히 나누었고, 조원들도 따라서 쉽게 마음을 열었고 첫 날부터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부 숙소에 묵었기 때문에, 이동 시간 동안에 조원과 한 명 한 명씩 얘기하며 깊은 기도 제목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도 온라인으로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연: 저도 조활동 너무 좋았습니다. 저희 조는 집회 전에 온라인으로 15문 15답과 같은 것을 통해 모두가 소개를 나누었기 때문에, 코스타에서 만났을 때는 금방 서로에게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중보기도로 섬기다 보니, 서로 개인적인 기도 제목은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같은 마음으로 같이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코스타 이후로는 오히려 개인적인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조모임이 코스타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습니다.
세진: 저희 조모임도 대체로 좋았습니다. 조원들이 쉽게 삶을 나눠주셨습니다. 아침 QT는 하루씩 번갈아서 자매들만, 또는 형제들만 모여서 했는데, 굉장히 깊은 나눔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힘들었던 점 하나는, 저희 조 다섯 가정에 자녀들까지 포함해서 18명이나 되어서 모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밤에 조모임 할 때는 옆에서 몇 몇 조의 자녀들이 함께 뛰어놀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eKOSTA: 찬양, 전체 기도회, 조별 기도회, 상담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으신 항목을 고르셔서 자세히 나눠주세요.
지연: 저는 찬양이 너무 좋았습니다. 많은 은혜가 되었고, 찬양이 설교, 간증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교 이후에도 찬양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해봅니다. 전체 기도회 시간에는 많은 분들이 기도에 참여하지 않으시고 나가셨는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녀들 데리러 가야하기 때문에 기도회에 참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들이 계셨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좀 더 배려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희임: 저도 찬양 시간이 좋았습니다. 또 유익이 되었던 것이 개인, 그룹 상담이었습니다. 개인 상담은 정말 좋았는데 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룹 상담 시간에는 참석자 30명 정도, 강사 네 분이 계셨는데,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질문 하나 하나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서 많은 질문이 다뤄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 질문에 강사님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주셔서 조금 혼란스러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 저희는 외부숙소에 있어서 조별 기도회를 갖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외북 숙소의 기도실에 조원들과 함께 갔을 때는 조용히 개인 기도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중보 기도회를 오래 할 수 없었습니다. 외부 숙소에 기도실을 적어도 두 군데 정도 마련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진: 목요일 금식 기도회 때, 기도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이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셔야 하는 분들이 계셨던 것 같은데, 기도회 시간에는 모두가 기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목요일 저녁 집회 후 기도회 때는 선교 헌신하신 조원들과 함께 계속 기도하고 싶었는데, 다른 방으로 옮겨가서 그럴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선교 헌신하신 조원들과 더 기도할 수 있었으면 더욱 풍성했을텐데요.
지훈: 목요일 금식기도 시간에 북한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은 좋았지만, 평소에 배경 지식이 많이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정보를 주고 소개를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동영상으로 소개를 해줄 수도 있고요. 그랬다면 좀 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마음으로 느끼며 기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KOSTA: 다음 번에 코스타가 이런 주제 또는 내용도 다루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지연: 코스타에서 민족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한민족이란 걸 강조하는 것이 매우 당연시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는 다문화 가정, 유학생, 코시안 (한국 남자와 동남아시아 여자 간에 태어난 자녀) 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다인종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인종 차별적인 관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스타에서도 민족이라는 주제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할 때, 이렇게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정에 더 잘 어울리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세진: 이번 코스타에서는 교회에 관한 언급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신앙이 중요하지만 그것도 교회 공동체와 동떨어져서는 안되는 것인데, 요즘 한국의 교회들이 바른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공동체로서 우리 교회가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지가 코스타에서 다뤄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임: 저는 San Francisco에 살면서 여런 민족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타민족 사람들을 대하고 전도할 때 실질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주제, 또는 선택식 세미나가 준비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KOSTA: 올해의 주제, 큐티, 또는 선포된 말씀으로 인해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에 생긴 변화가 있으시다면 나눠주십시오.
지연: 저는 이번에 네 번째로 코스타에 참석했는데요, 코스타가 유학 생활 중 신앙의 터닝포인트 되기도 하였고, 하나님을 새로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아주 좋기는 했지만, 제가 앞서 말씀 드렸던 약간 불편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부담이 되어서 좌담회에 초대하셨을 때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번 코스타를 볼 때는, 어떤 코스타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가운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었다면, 이번 코스타를 통해서는 역사의 흐름 가운데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스타를 처음 시작하셨던 목사님들과, 지금 참석하시는 80년대 생 참석자들을 보면 그 사이 세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봅니다. 또 그 가운데, 코스타의 역사 가운데 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도 부족함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완벽하시기에, 코스타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100%의 은혜를 주셨다고 믿습니다.
희임: 저는 직장인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코스타에 대해 알지 못하다가, 미국에서 생활한지 몇 년 째 되어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 처음 참석을 통해서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다녀와서 직장 동료들에게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불교 신자인 직장 상사에게도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모였었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왔는지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상사가 뜻밖의 관심을 보여서 저희 교회에 모시고 갈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앞에서 나눴듯이, 북한 선교사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실정에 대해 무지했는데, 코스타에서 만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믿지 않으시지만, 그런 얘기들을 아버지께 나누면서 또 기도 부탁도 할 수 있었고, 그런 기회를 준 코스타에 감사합니다. 코스타에 다녀와서 큐티도 더 잘 하고, 귀납적 성경 공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가운데 코스타 참석을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다녀와서 직장 생활도 오히려 더 잘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세진: 코스타에 다녀온 저의 삶 속에는 여전히 갈등과 좌절이 있지만, 코스타를 통해 경험한 은혜가 많은 힘이 됩니다. 저는 코스타에 대해서 한국에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고, 유학 나온 후 꼭 와보고 싶어서, 연애하는 기분으로 코스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것은, 코스타 참석 보다는, 돌아온 현실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스타를 통해서 중보기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선한 부담감을 많이 갖고 돌아왔습니다.
지훈: 코스타를 평가할 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너무 비판적이지 않았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좌담회를 통해서 잘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2년 전에 코스타에 참석했을 때는 참석하는 거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면, 이번 코스타는 제게 매우 특별했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주의 학생 운동인 코스타는 일회성 집회가 아니라 돌아온 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집회인 것 같습니다. 코스타가 끝나고 집에 와보니, 땅끝에 와보니, 땅끝의 실정이 말이 아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영혼, 조그만 땅 덩어리를 생각하며 중보기도 하려고 합니다. 장평훈 멘토님께서 조장 수양회 중 해주셨던 말씀 중에,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런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선한 예가 우리 기독교 가운데 너무나 부족하다는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 선한 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수 십년 동안 노력해야하는 과정이겠지만요.
eKOSTA: 참여해주시고 좋은 의견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의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됨”을 의미한다(마19:4-6; 고후6:14-16). 그런데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정의를 마음먹고 깊이 묵상해 보면 결코 그냥 단순하게 언급할 내용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하나님 안에서”라는 의미는 교회에 다니거나 거듭난 그리스도인 이상의 의미이다.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면서”라는 의미이다.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축복이나 교훈을 언급하는 성경구절을 보면 그 앞에 반드시 조건이 있는데 “경외”라는 단어이다(시128:1, 4; 엡5:21). 사실 이 “경외”라는 단어는 구약과 신약 모두에서 강조되는, 하나님의 그의 백성에 대한 중요한 기대이자 명령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됨”이라는 것은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저절로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나 되게 하셨으니 부부가 전 인격적으로 100% 하나 됨을 만들어 가는데 헌신하겠다는 의미임을 이해해야 한다. 가정생활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 깊이 있게 하나 됨을 느끼며 친밀해지는데 약 27년이 걸린다고 한다. 즉 이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님이 하나 되게 하심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헌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국 결혼이란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하나 됨을 만들어 가기 위해 헌신하기로 결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하나 됨을 위한 헌신”은 바로 가정의 기초이기도 하다. 기초가 든든하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너끈히 견딘다. 하지만 기초가 든든하지 않으면 겉보기에 아무리 모양이 멋있고 화려하며 비싸게 보여도 비바람이 몰아치면 쉽게 무너질 뿐이다. 이제 결혼의 의미이자 가정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하나 됨을 위한 헌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그분을 두려워하고(fear) 공경한다는(respect) 뜻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만을 의식하며 그분 앞에서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것이 자신에게 쓰던 달던 상관없이 말씀대로 순종하려 애쓴다. 또한 말씀을 읽는 목적은 은혜 받고 응답 받고 위로 받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순종하기 위함이다.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취사선택적인 태도가 아니다. 이런 취사선택적인 태도는 아무리 입술로 하나님의 이름을 자주 언급한다할지라도 결코 신앙인이 아니다. 오히려 본인은 믿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은 믿음으로 착각할 뿐 제멋대로 종교생활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에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본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상적인 가치관을 교정하며, 숨겨져 있는 내면의 욕심을 드러내 회개한다. 또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교훈과 명령은 자기 몸을 쳐서라고 복종코자 노력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삶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삶이 그들에게 분명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목표를 향해 가는데 필요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정직하고 진실하게 대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 재정적으로 다른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비밀리에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하루의 일과나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는다. 더욱이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이성과의 만남을 개인적으로 가지지 않는다. 다른 이성과 유혹이 될 수도 있는 회색지대 조차 가지지 않는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가정에 대한 재정적 책임과 가사 일에 대한 책임을 기쁨으로 감당한다. 반려자의 욕구 충족에도 성실하다.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주님께 의지하며 그리스도께서 가정의 주인이 되시도록 늘 힘쓴다. 또한 그분을 경외함으로 서로에게 복종하고 사랑한다.
가정의 기초가 되는 두 번째 요소는 하나 됨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려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에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를 기쁘게 해주려 노력하며 그를 위해 구체적으로 희생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반려자가 자신을 위해 정성껏 맛있게 만든 요리를 식탁위에 올려놓기 때문에, 자신은 그저 그 요리를 즐기면서 맛있게 먹게 되리라 예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남편과 아내가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지 함께 상의하여 결정하고, 어느 마트에 가서 장을 볼지 또한 어떤 재료들을 구입할지 정하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다듬고 씻으며 양념을 적당하게 넣고 요리를 마친 후, 멋있는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 두고 함께 즐기며 맛있게 먹는 이 전 과정이 결혼 생활이다.
이 과정에서 양보와 의견의 조율과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는 노력들이 이루어진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격 때문에 어렵기도 하다. 남편의 권위적인 태도, 말이 없음, 냉정함, 자기중심적인 태도… 아내의 예민함, 좁은 마음, 오해… 이런 것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며 시시비비를 따지고 논쟁할 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있는 그대로 반려자를 용납하고 받아줄 때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죄가 아니라면 반려자에게 나 자신을 맞추고 무조건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이런 노력을 할 때 세월이 흘러 어느 새 긍정적으로 변해 있는 반려자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나 됨을 만들어 가는데 반려자의 좋은 점을 의도적으로 찾아 칭찬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큰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성숙한 관계는 성숙한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다. 반려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로 만들어져 갈 때 깎이고 부러지고 다듬어지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인격적 결함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반려자를 위해 희생할 때 생기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은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훌륭한 전문가가 되었을 텐데…’, ‘내가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어려움은 겪지 않았을 텐데…’라며 억울해 한다. 하지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결혼한 사람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하나 됨의 과정을 겸손하고 즐겁게 거치는 사람들은 가정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껏 누린다. 서로에게서 누리는 편안한 쉼, 재미있고 즐거운 웃음, 사랑받고 있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든든한 울타리, 넘치는 에너지와 활력, 교회와 이웃에게로 흘러 나가는 사랑과 섬김…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결혼한 부부에게 주시고 싶어 하시는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