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석] 새벽을 열었으니, 다음은 무엇인가?

이코스타 2004년 1월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사람 전성기』

(규장, 2003), 오정현 지음, 207, 8천원


지난 가을, 서울 강남 사랑의교회엔 새로운 일이 여러 가지 생겼다. 1978년부터 이 교회를 개척, 성장시켜 온 옥한흠 목사에 이어 25년 만에 그의 애제자 오정현 목사가 새 담임목사가 된 것과, 오 목사가 부임하면서 연일 만당(滿堂)을 이룬 40일 특별새벽기도회(2003. 9. 8-10. 18, 이하 특새)를 열어 교계는 물론 일반 뉴스에서도 다루어지면서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일간의 특새, 그 기적 같은 부흥의 비밀이 궁금하던’(뒷표지 문안) 터에 신속하게 그 전말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 주는 책이 규장에서 『새벽사람 전성기』란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은 새벽 불길, 새벽 축복, 새벽 성령, 새벽 믿음, 새벽 대첩이란 ‘새벽’(at Dawn)으로 시작하는 5개의 큰 주제 아래 오 목사가 전한 18편의 메시지를 나눠 수록하고 있으며, 각 장 말미에 특새에 참석했던 이 교회 성도들의 이런저런 짤막하지만 감동적인 소감과 간증을 ‘새벽 감격우리는 새벽파’란 꼭지로 묶어 소개한다. 이와 함께 규장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챕터별 요약이 ‘새벽 신앙 불멸의 법칙’이란 꼭지로 곁들여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오정현 목사는, 한국교회의 7, 80년대 고속성장을 주도한 1세대 유명 목회자들의 명예로운 은퇴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한 리더십 이양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단행하지도 못한 채 꼼수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일부 그러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대형교회와 단체들이 세습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한국교회 전체를 우울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면서 비교적 건전한 세대 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합동측 교회갱신 운동의 모체요 실질적 본산이며, 교계연합운동에서 제3의 기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목회자협의회의 중추적 구실을 하면서 복음주의권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교회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톤을 이어 받아서 어떤 목회, 어떤 사역을 전개할 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부흥회 식 전도를 넘어 교회성장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8, 90년대를 풍미한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이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6, 70년대의 전통적인 목회방식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특새란 뜻밖의 카드를 꺼내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펼쳐질 본격적인 사역을 준비하는 워밍업 훈련으론 제격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래도 강남기독중산층을 대변하면서 나름대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이 교회가 점점 오른편으로 향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염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오 목사의 메시지들은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개척하면서 짧은 시일에 대표적인 이민교회로 성장시킨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개인 구원의 감격과 대를 잇는 가족의 평안, 그리고 전도와 선교를 통해 교회의 성장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보수 신앙에 충실해 특새와 같은 시간대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그것들을 넘어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가 되어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 교회가 세대 교체 이후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에 걸맞는 메시지가 전해지고,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냐에 있는데, 이제 새벽을 연 데 불과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 이 책에는 ‘새벽기도 로드맵’이란 재미있는 상자 기사들이 군데군데 나오는데,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 같은 새벽기도 구호, ‘내 믿음의 전성기를 주옵소서’ 같은 새벽기도 격문, ‘저녁 9시 이후에는 절대로 영화나 TV시청을 하지 말라’ 같은 새벽기도를 위한 몸 관리 프로젝트, 12가지 건강비결, 새벽기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5가지 습관, 영적 부흥을 위한 9가지 열쇠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 압권은 171면에 나오는 40일간의 특새에 개근 또는 정근한 성도들에게 수여한 기념 동판으로, 일명 ‘영적 마패’로 불리면서 평강과 은혜 마패, 제사장 마패 같은 위력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과 함께 특새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테이프를 묶은 오디오북(테이프 4, 1만원)도 나와 있다.


[서재석] 화보로 보고 읽는 루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르틴 루터』

파울 슈레켄바흐·프란츠 노이베르트 지음, 남정우 옮김,


예영커뮤니케이션, 4×6배판/양장/438, 2만원


새해 첫 달을 루터를 읽으면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것도 단지 두꺼운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135면에 달하는 풍부한 화보와 함께 보면서 읽는 루터와 종교개혁이라면, 어떤가? 솔깃해지지 않는가.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루터의 종교개혁 40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 책은, 독일에서 초판 10만 부가 완전히 매진되었다. 서문에 밝힌 대로 “이 책 어느 곳에서도 루터를 미화시키려는 시도는 볼 수 없고 그의 결점과 실수가 명확하고 노골적으로 지적”된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줄 만 하다.


이 책은 21장으로 나눠 서술한 전기, 화보, 주요 문헌자료, 인명·지명 색인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독특한 매력 가운데 하나는, 책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384점의 진귀하고 다양한 화보를 보는 재미인데, 회화·도화·동판화·목판화·메달 등에서 저자들이 직접 고른 신뢰할만한 사진 자료들은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책 가운데, 이 정도로 방대하고 풍부한 루터 관련 화보집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루터와 관련된 주요 문헌자료에는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95개조 논제’(1545)를 비롯해 루터의 주요 편지들이 수록돼 있어 쏠쏠하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화보 못지 않게 방대한 인명·지명 색인으로서, 100면 가까운 분량에 루터 시대 인물 134명과 30여 지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수록돼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습득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조한상] 공동체에 관한 책들

이코스타 2004년 1월호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고자 하신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추천해 본다. 책소개도 서평이 아닌 간랸한 소개로 대신했다. 어느 분야도 다 그렇지만, 공동체에 관한 책들도 생각 이상으로 많이 출판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책들은 한정되어 있고, 또한 어떤 책들은 너무도 빨리 절판되어 버려 아쉽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 이외에 소개하고픈 좋은 책들이 있으면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신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저, 문익환 역,



대한기독교서회, 1964




공동체에 관한 책으로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책이다. 본회퍼가 2차세계 대전 당시, 지하 교회를 통한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쓴 생생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동체에 대한 간단한 이론부터, 혼자있는 삶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함께 하는 삶이 중요한 이유, 섬김을 통한 적극적인 공동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죄를 서로 고백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다소 있지만, 그래도 성경적으로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훌륭한 책이다.

 




공동체



길버트 빌지키언 저, 두란노, 1996  




 ‘Community 101’이라는 윌로우크릭 교회에서 발행한 공동체에 관한 입문서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 멘토로 더 알려진 길버트 빌지키언 교수의 글로, 공동체에 관한 이론 정리 부분이 특히 눈에 띄는 책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공동체의 실천 방안이 제시된 책은 아니지만,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신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책이다.  

 





‘공동체 신학’



김현진 저, 예영 커뮤니케이션, 1998


공동체 교회론, 공동체 교회사, 공동체 성령론, 공동체 사회론, 공동체적 기독교 교육, 공동체적 실천사학등 6개 분야에 걸쳐, 공동체에 관한 이론을 조직신학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한국 목사가 지은 책으로, 한국 교회의 공동체성의 회복과 실천을 위한 좋은 지침서이다. 이상으로 그치는 공동체성이 아니라, 제자도로서 실천적인 공동체성과 초대교회의 공동체를 교회사를 통해 실제로 이끌어 오신 성령님의 역사, 그리고 공동체 교육의 필요성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다.

 




‘성경은 공동체에 대해 무엇이라 말하는가’



송인규 저, IVP, 1996 




공동체에 관한 여러 좋은 책을 소개한 송인규 목사가 공동체에서 대한 이론을 정리하신 짧은 논문 형식의 글이다. 일반공동체로서 완전한 공동체였던 아담공동체가 무너진 후, 하나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교회를 통해 어떻게 그의 공동체적 이상을 이끌어 오시는가를 살펴본다. 이스라엘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성경적 공동체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리고 구약의 이스라엘 공동체와 신약의 교회 공동체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들, 즉 합일성(하나됨의 표출), 친밀성(소외된 자까지 모두 형제로 받아들임),상보성(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음)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님을 떠났지만, 교회 공동체는 결국 하나님과의 영원한 공동체를 이룰 것을 차이점으로 밝힌다. 책의 반 정도가 주석과 참고 도서로 되어 있는 이론서이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송인규 저, IVP, 2000




‘나의 주 나의 하나님 2권’이라고 밝힌 이 책은, 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가기 위해, 그룹 공부의 형식을 취했다. 공동체에서 겪는 갈등들 – 판단, 비판, 권고, 징계, 용서 – 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고, 소그룹 운영과 성경공부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함한다. 현재의 조직교회에 속한 소그룹에는 꽤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단지, 이상적인 공동체에서는 거리가 다소 있는 눈높이를 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게 남는다.

 




‘산골짜기에서 외치는 소리’ & ‘우리와 하나님’



대천덕 저, 기독양서/예수원


한국의 공동체를 끌어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천덕 신부님의 책들이다. ‘우리와 하나님’은 공동체의 성경적 원리를 잘 다루었다면, ‘산골짜기에서 외치는 소리’는 공동체 속에서의 성령님의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동체에 관한 책들이 쉽게 절판되 버리는 실정이지만, 이 두권 모두 절판된 것은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어른들께 여쭈어 보면 한권쯤은 가지고 계실 가능성이 높다.

 

 



  ‘목회와 신학’ 89년 9월호 특집  


두란노에서 발행한 ‘목회와 신학’은 초창기에 더 좋은 글들이 실렸었다. 그 중의 하나가 공동체에 관한 특집기사이다. 대천덕, 방선기, 정태일 등의 저자가 ‘현대교회와 성경적 공동체’, ‘신인공동체를 바라보며’같은 이론적인 글들을 비롯해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체의 모습, 또 도시 속의 공동체의 실체 등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글들이 7편 실려있다. 지금은 두란노에서 CD로 구할 수 있다.

 




‘Subversion of Christianity’



Jacque Ellul 저, Geoffrey Bromiley 역,



Eerdmans, William B. Publishing Company 


공동체적 시각에서 새롭게 쓰여진 교회사이다.

 




이디스 쉐퍼의 라브리 이야기’



이디스 쉐퍼 저, 양혜원 역, 홍성사


스위스 라브리공동체의 설립정신,생활과 사역에 관해 쓴 책이다. 현대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는 모범적인 모임에 관한 글들이 거의 절판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기는 반면, 라브리에 관한 글은 새로 증보판이 발행되었다. 공동체에 관한 이론서는 아니지만,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봄으로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토산 한창호] 친구 동수

이코스타 2004년 1월호


(토산) 한창호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사진예술을 공부했고,1998년부터 2002년까지 코스타에 참석하면서 삶의 전환기를 경험했다. 2003년에 귀국하여 연세대학교에서 사진예술, 디지탈 이미지 등을 가르치고 있다. 시각예술/매체가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도구로 어떻게 쓰여지는가에 관심이 있다. www.changhohan.com / www.yanghwaj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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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바쁜 유학생의 여유로운 취미 생활

이코스타 2004년 1월호


즐거운 일과 행복한 쉼


유학생활을 시작한 지 2년 지난 그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그중 중요한 깨달음은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긴장하여 숨차게 앞만 보고 달려갔지만 장기적으로 도달해야할 목표지는 재충전없이 단번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일과 쉼의 조화가 적당히 이루어져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음을 더 깊이 느낀 시간들이었다. 먼 이국까지 올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즐겁게 공부하는 한편 안식은 안식으로서 잘 쉬는 것이 하나님의 설계가 아니가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일년 반의 유학기간 동안 생활 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꾼 부분이 있다면 바로 취미생활일 것이다. 유학생활에 공부하기도 바쁜데 웬 취미까지야 하며 의아해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전까지의 시간에서는 아직 진로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지 못하였고 소비적인 문화가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에 소시민적인 취미 생활을 하찮게 보아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흐릿한 정신으로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도 의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이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안식의 활동이 원래의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들어줄 수있는 좋은 취미가 발견되었다. 하나는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실생활의 대화를 많이 보여주는 영화를 보는 것, 둘은 달리기, 셋은 인터넷으로 수필을 읽는 것이다. 영화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여러가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달리기는 나의 몸을 이해시켜주었으며 감동을 주는 글들은 나의 정신세계를 살찌워주었다.


영화로 세상보기


처음 영화를 보기로 시작한 이유는 영어 공부를 위해서였다. 누가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면 간단한 생활표현을 익히는데 좋을 것이라고 하는 말에 얇은 귀가 혹해서 한두개 사서 보는데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지 혼자 낄낄대며 보곤 했다. 그런데 기왕이면 영화를 보면서 뭔가 더 생각할 수 있는 주제에 자연스레 손이가게 되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모습으로서 가족사를 그린 작품, 인종갈등 문제을 제기한 작품, 도시민의 소외를 그린 작품, 미국의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것들이 더 의미있었다. 감명깊게 본 영화로는 Malcom X, Ali, Ali documentary, Do the Right Thing, Jungle Fever, Glory, Color Purple 등이다. 내가 미국의 흑백갈등문제에 관련된 작품에 손대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체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게 소외되고 있는 흑인들에 대해 주류사회의 문제의식은 미국 사회의 다른 문제와 흡사하게 공동체적으로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이렇게 풀자 하는 논의는 거의 없는 것같다. 사회의 유기적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화적, 정서적, 경제적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에 참여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사회 부적응 현상은 개선되어야 할 사회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의 약화가 흑인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직관적으로 생각해본다. 뭐 이건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긴 하다. 한편 기독교적 시각으로 인생을 잔잔하게 그린 A river runs through it, 장애인의 시각에서 부녀간의 사랑을 그린 I am Sam, 형제애를 보여주는 The eighth, The rain man,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말하는 Forrest Gump 등은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대사로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다. 단정한 노목사님의 입에서 나오는 고백은(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쉽게 잊혀지지 않는 울림으로 강하게 자리잡는다. 지식이 지나친 세상에서 단순하고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정신장애인(Sam)은 성경이 말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의 말대로 사랑이란 일관성이며 듣는 것이며 그냥 있어주는 것이다. (Love is constancy, listening and just being there beside them). 사람들은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거라고 말하지만 Forrest Gump의 변함없는 사랑은 이 세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어를 넘어선 감동은 삶의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몸이 가르쳐주는 지혜


두번째는 달리기. 문약한 서생이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머리도 둔해지는데 체력까지 무너지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겨울 방학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달리기의 목표는 3.5마일 30분 주파. 처음에는 5분 시속 7마일로 달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2분 30초씩 추가하니 대략 일주일 정도부터는 상당한 거리를 달리게 된다. 인터벌에 다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하여 몸 전체를 일사분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10분 달리기가 거의 죽을 맛인데, 하루 지나고 나서 다시 그 거리를 뛰어보면 그리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머리 속으로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고 몸이 적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 속으로 그 옛날 군화 신고 뛰어다니며 부르던 군가를 부르며, 2분 남으면 애국가를 일절부터 사절까지 외치며 오늘도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몸에 붙어 있는 살들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불필요한 것들은 당장이라도 떼내고 싶다. 목표치가 가까와오면 숨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단순하고 순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싶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버려야 한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나의 욕심이다. 또 몸은 가르쳐준다. 나는 살아있고 자라고 있다고. 사춘기 시절 급박한 몸의 변화를 보며 나 자신도 신기해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오직 하나님 만이 하실 수 있는 일, 내 안에 있는 생명의 활력을 다시금 느껴본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고 오늘도 내게 생명력을 불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다. 함부로 대하지 말고 관리해야 함을 깨닫는다. 지속적으로 달리다보면 체중은 비슷한데 몸이 하나로 뭉쳐짐을 느낄 수 있다. 팔도 다리도 앞으로 나가는데 적당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호흡과 맥박도 고르게 맞추어진다. 교회가 하나가 될 때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움직임보다 전신의 나아감에 힘을 더하고 서로에게 힘을 더해주는 상승의 관계를 갖게 된다. 하나가 된 공동체는 공동의 선을 향해서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며 힘이 되어주는 떼낼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인터넷에서 보석 캐내기


세번째는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남겨진 글들을 읽어보는 것이다. 이코스타를 비롯하여 수필닷컴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환경에서 얻는 간접체험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언젠가 ‘자식에게 주는 아버지의 글’에서 ‘좋은 글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나누어라’라는 충고가 있었는데 좋은 글을 찾아 나의 생각을 덧붙여 다른 사람과 나누면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같다. 내가 발견한 좋은 글과 내의 단편적인 상념의 글과 내가 읽고 싶은 책과 내가 읽고 싶은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이상과 희망을 되새길 수 있는 나와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이런 글들을 다음(Daum)카페에 하나씩 올려놓으면 보이지 않는 나의 생각의 단초들은 하나의 나무로 성장한다. 다른 이들의 고민과 나눔의 양분을 받은 나의 정신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자라난다. 가끔은 소재를 잡아 글을 써보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산고 속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상념을 끄적거리는 것이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반문을 해보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나의 분신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가는 즐거움, 자라나는 기쁨


Have you gazed out on the ocean Seen the breaching of a whale? Have you watched the dolphins frolic in the foam? Have you heard the song the humpback hears five hundred miles away Telling tales of ancient history of passages and home?


I want to live I want to grow I want to see I want to know I want to share what I can give I want to be I want to live


-  John Denver, I want to live 중에서


유학생활이라고 해서 공부만 하라는 법은 없다. 틈틈히 남는 시간은 그냥 보내기 아까운 귀한 하늘의 선물이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공부와 취미생활 우리들에게 자라가는 기쁨을 선사해준다. 생명을 소유하여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삶이 고통이라지만 문득문득 느끼는 살아가는 즐거움은 하나님이 주신 보상인 듯싶다. 성실한 노동 뒤의 달콤한 휴식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안식일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내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는 세상의 단한면이므로 곳곳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하려면 세상을 보아야 할 것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했던 성프란채스코처럼 영화를 보고 몸을 움직이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다면 과장일까? 안식과 일 모두 주님의 손에 달린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즐거움, 성장하는 기쁨을 주신 주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풍요가 넘치는 삶을 위해 오늘도 정진한다. 또 다른 배움을 기대하며.